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와 헤어진 뒤 휘영은 곧장 경찰서로 돌아왔다. 작전 일정이 정해진 후로는 매일 야근 행진이다. 어쨌거나 팀 전체가 투입돼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놓은 탓에 미리 처리해 둘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딱히 그녀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서 내에 들어서자 팀장인 영태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그 역시 이것저것 지시하고 진행 상황을 점검하느라 자리에 앉아있을 새 없이 분주하다.
그 모습을 보자 휘영은 가뜩이나 싱숭생숭했던 마음이 한결 더 요동치는 것을 느낀다. 현우의 말을 들은 순간 느껴지던 막막함이 계속 중첩돼 쌓여가는 기분.
이제 와서 일정을 앞당기자는 말을 꺼내는 게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일인지, 휘영도 잘 알고 있었다. 각기 처리할 일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팀원들을 보고 있자니 더 막막하다. 지금껏 받은 배려만 해도 얼만데, 정작 휘영은 자꾸 폐만 끼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뻔뻔하다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도조차 해보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시뮬레이션 돌리듯 말할 순서를 곱씹으며 재차 마음을 다잡고 있을 즈음, 영태가 먼저 휘영을 발견했다.
“어이, 은 경위님.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슈? 꼴은 또 왜 그래? 어정쩡하게 문앞에 서서 안절부절.”
“제보자 만나고 왔어요. 새로운 정보가 있다고 해서.”
“정보? 뭐가 더 있어? 이미 일정까지 다 잡혔는데?”
“…그래서 말씀인데… 팀장님, 잠시 저 좀.”
“……뭐지? 스멀스멀 올라오는 이 불안한 스멜.”
휘영은 주위 눈치를 잠시 살피더니 갑자기 영태 쪽으로 바짝 붙으며 회의실 쪽을 가리켰다. 장난스러운 멘트로 받으려던 영태는 사뭇 진지한 분위기에 눌리고 말았다. 얼떨결에 회의실로 끌려들어가는 모양새. 그의 불안감 센서가 요란스럽게 울리기 시작한다.
“무슨 일인데 그래?”
“저… 그러니까 그게요.”
“하아… 딱 봐도 반가운 소리는 아닐 거 같은데. 뭐야. 빨리 말해. 겁 주지 말고.”
“…저… 그… 출동 일정을 좀 앞당길 수는 없을까요? 조금만.”
“……휘유우우우우……”
명치 너머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듯한 깊은 한숨. 영태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옴을 느낀다. 눈을 감고 손으로 이마를 짚은 뒤 호흡을 고른다. 그래, 침착하자. 일단 얘기 좀 더 들어보고.
“그래, 일단 이유나 좀 들어보자.”
“방금 정보원한테 듣고 온 이야기인데요. 그 놈이 곧 거점을 옮길 것 같대요. 여기서 거리도 제법 되는 편인데 간발의 차로 놓치기라도 하면 곤란하잖아요.”
“이보세요. 다이나믹한 일정 밀어붙이느라 저는 이미 충분히 곤란하거든요? 아오, 진짜. 해달라는 거 척척 다 해주니까 일 참 쉽게 풀리는 거 같니? 이놈아, 나도 한계라는 게 있단다. 이미 한참 전부터 간당간당하다고. 알간?”
“충분히 힘 써주신 거 알아요. 쉽게 드리는 말씀 아닌 거 아시잖아요.”
“얼씨구, 퍽이나 오래 머뭇거리셨겠다. 툭툭, 딱 두 번 찔렀거든? 완전 쉽게 말씀 하시드만.”
“겁나니까 빨리 말하라고 하셨으면서.”
“아… 그러셨쎄요? 거 참 말 잘 들으신다, 우리 은 경위님. 평소에도 그렇게 말 좀 잘 들어보시지 그러셨쎄요. 그럼 제가 이렇게까지 피곤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네?”
“아, 팀장니임~”
“어허, 이번엔 앙탈이냐? 누누이 말했지만 너 그거 안 어울린다. 가뜩이나 요즘 딴 사람 같아서 무서운데 안 하던 짓은 그냥 안 하면 안 되겠니.”
