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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불 Aug 25. 2020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언니에게.

언니,

세상이 온통 삶과 죽음으로 범벅되어 있어.

눈을 조금만 돌리면 죽음이 보여
무서운 것은

그럼에도 그럭저럭 살아갈만하다는 거야

그러니까 죽음의 옆에는 삶이 있어

삶의 옆에는 죽음이 있어

언니,
지난번 내 꿈에 환한 얼굴을 하고 나타나셨던 분이

오늘 돌아가셨어
두시 사십 분쯤에 원래 존재했던 하늘로 돌아가

안기셨대

나는 그 시간쯤 진득한 잠을 자고 있었어
삶이 버거워서 자꾸 죽음 같은 잠을 자고 있었어

위태로운 시간인 줄 알았다면

그분을 위해 더 기도할걸

생으로부터 도망치는 잠을 자는 대신에
나의 생을 나눠줄걸


나와 크게 관련되지도 않았던 그는
신기하게도 내게 기적을 기도하게 했거든

내 생에도 바란 적 없던 기적을
그분의 생을 위해 기도하곤 했거든


그분은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셨던 분이었어.


늘 아이들의 순한 얼굴을 바라보고
남편의 선한 얼굴을 사랑하고
자신도 환한 얼굴을 하고서는


그래서 그분에게 죽음을 이기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했나 봐


언제나 삶이 버거워 도망 다녔던 나랑 다르게

온몸으로 삶을 사랑하셨으니까



그래도

나는 이제 그분이 포근한 집으로 돌아가
힘은 조금 없어도 환한 얼굴로 웃고 있을 것 같아


죽음 속에서도 삶을 지닌 채

내 꿈속에 나왔던 그때처럼
그 어디에 있든 포근한 집에 있는 듯이 환하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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