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이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너의 <잔소리>
시린 아침 공기가 코 끝을 스친다. 힘겹게 눈을 뜨자 격한 두통이 밀려온다. 익숙한 느낌. 숙취… 그래, 어제 취했었지. 창문 닫는 걸 잊고 그대로 잠들었나 보다. 몸을 일으키자 찬 바람이 다시 훅 들어와 뒤통수를 때린다. 지끈지끈 의식을 좀먹던 숙취가 조금 날아가는 듯하다.
책상 위에 펼쳐진 노트. 그 위에 만년필이 뚜껑이 열린 채로 놓여있다. 슬그머니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래, 어제 집에 돌아온 나는 글을 썼다. 계속 귓가에 들려오던 너의 목소리를 그대로 받아적었다. 그렇게 하는 동안은 꿈처럼 행복했다. 마치 네가 내 곁에 있는 것 같아서.
책상 앞에 앉아 널브러진 만년필을 집어든다. 혹시 잉크가 말랐을까 싶어 몇 번 흔든다. 너의 목소리를, 나에게 전하는 너의 편지를 적어놓은 옆 페이지에 내 목소리를, 너에게 전하는 편지를 적어내려간다.
점을 계속 찍는다. 평소보다 한결 더 많이 찍는다. 아쉬운 만큼, 아프고 슬픈 만큼, 그리운 만큼…………………………
손을 멈춘다. 사각거리며 궤적을 남기던 펜이 멈춘다. 쓰던 편지를 뜯어내 구겨버리고 말았다. 어차피 이 편지를 부칠 수 있는 곳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아무리 쓰고 또 써봐도 아픔은 가시지 않아.
어떤 것도 너의 목소리가 아니니까.
내 그리움만 담긴…… 혼잣말이니까.
내겐 세상보다 더 컸던 너.
그립다. 정말. 네가.
그립다. 정말. 너의 잔소리가.
https://www.youtube.com/watch?v=rPn4iqyqVEM
아무 일 없지. 지낼 만하지.
거봐, 괜찮다고 했잖아.
장난기 어린 네 맑은 음성이
하루 종일 내 곁에 있곤 해.
어딜 가든지 내가 무얼 하든지
혼자 내버려 두질 않아
무얼 먹어야 할지, 무얼 입어야 할지
가면 갈수록 더해지는 너의 잔소리
그래서 눈물 나… 내 귓가엔 네가 있는데
너를 볼 수 없다는 게 그게 너무 슬퍼서
그래서 눈물 나… 내 가슴에 살아있는 널
너무 보고 싶어서 너무 보고 싶어서
너무 아파……
저 여잔 어때. 자꾸 등을 떠밀어.
다른 여잘 만나게 해도
열 번이면 열 번 다, 이뤄질 순 없었고
그런 날이면 전쟁 같은 너의 잔소리
그래서 눈물 나… 나 그렇게 누굴 만나면
이제 다시 내 귓가에 오지 않을 너라서
그래서 눈물 나… 너 그렇게 보내버리면
네가 보고 싶어서 너무나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
어쩜 이렇게 아플까 가슴 터질 것처럼
그저 너 하나 없는 것일 뿐인데
그래서 눈물 나… 이 세상이 해준 것보다
네가 내가 해준 것이 너무나도 많아서
그래서 눈물 나… 널 더 이상 듣지 못한 채
주먹만 한 가슴에 너를 살게 하는 게
미안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