“일정 서두르고 추진하느라 힘 써주신 건 잘 알죠. 근데 상황이 변하는 게 제 탓은 아니잖아요. 네? 기껏 애써서 판 짜놨는데 시작도 못 해보고 어그러지면 고생한 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안 그래요?”
“허허, 말이나 못하면…… 자, 두 가지 이유를 말해주마. 첫째, 진짜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지금 나 포함해서 팀원들 전부 연일 야근 중인 거 보이지? 네가 가져온 정보를 토대로 작전을 세웠고, 넌 특히 부담감이 큰 역할을 해야 하니까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잡무를 많이 안 줬어. 그거, 결국 다른 팀원들이 나눠서 소화하고 있다는 거, 알지? ‘우린 큰 사건 맡아야 하니 다른 팀이 좀 해주쇼~’ 할 수는 없는 거니까.”
“그…렇죠.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다들 동의한 거니까 죄송할 건 없고. 그냥 알고는 있으라는 거야. 안 그래도 촉박한 일정이라 촘촘하게 분배하는 데만도 시간 많이 걸렸다. 그렇게 했어도 이렇게 빡빡한 거야. 근데, 이제 와서 일정을 앞당기면 한 명이든 두 명이든 누군가는 뒤에 남아야 돼. 어쨌거나 나머지 일은 처리해야 하니까. 원래 여섯 명이 할 일을 혼자 하거나 둘이서 하려면 진짜 개고생이겠지? 게다가 봐라. 누가 됐든 남기고 가면, 현장에 나갈 인원에도 공백이 생겨. 그럼 그 자리는 누가 채울까? 필요없다고 했던 병력 지원, 이제 와서 다시 요청할까? 애초에 이 정도로 일이 빨리 진행된 건 병력 지원 포기하고 우리 팀끼리 해결하기로 한 거라 가능했던 건데?”
“그건……”
“어허, 일단 끝까지 들어. 그리고 둘째. 네가 가져왔다는 그 정보, 확실한 거 아니잖아. 그 놈이 정확히 언제 은신처를 옮길 거라고 확정됐어? 아니지? 그냥 그럴 낌새가 보여서요~ 라는 이유로 이미 확정된 일정을 바꾸자고 하는 거야, 지금. 그것도 지금까지 말한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무모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생각 안 드냐?”
“하지만…… 도피생활 하는 녀석들이 확실한 정보 흘리면서 다니는 건 아니잖아요. 다 예측하고 추측해서 미리 움직이는 거지.”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두루뭉술하잖아. 하다못해 직접 밖을 돌아다니는 걸 봤다거나, 요즘들어 부쩍 외출이 잦다거나. 뭐 이런 식으로 어떤 징후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휘영아, 이제 고작 이틀 남았다. 아니, 오늘 이미 야근 중이고 거의 다 끝났으니 사실상 내일 하루 남은 거나 마찬가지지. 원래 일정대로 진행한다 해도 금방이야. 갈 때 차 좀 빨리 몰면 충분하다고.”
“……”
“네가 이번 사건을 어떤 심정으로 대하고 있는 건지 모르지 않아. 그런데 조금만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안 되겠니? 너 말이야. 나랑 같이 일하는 내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합리적이었어. 그래서 내가 전적으로 신뢰하고 일을 맡길 수 있었던 거고. 근데 요즘은 아냐. 신뢰는 고사하고 보고 있으면 불안해 죽겠거든.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 같단 말이야. 적은 인원 단위로 돌아가는 게 우리 일인데, 한 사람이 제 몫을 못한다는 게 뭘 의미하는 건지 알지?”
“……”
“그럼 이야기 다 된 걸로 알고 나가보마. 머리 좀 식히고 나와서 일손 좀 보태렴.”
영태는 휘영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는 회의실을 나섰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진우가 다가와 결재 서류 두어 개를 내민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건만 그 사이 영태가 점검해야할 일은 착실히 쌓여있었던 모양이다. 서류 내용을 확인한 뒤 팀장 확인란에 서명을 마칠 즈음, 휘영이 뒤따라 나왔다.
“그럼 저라도 먼저 보내주세요.”
“……뭐?”
