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글로 Jan 13. 2018

[연재소설] 저 너머의 하늘 #37.

눈을 크게 뜨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묻는 휘영을 보며 지홍은 쯧쯧거리며 혀를 찼다.


“어떻게 왔긴요. 길바닥에 뻔히 입구가 열려 있던데요. 들어와보니 길도 딱 알겠고.”

“…내가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으면 아마 좀 헤맸을 텐데. 그렇지 않나?”

“…어… 하하… 네, 뭐… 과정이야 어쨌든… 딱 보니 어쩌다 여기까지 들어와서 그러고 질펀하게 주저앉아 계신 건지까지 다이렉트로 알겠던데요. 흠, 예상했던 것보다 깊숙한 데까지 들어오셨다는 건 박수쳐 드리면 되겠죠?”

“……”


문득 휘영의 눈동자가 구른다. 얼핏 보기에는 당황스러움에 나오는 동공지진… 또는 시선을 피하려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언뜻 봐도 규칙적인 패턴에 느린 속도로 좌우 운동을 계속한다. 지홍에게만 고정돼 있던 시선이 한 발짝 뒤에 서 있던 현우에게로 향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더니 같은 움직임을 반복한다.


두 사람을 번갈아보는 시선. 대체 어떻게, 그리고 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둘이 같이 있느냐는 의문이 가득 담긴 눈빛이다. 그 의미를 알아챈 지홍이 머리를 긁적인다. 하긴, 휘영의 입장에서 자신과 현우는 서로 존재조차 모르는 사이일 테니까.


“그게 말이죠. 설명하자면 복잡합니다. 나중에 물어보시면 대답해드리도록 하죠.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습니까?”

“…아……”

“충격이 크셨나 봅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맹해보이시네요. 이런 걸 두고 백치미라고 하나요?”

“……”

“흠. 평소 같으면 ‘이런 상황에 농담이 나와요?’ 라든가 ‘한국말이 도무지 늘지를 않으시네요.’ 같은 식으로 쏘아붙이셨을 텐데. 확실히 평소답지 않군요. 이건 맹한 게 아니라 멍~하다고 해야 하려나?”

“…가급적이면 참견하지 않으려 했지만… 쓸데없는 소리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오히려 그대가 아닌가 싶은데.”


처음 한 마디 이후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던 현우가 끼어든다. 둘 곳을 찾지 못한 채 불안하게 떠돌던 휘영의 눈빛이 그에게 닿는다. 현우는 그 시선이 ‘말 한 번 잘했다’라는, 혹은 그것과 비슷한 의미일 거라고 지레 짐작해 버렸다.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는 눈빛에는 다른 감정도 함께 담겨 있는 것 같긴 했지만.


“어쨌든… 일단 여길 나가야 할 텐데… 은휘영 씨는 그 다음에 어떻게 할 계획이신지?”

“…나갈 방법을 먼저 고민하지 않으시는 걸 보니… 그건 무척 쉬운 일인가보죠?”


어느 정도 제정신이 돌아왔는지, 휘영이 드디어 맥락에 어울리는 멘트로 말꼬리를 잡는다.


“들어오는 게 쉬웠으니까요. 나가는 것도 쉬운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보통은… 반대 아닐까요? 들어올 땐 맘대로였지만 나갈 땐 아니라고 생각하는 쪽이 일반적일 텐데요.”

“흠… 그런가? 근데 사실 제가 보기에도 어려운 것 같지는 않아서 말이죠. 게다가 아까 오는 길 내내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설령 제가 못하더라도 저 양반한테는 되게 쉬운 일일 것 같네요.”

그 말에 휘영의 시선이 다시 현우에게 향한다. 휘영의 시선을 따라 지홍도 고개를 돌려 현우 쪽을 바라본다.

“……”


짐짓 못 들은 척 딴청을 피우고 있었지만, 무덤덤한 표정과 여유로운 태도는 감추지 못한다. 말을 멈춘 두 사람의 시선이 자신 쪽으로 향해 있다는 걸 그제서야 알아차렸다는 듯, 현우는 변함없이 태평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제가 보기엔 딱히 부정하는 것 같진 않은데요. 은 경위님 보시기엔 어떠신가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자, 그럼 그 문제는 해결된 것 같으니 아까 했던 질문을 다시 드려보도록 하죠. 나간 다음에 뭘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지?”

