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형사과. 정영태 팀장과 휘하 형사들이 회의실에 모여있다. 한동안의 느슨함 뒤에 시작되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자, 대부분 그동안 충전들 좀 했을 거라 믿는다. 그럼 이제 다시 달려 봐야겠지? 늘 하던 대로 회의는 최대한 간결하게 끝낸다. 최 형사부터 시작하지. 지난번에 잡은 수배자 건은 거의 마무리돼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네. 서류 몇 가지만 챙겨서 넘기면 저희 선에서 할 일은 끝납니다."
"좋아. 그거 끝나면 다음 일은 딱히 터치하지 않을 테니 알아서 준비하고 진행하도록 해. 그리고 어디 보자…… 특수강도 수배 걸려있는 놈들은 그저께 제보 들어와서 나갔던 건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고 했었지? 이거 맡고 있는 인원들은 휴식 기간도 못 가져서 좀 고달프겠군. 미안하지만 계속 수고 좀 해줘. 잡기만 하면 두 사람은 한동안 푹 쉬게 해 줄 테니까."
"걱정 마십시오, 팀장님."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그리고 은 형사랑 오 형사는…… 진행 중이었던 것도 없고 잘들 쉬었으니 완전 풀-차지 상태겠구만. 바로 새로운 일에 투입할 수 있겠어. 회의 끝나는 대로 수배자 리스트 검토해 보고 간략하게 계획 세워서 나한테 가지고 와봐."
"……"
앞선 두 번의 문답과 달리 이번에는 돌아오는 목소리가 없다. 대답을 해야 할 휘영이 멍하니 앉아 있는 탓이다. 지시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그녀는 계속 멍한 표정이다. 옆에 앉아 있던 오진우 형사는 휘영의 눈앞에 손을 휘휘 저어 본다. 지시 내용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서류를 들여다보던 정영태 팀장이 고개를 들었다.
"은 형사?"
"……"
"헤이, 은휘영 씨?"
"네, 간략하게 계획 세워서보고 드리겠습니다. 팀장님."
진우가 대신 나서 얼른 대답한다. 조마조마하다. 다행히 영태는 그냥 고개만 살짝 갸웃할 뿐, 특별히 다른 말을 하지는 않고 넘어갔다.
"좋아, 그럼 여기까지만 하는 걸로 하자고. 그 외에 건의사항이라든가 특이사항 보고할 거 있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말해야 할 건이 있으면 나중에 따로 찾아오도록 하고, 다들 잘하고 있어. 지금처럼만 계속 힘내자. 그럼 회의 끝!"
회의라 불러도 될지 의심이 갈 정도로 간략한 과정. 재한을 비롯해 나머지 두 명의 형사들이 먼저 회의실을 떠났다. 뒤따라 나가려던 진우는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휘영을 바라봤다. 다시 한번 눈앞에 손을 휘휘 저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그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회의실을 나갔다. 회의용으로 가지고 들어왔던 자료들을 좀 더 살펴보던 영태는 문득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는 휘영의 모습을 발견했다. 잠시 빤히 쳐다보는데도 반응이 없자, 테이블을 탕탕 두드리며 불러본다.
"야, 은 형사야~ 헬로? 여보세요?"
"……어, 네? 네? 저 부르셨어요?"
"무슨 생각을 하느라 그렇게 계속 멍한 거야? 팀장님 말씀하시는데 시원하게 집어 드시고. 새삼스레 반항이냐?"
"아…… 제가 그랬나요? 뭐 좀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집중했나 봐요. 죄송합니다."
"어쭈, 잘 쉬고 왔으면 더 힘내서 범인 잡을 궁리나 할 것이지, 회의 중에 딴생각을 해? 본새를 보아하니 범인 잡을 생각은 아닌 거 같고…… 왜, 어제 구치소에 그놈 보러 갔다가 무슨 일 있었어?"
"에이, 팀장님도. 무슨 일 있을 게 뭐가 있겠어요."
"그럼, 고민거리라도 있냐?"
"아니에요. 고민은 무슨. 근데 저한테 뭐 지시하셨죠?"
"……으이구, 이걸 한 대 콱 쥐어박을 수도 없고…… 어여 나가서 오 형사한테 물어보렴. 너랑 똑같은 거 시켰으니까."
"네, 죄송합니다."