영태의 얼굴에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 딱 떠오른다. 말도 안 되는 고집이라는 걸, 휘영도 잘 안다.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그녀의 입은 지금 머리의 통제를 벗어나 있었다. 오랫동안 봐 왔던 할머니의 인자한 웃음부터, 그 날 영안실에서 본 차갑게 굳은 얼굴까지.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모든 기억이 판단 사이사이에 제멋대로 끼어든다.
조금만 더 가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간발의 차로 손끝을 벗어나는 느낌. 그 모든 심경의 변화를 이성적으로 설명하기란 도저히 불가능했다. 답답함에 미쳐버릴 지경이 되자, 이성이 제 기능을 상실한다. 그녀는 가슴이 시키는대로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
“……허, 허허… 너 아무래도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야, 진우야~ 119에 신고 좀 해라. 여기 애가 아무래도 맛이 간 거 같다고. 와서 좀 실어가라 그래.”
“……”
“참 나, 살다살다 이렇게 참신한 헛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 먼저 보내줘? 그 외딴 산골에 혼자? 거기가 무슨 귀신의 집이나 담력체험장이냐? 왜, 그냥 이참에 ‘사실 제가 사람이 아니라 로보캅입니다’ 하고 커밍아웃하지 그래?”
“……”
“오냐오냐 해주니까 정말 못하는 소리가 없어. 그냥 놔두면 대형사고 칠 것 같아서 적당히 무마시켜줘, 공식 작전으로 끌어와서 구색 맞춰줘, 일정 더 미뤄질까봐 병력 지원도 빼고 팀 작전으로 밀어붙여줘… 해줄 거 다 해줬는데 정작 본인은 아직도 상상 속을 헤매고 계시네. 그 동네 비자만료 아직 안 됐냐? 이제 그만 좀 현실로 돌아올 때도 된 것 같은데.”
영태는 화가 잔뜩 치밀었지만 적당히 농담을 섞어 흘려낸다. 화가 나는 건 사실이지만, 휘영이 그러는 걸 전혀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다. 이번 사건을 대하는 휘영의 심정을 안다고 했던 건 빈말이 아니었으니까. 답답해 미칠 노릇인 건 영태도 마찬가지다.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알 수 없었던 난해한 사건을 스스로 파헤치겠노라 할 때 고개를 끄덕여줬다. 공식 업무 시간 외에 하라는 단서를 달았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했던 말이었을 뿐 특별히 통제한 적은 없었다. 물론, 그 뒤로 꽤 오랫동안 허탕이었다. 단서는 커녕 논리적으로 사건을 이해할 수조차 없었으니까.
이후 몇 가지 일을 겪으며 우연히 그 실마리를 잡았을 때, 그리고 실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을 때, 휘영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100%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공감이 가능할 만큼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가 고집을 부리는 것도 납득할 수 있다. 어느 정도는.
하지만, 공감하는 것과 허용하는 건 별개의 문제. 덮어놓고 고집을 부린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조직에는 그에 합당한 원칙과 규정이 있고, 그것은 가능한 한 지켜져야만 한다. 순간순간의 변화에 따라 휘둘리고 예외를 남발하기 시작하면, 바로 그때가 조직 붕괴의 시작점이 되게 마련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제 하루 남았다. 뭐, 일주일이나 한 달 남은 거면 또 모르겠다. 아니, 그 정도였으면 내가 과장님한테 얻어터지는 한이 있어도 앞당겨줬을 거야. 그만큼 네가 절박한 거 아니까. 그런데 아니잖아. 하루라고, 하루. 정신 차리고 딱 하루만 참자.”
“……”
“내일 할 일 다 끝나는대로 선발대 꾸려서 오밤중이든 꼭두새벽이든 출발할 테니까. 알겠지? 다른 일 안 시킬 테니 가서 작전계획 다시 살펴보고 챙겨야 할 것들 점검하자. 어서.”
“……”
정말이지, 어르고 달랜다는 표현이 딱이다. 영태는 대답이 없는 휘영의 어깨를 다독이며 자리로 돌려보냈다.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자리로 돌아가는 휘영. 한 손에 펜을 들고 서류를 검토하는 듯하지만, 누가 봐도 힘이 쭉 빠진 모습이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영태는 한숨을 푹 내쉬며 진우에게 손짓을 한다.
