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수고했어. 쓸데없는 소란이 있었던 건… 넘어가도록 하지.”
[면목없습니다.]
“됐어. 그놈의 술수에 걸려든 것뿐이잖아. 설마 그런 식으로 능력을 응용할 거라고는…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니 더 이상은 신경 쓰지 말도록 해. 대신… 앞으로 같은 일이 또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무슨 뜻인지 알겠지?”
[물론입니다.]
“좋아. 그거면 됐어. 이제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더 힘내도록. 끊는다.”
전화를 끊은 신현우는 체크리스트 앱을 켰다. 휘영이 작전 지역을 향해 움직였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로 그는 부쩍 긴장한 상태다.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던 할 일들이 순차적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통화를 끝낸 뒤 관련 항목에 완료 체크를 한 그는 리스트에 명시된 다음 항목을 보고 호흡을 고른다.
“이번에는… 진행상황을 보고할 차례인가.”
숨 돌릴 여유도 없이 현우는 곧장 걸음을 옮겼다. 다른 건 몰라도, 그의 주군은 시간을 매우 엄격하게 따지는 인물. 그와 관련된 모든 일은 시작부터 끝까지 정해진 시간을 칼같이 지켜야만 한다.
복잡한 기계 설비가 놓인 꽤 널찍한 공간. 곳곳에 배치된 다양한 크기의 모니터에 그래프나 숫자 따위가 빼곡히 떠있는 것으로 보아 정밀한 실험을 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인 듯하다.
공간 한쪽 구석에 사내가 서있었다. 짙은 검은색 머리는 윤기를 잃어 푸석푸석한 산발이 돼 있다. 흡사 파자마를 연상케 하는 펑퍼짐한 상하의와 엉덩이 즈음까지 내려오는 가운을 걸친 차림새. 한 손은 큼직한 주머니에 넣은 채로 선 그는, 다른 한 손으로 까슬까슬하게 돋아난 턱수염을 매만지며 눈매를 찡그린다.
나른함, 또는 무료함이 느껴지는 게슴츠레한 눈빛.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에는 어항처럼 생긴 시설 몇 개가 나란히 늘어서 있다. 그중 하나에, 뭔가가 갇혀 있었다. 두툼한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자그마한 빛 덩어리. 그것은 때로는 희미하게, 때로는 또렷하게 간헐적인 점멸을 반복하고 있었다. 사내는 그것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가만히 서 있다.
“주군, 여기 계셨습니까?”
어디선가 나타난 신현우가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건넸다. 사내는 주머니 속에 넣었던 손을 꺼내 허공에 대강 휘젓는 것으로 아는 체를 대신했다. 용무를 마친 손은 다시 가운 주머니 속으로 쿡 찔러 넣는다.
“은휘영 형사가 포인트 지점으로 움직였고, 몇 시간 내로 그쪽 팀원들과 합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 역시 보고를 마치는 대로 가볼 예정입니다.”
“그래.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해.”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건 그거고… 이 녀석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자네가 없는 사이에 나름대로 머리를 좀 굴려봤는데. 도무지 방법이 생각나질 않아.”
심드렁한 말투. 최선의 답을 내놓으라고 독촉하는 그만의 화법. 현우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사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안 뒤 이런 질문이 나올 거라는 걸 예상했다는 듯, 그는 망설임 없이 답을 내놓았다.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했을 때, 돌려보내는 게 최선이라 여겨집니다.”
“……그냥 돌려보내라? 두 번은 없을 좋은 기회인데도?”
“만약 실험에 쓰고자 하셨다면 진작 그리 하셨겠지요. 지금껏 놔두고 있었던 건 주군께서도 마음에 걸리는 바가 있으셨기 때문이 아닙니까?”
“……”
“물론 순도 높은 영체라 실험에 쓴다면 유의미한 데이터를 꽤 많이 얻을 수 있겠습니다만… 이들은 근원계 쪽에서 매우 중요시하고 있는 개체입니다. 뭔가 이상이 생겼을 시 그만큼 감수해야 할 위험도 크다는 의미죠.”
“득실을 모두 따져본다면 돌려보내는 쪽이 낫다는 거군.”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근원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니까요.”
“쳇, 날파리 같은 놈들 따위……”
툴툴거리면서도 사내는 딱히 현우의 말을 부정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슬쩍 곁눈질로 그의 표정 변화를 살핀 현우는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은휘영 씨를 저희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다른 방향에서 연구를 시도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저쪽에서 이와 같은 류의 영체들을 가지고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 건지도 알아낼 수 있을 거라 여겨집니다. 고로, 지금 상황에서 구태여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그 아이를 확보하는데 실패한다면? 본인의 의지 없이 힘으로 끌고 올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나?”