회의실을 나가는 휘영의 뒷모습을 보며 영태는 의심쩍은 눈초리를 보낸다. 그간 평소와 다른 행동패턴을 보일 때마다 조금씩 쌓여왔던 의구심이 강한 촉을 보내오고 있다. 오늘의 수상한 행동 역시 그것들과 같은 선상에 있을 듯하다는 느낌.
"흐음…… 저 자식 저거…… 병원에 있을 때도 이상한 거나 물어보고 말이야. 뭔가 있는 게 분명한데 말이지. 제 입으로 말할 때까지 모른 체하고 있자니 뭔가 찜찜해 죽을 맛이고…… 에휴, 가뜩이나 신경 쓸 일 투성인데 도무지 쉴 틈을 주질 않는구만."
영태는 툴툴대며 다시 서류를 들여다본다. 하지만 이내 집중이 되질 않는 듯 머리를 벅벅 긁으며 신경질을 부린다.
"아, 제길. 모르겠다. 그냥 내가 먼저 들이받아야겠어. 신경 쓸 거리 하나라도 덜어야 숨이라도 편하게 쉬지 이거야 원."
영태가 먼저 추궁해 보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회의실에서 나왔을 때, 휘영은 진우의 책상 앞에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 조금 전 지시했던 사항을 전달받은 뒤 의논하는 중일 것이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여전히 정신이 살짝 어딘가로 빠져있는 느낌이다. 방금 전에 제대로 멍 때리는 모습을 봐서 그런 걸까.
"은 형사."
"네?"
"따라와 봐."
그 한 마디만 남겨놓고 영태는 먼저 밖으로 휙 나간다.
"화나신 건가? 아무래도…… 단단히 혼나실 것 같은 분위기네요."
"……네가 봐도 그렇지? 하긴, 잘못했으면 혼나야지. ……나 갔다 올게."
"힘내세요. 흑흑."
복도로 나와 좌우를 살핀다. 오른쪽, 막 건물 밖으로 나가는 영태의 뒷모습이 보인다. 휘영은 잽싸게 따라붙으며 슬쩍 아양 떠는 투로 말을 붙여본다.
"팀장님, 화 많이 나셨어요?"
"……"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
영태는 대꾸하지 않고 그대로 걷는다. 경찰서 건물 밖 한편에 마련된 흡연구역으로 가나 싶더니, 그곳을 지나쳐 조금 더 걸어간다. 이럴 경우 답은 아마도 두 가지 중 하나. 심각하게 화가 나서 단단히 나무랄 생각이거나, 아니면 정말 긴히 둘이서만 할 이야기가 있거나. 사실 휘영의 입장에서 보면 둘 다 가능성이 높은 답안이다. 슬쩍 가늠해 봐도 양쪽 모두 비슷한 확률이라서, 어느 쪽일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여기 정도면 되겠지? 자, 이제 말해봐라."
"네?"
"네? 는 무슨…… 모르는 척하지 말고 빨리 말해. 무슨 고민이야?"
"저…… 그게……"
"미리 말해두는데, 어물쩍 넘어갈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말아라. 어지간하면 스스로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려주려고 했는데, 내가 도무지 신경 쓰여서 안 되겠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난 그동안 너희를 꽤 배려해 줬다고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이번엔 너도 나를 좀 배려해 주렴."
"……"
"그 다크템플러 놈 잡던 날, 아니 그보다 더 전부터겠구나. 다 죽어가던 애가 하루 만에 펄펄 날아다녔던 거야 그래, 그냥 그런가 보다 해줄 수 있어. 그때 언제냐…… 잠복근무 대타 지시하려고 전화했을 때. 한참 동안 안 받다가 숨 넘어가는 목소리로 받았었지? 난 그때도 분명 물어봤었고, 넌 대답을 안 했었지. 그냥 넘겼어. 그러고 나서 얼마 전 그 사건. 너 정도 되는 형사가 총기를 써야겠다고 판단했고, 공포탄에 실탄까지 두 방을 거의 연이어 쐈어. 일단 그것부터가 이상한 일인데, 그렇게까지 하고도 완전히 제압당했다는 것도…… 말을 안 했을 뿐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지. 그뿐이냐? 병원에서 나한테 했던 이상한 질문도 뒷맛이 영 씁쓸해."
"……"
"이쯤 했으면 나 정말 많이 참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이제 말 좀 해봐라. 속 시원하게. 너 예전엔 안 그랬다? 재깍재깍 말하지는 않았어도, 시간 좀 주면 금방 찾아와서 술술 이야기했었어. 근데 이번엔 좀 많이 답답해. 이 정도면 이유 충분하지?"