“네, 팀장님.”
“…불안해. 그것도 매우, 많이.”
“…저도 그렇게 보입니다.”
“쟤 분명히 사고 칠 거야.”
“그 정도인가요?”
“내가 너보다는 좀 더 오래 봤잖냐. 90% 이상이다, 내 생각엔.”
“허… 그럼 어떡하죠?”
“어떡하긴 뭘 어떡해. 우범지역 발견했으니 순찰 빡세게 돌아야지. 아까 내가 하는 말 들었으면 상황 대충 알 거 아니냐. 내일만 지나면 바로 작전 시작인데 일정을 당겨? 미쳤지, 미쳤어.”
“근데 솔직히… 불가능한 건 아니잖아요?”
“…뭐, 딸랑 우리 몸만 움직이는 거니까 안 될 건 없지. 근데 그 놈의 절차, 절차, 절차. 어휴, 관련 서류 다시 올리고 처리하는 시간이 더 걸릴 거다. 가뜩이나 위에서 삐딱하게 보는데, 잘못하면 아예 브레이크 걸릴지도 모르고.”
“하긴… 그렇겠네요.”
복잡하고 많은 절차를 좋아하는 중간관리자는 드물겠지만, 영태는 특히 더하다. 그건 진우 뿐만 아니라 이 팀에 소속된 모두가 같은 의견일 것이다. 비권위적인 모습을 추구하는 그의 성향도 따지고 보면 복잡한 절차를 싫어해 생겨난 거나 마찬가지다.
서류 절차의 주된 목적은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데 있다. 서류 내용을 누구까지 확인했고, 만약 문제가 생길 경우 서명한 이들 중 가장 높은 사람이 책임을 진다는 일종의 암묵적 의사표시인 것. 하지만 영태는 뭔가 잘못됐을 때 실제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수없이 겪고 봐왔다. 서너 명의 사람이 결재란에 서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한세월이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책임을 떠넘기느라 흘려보내는 허송세월도 만만치 않다. 그 과정에서 가운데 낀 중간관리자가 독박을 쓰는 일은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이번 작전을 팀 내에서 해결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이러한 영태의 경험과 판단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휘영의 발언은 그걸 한바탕 뒤집어놓을 뻔했다. 의도한 건 아니었더라도. 그렇게 생각하자, 진우는 영태가 쏟아내던 날카로운 농담(?)이 결코 과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너, 오늘 할 일 대충 끝나가지?”
“저는 방금 검토하신 서류들이 마지막이었는데요.”
“그래? 그럼 이제부터 새로운 임무를 주마.”
“…뭔지 알 것 같네요.”
“그래, 알 것 같지?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바로 시작해야죠, 네.”
“어차피 다른 사람들 일도 다 고만고만하니까 괜히 돕겠다고 어물쩍거릴 필요 없어. 휘영이 쟤 지금 멘탈 가출한 것 같으니까 좀 있으면 퇴근할 거거든? 지켜보고 있다가 조용히 따라가. 어디 딴 데로 샌다거나 헛짓거리 하면 붙들어놓고. 알겠지?”
“꼭 조용히 따라가야 돼요? 미행하는 건 자신 없는데. 이래뵈도 제가 좀 커서.”
“……그럼 그냥 대놓고 집까지 연행하든가.”
“역쉬 우리 팀장님 화끈하셔. 기왕이면 그쪽이 경찰답고 좋잖아요.”
“아무튼, 진짜 중요한 임무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 이성은 이미 한참 전에 날아갔고, 이제 미쳐 날뛸 일만 남은 폭주기관차 통제하는 일이다 생각해.”
“헙… 그렇게 말씀하시니 확 실감이 되네요. 긴장하겠습니다.”
몇 걸음 걷다가 뒤를 휙 돌아본다.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 몇 걸음 걷다가 뒤를 휙 돌아본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따라오던 진우는 그때마다 똑같이 멈춰서서 씨익 웃어보인다. 휘영은 아예 뒷걸음질로 걷는다. 진우는 시선을 똑바로 마주치며 역시 같은 간격을 두며 따라온다.