“지금까지의 추이로 봤을 때 실패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설령 그렇게 된다 해도… 얻는 바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겁니다. 그녀의 협조 없이도 데이터를 얻을 방법은 마련돼 있으니까요. 양적인 측면에서는 많이 부족하겠지만 질적으로는 모자라지는 않을 겁니다.”
사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딱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없고, 그리 불확실하거나 어려운 내용도 아니다.
“게다가… 지금 시점에 이 영체를 돌려준다면, 근원계 쪽에 혼란을 줄 수도 있을 겁니다.”
“혼란이라?”
“아직 조사 중인 내용이라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들의 프로젝트가 지금 헛다리를 짚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 부분은 몇 가지 확인해봐야 할 사항이 있으니, 보다 확실해진 뒤에 따로 말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사내는 다시 고개를 대충 끄덕여 동의를 표한 뒤, 잠시 뜸을 들이고 질문을 던졌다.
“이 녀석을 돌려준다면, 접선 대상은 누가 좋지? 불천? 아니면 해강현?”
“… 음…… 그건… 어렵군요.”
“어렵다? 큭큭큭. 자네에게 이 정도 문제가 어렵다니, 의외로구먼.”
“주군 입장에서는 둘 중 어느 쪽이든 별반 차이가 없을 테니까요.”
“그렇긴 해. 한 놈은 건방지고, 다른 한 놈은 음흉하지. 건방진 놈은 무슨 꿍꿍이 속이 있는 게 아니냐며 대놓고 긁어댈 테고, 다른 한 놈은 겉으로 고맙다 정중한 척하면서 속으로 잔대가리를 엄청나게 굴릴 거야. 둘 다 귀찮은 건 매한가지인데… 아예 다른 놈에게 흘려버릴까?”
“최선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크크크크, 농담일세. 다른 놈을 통해 넘겨줄 거라면 돌려주는 의미가 확 줄어들지. 무엇보다 생색을 낼 수가 없잖아? 그럴 거라면 구태여 내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을 테고 말이지. 어디 보자… 그렇다면…… 간만에 그 백발 아저씨 얼굴 벌겋게 물드는 꼴 좀 구경해 볼까나.”
“현명한 선택이십니다.”
“이제 이 녀석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자네도 그만 가봐. 계획대로 완벽하게. 알겠지?”
“명 받들겠습니다.”
현우는 대답과 함께 허리를 살짝 굽혀 예를 표하고는, 곧장 몸을 돌려 공간을 떠났다. 홀로 남은 사내는 턱수염을 매만지던 손마저 주머니에 넣으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심심하던 차에 딱 재미있는 일이 생겼군 그래. 오랜만에 한 번 넘어가 볼까?”
눈가로 쏟아지는 햇살에 휘영은 미간을 찡그리며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였더라…? 잠깐의 의문 뒤에 간밤의 일들이 4배속 정도 빨리 감기 하듯 흘러간다. 한밤중에 담 넘고 산을 넘었고… 진우와 실랑이를 했다. 예상치 못했던 진우의 협조로 차량을 얻었고, 그 뒤로는 행여나 진우가 마음을 바꿀까, 혹은 다른 누군가가 쫓아올까 미친 듯 액셀을 밟았다.
도착한 뒤 신현우가 알려준 위치정보를 토대로 주변을 살폈고, 적당한 지점을 찾아 자리를 잡은 게 막 동이 터올 무렵. 한숨 돌린 다음 진우에게 전화를 걸었고, 영태의 애정 어린(?) 잔소리를 한 바가지 들은 후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 그대로 잠이 들었던 듯하다.
“어디 보자, 시간이… 뭐야, 벌써 12시? 그럼 서너 시간 동안이나 정신줄을 놓고 있었던 거야? 미쳤다, 은휘영. 진짜 미쳤어. 긴장감이고 겁대가리고 아주 고이 접어 갖다 버리셨네.”
희미하게 남은 잠 기운을 마저 쫓아낸 뒤, 휘영은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도 누가 지나간 듯한 흔적은 없다. 스마트폰에 옮겨둔 지도 파일을 열어 확대해 본다. 번화가나 주거구역과 한참 떨어진 외진 곳의 조그마한 야산. 사실 말이 야산이지 도심을 벗어나면 흔히 볼 수 있는 언덕보다 조금 높은 정도다.
인적은 고사하고 애초에 사람이 다닐만한 길도 보이지 않는 곳. 휘영이 쫓고 있는 놈과 같은 인류 부적응자가 은신처로 삼기에 딱 적당해 보인다. 빛이 희미하게 닿는 곳으로 작은 오솔길 하나가 나 있긴 했지만, 비틀어진 낙엽이 수북이 덮인 걸로 보아 오랫동안 방치됐음을 알 수 있었다.