"……"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다. 휘영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아는 한, 정영태라는 사람은 이런 식으로 무언가를 추궁한 적이 거의 없다. 몇 년 간 호흡을 맞춰오는 동안 영태는 언제나 부드러운 리더십을 지향해 왔고, 그에 어울리는 너그러운 포용력을 보여주곤 했다.
그동안 그래왔으니, 당연히 또 그래도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해 버린 것이 문제였다.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아무리 사려 깊은 성품과 인내심을 갖췄다 해도, 그 역시 사람이기에 한계라는 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배려를 줬으니 이번엔 그것을 돌려달라는 말이 귓가에 무겁게 달라붙는다.
"대답 안 할 셈이냐? 내가 지금 가벼이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거 알 텐데."
"……"
안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난감함, 그리고 죄송함. 그것들이 한데 얽힌 복잡한 심정에 휘영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영태가 꽤 화가 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무엇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그걸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근원계라는 판타지 같은 세계를 먼저 이야기해야 할까? 아니, 안 된다. 그것이 엄연한 사실이고 현실임을 알게 된 지금의 자신조차도 여전히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하물며 일반인인 영태에게 그것을 받아들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이야기했던, 인간처럼 생겼는데 실은 인간이 아닌 그 존재가 사실 바로 접니다.' 그렇게 운을 뗀다면 좀 나으려나……? 아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빠져나갈 수 없을 듯한데, 막상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가 따로 없는 상황.
눈을 자꾸 피하며 쩔쩔매는 휘영의 모습을 보며 영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 그래, 원래 이런 아이였지. 말을 하고 싶은데 어디부터 말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거다. 냉정이 찾아오자, 오랜 시간 휘영을 지켜봐 온 영태의 직관이 다시 살아나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는 관자놀이 즈음까지 치밀어 오른 것 같던 화를 억눌렀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내뱉는다. 한 번 더, 늘 해오던 대로 자신이 먼저 배려해 주자고 마음먹는다.
"……말하기가 꽤 어려운 일인가 본데. 그럼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할 수는 있겠지?"
"……"
"뭐부터 물어봐야 할까…… 그래, 아까 내가 거론했던 이야기들. 전부 서로 관련이 있는 이야기들이지?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네."
"그럼…… 그때 병원에서 물어봤던 질문을 살짝 바꿔서 다시 묻는다. 그거…… 네 이야기 맞지?"
"……"
"맞나 보군. 흠…… 다음은 뭘 물어봐야 하나…… 그렇지. 네가 혼자서라도 꼭 해결하겠다고 했던 그 사건. 우리가 원인을 전혀 찾을 수 없었던 이유도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어때?"
"……맞아요."
"허어……"
영태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다시 한숨을 내쉰다. 당장 떠오르는 의문을 다 해결했지만, 오히려 머리는 더욱 복잡하기만 하다. 하긴, 그럴 수밖에. 의문의 답으로 알게 된, 지금 눈앞에서 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엄연한 현실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했으니까. 영태는 답답함에 주먹으로 가슴을 팍팍 두드렸다.
"저…… 팀장님."
"왜?"
"팀장님이 모르시는 일이 하나 있었는데요. 병원에 있는 동안에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정말 정신 나간 제안을 한 적이 있어요."
"……음?"
"제가 쫓겠다고 한 그 사건이요. 진범을 자기들이 알고 있다고, 잡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그런데…… 체포 과정에서 실수를 가장한 척하고 범인을 죽여달라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그것들은 인간이 아니니까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라고."
"……(그것들?)"
복수(複數)를 지칭하는 '들'이라는 표현이 아주 잠깐,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영태는 내색하지 않고 경청할 테니 이야기를 계속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미친 소리라는 걸 뻔히 아는데도……저, 흔들려 버렸어요. 할머니 생각이 자꾸 나서요. 범인을 체포 과정에서 일부러 죽이다니…… 실수라거나 도저히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거. 그런데 일부러라니…… 알맹이가 무엇이건 간에 일단 겉으로는 인간인데, 본분을 잊어버리고 개인적인 원한에 사로잡혀 결코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해버린 거죠. 전…… 경찰로서 자격미달이에요."