“……오 형사?”
“네?”
“지금 이거… 무슨 상황일까?”
“뭐가요?”
“정말 몰라서 묻는 거니, 아니면 때려달라는 말을 돌려서 하는 거니?”
“아하하하, 은 경위님도 참.”
“팀장님이 시키든?”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때리시면 수갑 채워놓을 겁니다.”
진우는 자신의 손목과 휘영의 손목을 번갈아 가리키며 다시 씨익 웃는다. 휘영은 한숨을 푹 쉬고는 뒤돌아서 걷는다. 가뜩이나 심란한데 이런 자잘한 문제로 힘 빼고 싶지 않다.
‘그래~ 마음대로 하라지 뭐.’
번화가로 나서자 취객들이 하나둘씩 보인다. 음식점 안에는 사람들이 꽤나 북적이고,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온다.
“은 경위님, 배고프지 않으세요? 아까 저녁 먹을 때 나갔다 오셨잖아요.”
“글쎄. 별로 생각이 없네. 배고프면 들어가서 먹어.”
“에헤이, 은근슬쩍 도망가시려고? 같이 들어가서 앉아있어주실 거면 먹을게요.”
“…개수작 부리는 걸 보니 또 근질근질하구나?”
“어? 어어? 팀장님한테 이를 거에요.”
“아오, 이걸 진짜……”
“헤헤, 컨디션 관리 잘 하시라는 의미죠. 중요한 일 앞두고.”
“네가 안 따라와주면 베스트 컨디션이 될 것 같은데.”
“아… 그럼 베스트 말고 바로 아랫단계 정도로만 유지하시죠.”
“……”
어느새 휘영의 집 대문이 보인다. 잔뜩 까칠한 대답에도 계속 쫑알거리던 진우도 조용해진다.
“다 왔다. 이제 좀 가라. 시끄러워 죽겠어, 아주.”
“에이, 심심하실까봐 그런 거죠. 후배 좋다는 게 뭡니까.”
끝까지 지지 않는다. 휘영은 피곤이 한층 밀려오는 듯해 더 대꾸하기도 힘겨운지 손사래를 치고는 대문 안으로 사라진다. 철컹- 대문 닫히는 소리. 몇 발자국 걷는 소리와 현관문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진우는 보고를 위해 영태에게 전화를 건다.
[오냐.]
“임무 완수했습니다, 팀장님.”
[그래, 고생 많았다.]
“고생이랄 게 있나요, 뭐. 근데 집에 들어가는 것까지만 보면 되나요?”
[일단은 그거면 되지 않을까?]
“제 생각은 좀 다른 게… 새벽에라도…”
[…그래,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지. 하아, 어떻게 한다?]
“제가 잠복근무하는 셈치고 여기 있을게요.”
[피곤할 텐데. 내일 할 일도 있을 거잖아?]
“며칠씩 한 적도 있는데 이 정도야 껌이죠. 할 일은… 서류작업할 건 다 끝났고요. 나머지는 전화로 해결하면 됩니다. 안 될 거 같으면… 최 형사님께 빌붙어보죠 뭐.”
[허허, 폭주기관차 하나가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는구만. 이번 일만 끝나면 아주 혼구녕을 내줘야겠어. 그럼 부탁 좀 하마. 도와줄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고.]
“옙~”
연재가 자꾸 늦어지는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회당 분량 문제도 있는 듯합니다.
현재 한 회당 구글 독스에 11페이지~12페이지 정도를 쓰고 있는데요. (글자 11pt, 행간 Double)
이 분량은 예전에 카카오페이지에서 즐겨보던 웹소설의 한 회 분량을 기준으로 삼은 겁니다.
그 작가님은 일주일에 3회씩 연재하셨기에 저도 초반에는 그렇게 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ㅠㅠ)
어차피 습작 개념으로 쓰는 거라곤 하지만,
매번 들쭉날쭉한 일정 때문에 스스로 채찍질을 하는 중입니다.
일단 무슨 짓을 해서든 완결까지 버티고,
반성문은 한꺼번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전체 연재작은 매거진 : 자칭 B급 판타지 소설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