“길을 쓴 흔적이 전혀 없다는 건… 그만큼 오랫동안 짱 박혀 있었거나, 다른 루트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텐데…”
예상보다 빨리 이곳을 떠났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신현우가 뭐라도 언급을 해줬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묘하게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불쾌한 감각이 생생하다. 휘영의 시각에 잡히는 신호 같은 건 없었지만, 일종의 직감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뭐… 썩 만족스러운 위치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아무런 기척 없이 지나쳐갈 수는 없겠지? 이쯤 했으면 팀장님 말씀도 좀 들어야지. 에헴.”
우우우웅- 우우우웅-
주변이 고요한 탓에 휴대폰 진동소리가 유달리 크게 느껴진다. 화면에는 지금 이 순간 가장 반가운 발신자의 이름이 떠올라 있다.
“넵, 팀장님. 전화받았습니다!”
[목소리 낮춰라, 청개구리. 말도 드럽게 안 듣는 주제에 뭐가 그리 들떴냐.]
“에이~ 아까 다 혼내셨으면서. 뒤끝 부리시긴.”
[또, 또 까불지. 아무튼… 진우 놈이 구해줬다는 차가 여기 있는 걸 보면 그리 멀리 있는 건 아닌가 보다?]
“아…… 그거요? 혹시 이 자식이 눈치챌까 싶어서 일부러 좀 멀찍이 두고 온 건데요.”
[……얼마나 멀리?]
“걸어서 한… 40분 정도?”
[……]
“팀장님?”
[… 우린 그냥 차 타고 가면 안 될까? 내가 나이가 드니 무릎이 쑤셔서 말이다.]
“에에이~ 저번에 보니까 엄청 잘 뛰시던데요? 제가 쫓아가는데 간격이 계속 벌어지던데.”
[휴우우…… 그래, 널 붙잡고 말해 뭐 하겠니. 간다, 가. 얘들아, 내려서 뛸 준비 해라.]
수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들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린다.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너, 지도 파일 가지고 있지? 현재 위치 정확하게, 매우 상세하게 표시해서 나한테 보내 놔. 뛰기도 힘든데 다시 전화하는 일 없게. 알겠냐?]
“넵,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뒤, 휘영은 스마트폰에서 이미지 편집 앱을 열어 지도 파일을 띄웠다. 자신이 차량을 두고 온 곳과 현재 위치한 곳을 지도 위에 먼저 표시해 둔다. 지도 파일의 정확한 축척은 알 수 없지만, 해가 뜨기 전 길을 더듬어가며 1시간 조금 넘게 걸어왔으니 대략 3~4km 정도 될 것이다. 다행히 지역 자체가 단조롭게 생긴 덕분에 경로가 어렵지는 않았다.
“아… 이럴 땐 터치펜 있는 모델이 아쉽다니깐.”
아쉬운 대로 앱에서 제공하는 펜 도구의 굵기를 가능한 한 얇게 설정한 뒤 메모를 시작한다. 차도에서 야산 진입로로 들어오는 길목이 어디쯤인지, 주위 지형이 대략 어떤 식으로 생겼는지, 자신이 자리 잡은 포인트가 어딘지 등을 꼼꼼하게 적었다. 몇 번씩 되짚어가며 검토를 마친 뒤, 수정된 파일을 별도로 저장해 영태에게 전송했다.
“후우~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네. 미리미리 해둘걸. …하긴, 여기 오자마자 곧장 곯아떨어졌으니 별 수 없었……”
이마의 땀을 닦는 시늉을 하며 허리를 폈을 때, 휘영은 혼잣말을 되삼켜야 했다. 인기척은커녕 바닥에 깔린 낙엽을 흩날리는 바람소리마저 크게 들릴 정도로 적막이 흐르던 공간. 그녀의 눈길이 향한 곳, 그 시야의 끄트머리에 누군가가 서있었다. 본능이 전해주는 긴장감이 온몸을 빠르게 점령해 간다.
“……”
휘영은 경계를 늦추지 않되 상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찬찬히 시선만을 움직였다. 검은색 스냅백을 눌러쓰고 마스크로 눈 아래까지 가린 얼굴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 위로 드러난 눈빛은… 어딘지 모르게 여유로워 보인다. 온 신경을 타고 흐르는 긴장감의 한복판에서 휘영은 상대의 눈매가 낯설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해 냈다.