"……"
침묵이 이어진다. 그래, 이 정도다. 아직 고민은 더 남아있지만, 이 정도까지 말한 것만으로도 한결 편해진 기분이다. 휘영은 슬쩍 고개를 들어 영태를 바라봤다. 큼직한 나무에 기대선 영태는 왼팔은 팔짱을 끼듯 가슴 어림에 올리고, 오른쪽 팔은 비스듬히 세워서 손가락으로 이마를 툭툭 두드린다. 복잡한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보려 애쓰는 듯한 모습.
"이거야 원……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인 건가……"
"네?"
"아냐. 혼잣말이다. 그것 때문에 그동안 그렇게 전전긍긍했던 거야?"
"……네."
"뭐랄까…… 그런 일은 경찰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난. 다만 너한테는 그게 남들보다 조금 빨리 현실로 다가온 것뿐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먼저 들어가 봐. 잠깐이나마 분위기 살벌하게 해서 미안하다."
"아녜요. 제가 먼저 말씀드렸어야 맞는 건데…… 저야말로 정말 죄송해요. 그럼 먼저 들어가 있겠습니다."
휘영은 몸을 돌렸다. 영태에게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의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면, 이후의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오기 전에 비해 발걸음이 훨씬 가벼워진 듯하다. 신이 나서 몇 발자국 옮겼을 때, 영태의 목소리가 다시 그녀를 불렀다.
"근데 말이다, 휘영아."
"네?"
"이건 말해두고 싶다. ……경찰이기 이전에 우리도 사람이다. 감정이 있고, 욕심을 부릴 수도 있어. 그건 절대 이상한 게 아니야. 죄가 되는 것도 아니고. 만약 생각하는 것만으로 자격이 있네 없네 운운한다면, 과연 우리 중에 지갑 안에 경찰 배지를 당당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
"기본적으로 사람을 먼저 헤아릴 줄 알아야 좋은 경찰이 될 수 있다고, 나는 그렇게 믿는다. 미친 소리에 좀 흔들렸으면 어떠냐? 어쨌거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고, 지금 제자리로 돌아와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안 그래?"
"……"
"오히려 너처럼 인간적인 감정에 휩쓸릴 줄도 알고, 그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껴 고민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개념 똑바로 박힌 경찰이 하나라도 더 많아야 우리한테 희망이라는 게 계속 남아주지 않겠냐?"
"……팀장님……"
"선을 안 넘었다면 그걸로 됐다는 거야. 저번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만, 난 네가 귀신이나 요괴, 혹은 저승사자 같은 거라고 해도 상관 안 한다. 나한테는 그냥 능력 있고 착한 부하일 뿐이니까. 네가 현실에서의 선을 넘지 않는 한…… 난 언제나 네 편이다."
"……팀장니임……"
지금껏 내내 그것만 생각했나 싶을 정도로 꽤 길면서도 강렬한 일장연설. 그 말에 한껏 감동한 휘영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그녀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몇 발짝 옮겼던 걸음을 다시 돌렸다. 그 모습을 보며 영태는 흠칫했다.
"어, 어어? 야, 너 왜 다가와? 거기 딱 서. 어쭈, 안 서? 어, 어어?"
"에이, 왜요~? 귀신이든 요괴든 저승사자든 상관 안 하신다면서요~"
"야, 상관 안 하는 거랑 무서운 거랑 같냐? 무서우니까 저리 가라고!"
뒷걸음질 치던 영태는 잽싸게 몸을 돌려 건물을 향해 뛰기 시작했고, 휘영도 그 뒤를 바짝 쫓아간다. 두 사람의 분위기가 어떤지 살필 겸 흡연구역에 나와 담배를 피우려던 진우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하나 꺼내 물려던 담배를 손에 든 채 시선만 두 사람을 따라 움직인다.
"오 형사, 마침 잘 나왔다! 팀장님 좀 잡아, 얼른!"
"네? 아, 네."
"어허, 오진우! 어디다 손을 대, 인마! 나랑 휘영이랑 누가 더 위야? 썩 저리 가지 못해!"
"……아, 어쩌라는 거야 대체. 두 분이 알아서 하세요. 왜 가만히 있는 저는 끌어들여가지고……"
<저 너머의 하늘>은 상당히 긴 호흡으로 가져가려 하는 현대 판타지 소설입니다.
대략 이틀~사흘 간격으로 한 편씩 올리려 계획 중이지만, 큰 흐름만 짜놓고 세부적인 이야기는 전개하면서 여러 차례 수정을 가하는 작업 스타일상 가끔씩 일정이 어긋날 위험도 있습니다.
(물론 가급적 준수하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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