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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불 May 15. 2020

모순

나는 편하게 사라지고 싶으나 불편하게 살아있다.


살아가야 할 이유가 많다는 게 이따금씩 화가 난다.
사랑해야 할 이들이 많다는 게 이따금씩 화가 난다.
알지도 못하는 채 내던져진 생에 이토록 무겁게 살아가고 사랑할 게 많다는 게 화가 난다.


나는 편하게 사라지고 싶으나 불편하게 살아있다.


그것이 가끔 화가 난다.



그러나
어찌 됐든 화가 난다는 것은 살아있음의 반증이다.

우울이 너무 깊을 때에는 살아가야 할 이유와 사랑해야 할 이들이 도처에 널려있음에도 그걸 알아채지 못했다. 나는 이미 죽어있었기 때문에 무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분노를 알지 못하고 고통에도 아프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화가 난다. 무겁다.

그러니 어쨌든 살아가야 한다. 무겁고 화가 나기 때문이다. 무겁고 화가 나는 것이 이제는 비로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화가 나도 무거워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사랑해야 한다.


내 글을 읽은 지인이 이소라 7집을 추천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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