‘사진……’
신현우에게서 건네받은 파일. 이곳에 오기 전 슬쩍 꺼내봤던 프로필이 떠오른다. 모자와 마스크로 가렸다지만, 얼굴을 떳떳하게 내놓고 다닐 수 없는 인간들을 늘상 접해야 하는 형사에게는 시시한 수준의 위장술에 지나지 않는다.
답은 나왔다. 이제 휘영에게는 이성적 판단을 위한 선택지가 주어졌다. 팀원들이 도착하기까지는 대략 30분 남짓. 뛴다고 해도 15분 내지 20분 정도는 걸릴 것이다. 지금 위치에서 놈과의 간격을 고려하면, 당장 뛰어나간다 해도 붙잡기엔 역부족이다. 아마 상당 시간의 추격전을 펼쳐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팀과의 합류 타이밍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게다가 이런 지형에서의 추격전이라면 지리적 이점은 도망치는 쪽에게 있는 법. 자칫하다간 쫓는 쪽은 미아가 돼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노출된 이상 안 쫓아갈 수도 없잖아!’
자신이 이곳에 있는 한, 놈은 절대 도망치지 않을 거라는 신현우의 말이 떠올랐지만… 그 말만 믿고 손 놓은 채 있을 수는 없는 노릇. 탐색전만 벌이며 팀원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모습을 드러낸 저 교활한 놈이 그 시간 동안 멍청하게 눈싸움을 벌이고 있을 리 없다.
‘빌어먹을 새끼. 처음부터 알고 있었구나!’
부드득 이가 갈렸다. 처음부터 놈의 손바닥 안에 있었던 거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휘영은 이성적 판단을 멈췄다. 마지막 이성을 짜내 영태에게 전화를 걸어놓은 뒤, 스마트폰을 점퍼 주머니에 넣고 본능에 몸을 맡긴다. 동시에, 마스크를 쓴 놈도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휘영이 보내준 지도를 확인한 영태는 곧장 팀을 두 개 조로 나눴다. 재한을 조장으로 한 세 사람을 반대편 진입로 방향으로 보낸 뒤, 자신은 진우와 함께 휘영이 자리 잡은 포인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뛰다가 힘에 부치다 싶으면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대략 10분 남짓. 휘영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응? 뭐야, 얘는 또 왜 전화질이야?”
“어… 팀장님, 뭔가 불안한 냄새나지 않으세요?”
“……너 그 혓바닥 좀 가만 놔두면 안 되겠냐? 방금 그 말하기 전까지만 해도 난 순수하게 궁금하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거든? 근데 갑자기 막 불안해진다.”
“이를테면… 지도를 잘못 그렸다던가…”
“이런 씨… 진짜 그런 거면 너 오늘 여기 묻어버린다.”
“히잉, 왜 저한테만 그러세요.”
“시끄러워. 사내 새끼가 어디서 콧소리질이야. 일단 받은 다음에 보자, 너. 여보세요?”
[헉, 헉, 허억-]
“……”
난데없이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에 영태는 잠시 벙찐 표정을 짓는다. 옆에 있던 진우 역시 그 소리를 들었는지 당황한 얼굴이다.
“여보세요? 야, 은개구리. 이거 뭐냐, 지금? 너 또 무슨 짓 벌이는겨?”
[헉, 헉. 너 이 새끼, 잡히면 뼛골까지- 툭!]
대답 대신 들려오는 악에 받친 외침. 그마저도 끝까지 들리지 못하고 끊어진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휘영아! 야, 인마. 은휘영!!”
[……]
“… 하… 하하…… 진우야. 이거 무슨 상황 같냐?”
“……아마도…… 팀장님이 생각하시는 최악의 상황… 같은데요.”
“씨발…… 이런 잣 같은 경우를 봤나.”
“……”
“진우 너, 달리기 나보다 빠르지?”
“어… 아마도요…?”
“그럼, 지금 바로 최 형사 쪽에 전화해서 서두르라고 해. 진입로 봉쇄하면 각자 거리 최대한으로 벌려서 주위 경계하라고 전하고.”
“넵. 알겠습니다. 근데 팀장님은…… 어, 어?”
뭐라 물을 새도 없이 영태는 이미 달려 나가고 있었다. 급박한 전개에 잠시 당황하던 진우는 곧장 재한에게 전화를 걸며 뒤를 따랐다.
몇 회 동안 여러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동시에 쓰려니 계속 제자리걸음으로 시간을 달리는 느낌입니다. 나름 신경 쓴다고 쓰긴 합니다만, 영 미숙하기 짝이 없네요.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사건의 전후관계가 혼동되실 수도 있을 듯합니다만… 전체적으로 '비슷한 시간대에 이루어진 일들'로 이해하시면 좀 더 수월하실 겁니다.
전체 연재작은 매거진 : 자칭 B급 판타지 소설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