“조금 전에…”


말을 꺼내려던 휘영은 순간 멈칫했다. 조금 전, 어둠 속에 떠오른 장면이 다시 생각났다. 그 순간의 지독한 무력감이 다시 치밀어오르는 듯하자 고개를 붕붕 내젓는다.


“그러니까… 조금 전에 어떤 영상… 같은 걸 봤어요. 이 자식이 절 흔들어놓으려고 무슨 속임수 같은 걸 쓴 모양인데… 여기 같이 온 동료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확인해봐야겠어요.”

“그 다음은요?”

“당연한 걸 물으시네요.”


휘영은 짤막한 대꾸와 함께 주먹을 쥐어서 들어보였다. 지홍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을 뻔한 걸 다시 주워 삼킨다. 자신이 알던 원래의 휘영으로 돌아온 듯한 건 다행이지만, 그렇다 해도 웃음이 끼어들 만한 분위기는 아니라고 판단했으니까.


“보아하니 체력적으로 지쳤던 것 외에는 별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만.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불편하신 곳이 있거나 도와드려야 할 부분이 있습니까?”

“전혀요.”

“그럼 일어나시죠. 저쪽으로 가시면 금방 빠져나갈 수 있을 겁니다.”


휘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 이곳저곳을 살폈다. 낙엽이 잔뜩 깔린 길을 뛰어와 여태 주저앉아 있었으니 옷이 엉망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옷매무새가 좀 흐트러진 것 외에는 깔끔했다. 기이한 노릇이었지만… 곧 잊어버렸다. 지금까지 보고 듣고 겪었던 것들 중 기이한 걸로 치자면 이 정도는 별 감흥이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앞서 걷는 휘영. 그 뒤를 따르는 사내 둘. 말없이 걷던 지홍이 문득 현우의 눈치를 잠시 살피더니 슬며시 걸음을 늦췄다. 그 모습을 흘긋 바라본 현우도 모른 척 속도를 늦춰 걷는다. 미묘한 차이 덕에 앞서가는 휘영과 어느 정도 간격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묻고 싶은 게 뭐지?”

“뭐야, 내가 묻고 싶은 게 있을 거라는 건 어떻게 안 거야?”

“간단하지. 그대가 먼저 내 눈치를 살폈으니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뜻일 테고. 그럼 나에게 뭔가 묻고 싶은 게 있어서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그대는 아는데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지는 않을 테고, 반대의 경우야 많을 테니까. 물론 나라고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설마 하니 뒤로 빠져서 단둘이 밀회라도 즐기자는 뜻은 더더욱 아닐 테고.”

“마지막 말은 구태여 하지 않아도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 나도 뱉어놓고 막 후회하던 참이네.”

“에휴…”


지홍은 ‘이래저래 이상한 사람’이라는 말을 덧붙이려다가 그만두고 본론을 꺼냈다.


“아까 은 경위님이 했던 이야기 말인데.”

“음?”

“동료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줬다고 했었던 거 말이야. 내 생각에는 그게… 흐음…”

“그건 진짜일 수밖에 없네. 속임수가 아냐.”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현우는 걸음을 유지한 채 예의 무덤덤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지홍 쪽을 빤히 쳐다본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는 표정.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감지 능력 덕분에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 조금 더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오랜 세월 쌓아온 방대한 지식. 수없이 반복해서 겪어본 많은 감정들. 이성과 감성 모두에 무덤덤해질 수 있다는 걸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해안가 절벽 위에 선 채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는 느낌이랄까. 크고 넓다는 것,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수면 아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는 까마득한 것과 같다고 할까.


…… 어쩌면 지홍의 능력으로 읽어낸 것이 아니라 현우 쪽에서 ‘그 정도까지만’ 열어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머릿속에서 복잡한 생각이 빠르게 스쳐가고 있을 때 현우가 입을 열었다.


“그대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서도 묻는다는 건… 확실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뜻일 테지?”

“……”

“부정하지 않는군. 하긴, 그래봐야 소용없었을 테지만… 아무튼, 이 흑막은 그대가 느끼고 경험한 그대로일세. 그대의 역량으로 아무 문제없이 길을 짚어나갈 수 있을 정도의 구조로 돼 있단 말이지.”

“그래서?”

“어렵게 생각할 거 없네. 단순한 무언가가 복잡한 일을 해낼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애초에 속임수로 그런 장면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건가?”

“역시 이해가 빠르군. 바깥쪽에서 일어난 일을 그대로 가져와 보여주는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야. 그냥 창문을 하나 가져다놓는 것과 같으니까.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꾸며서 보여주는 건 다르지. 비유하자면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영화를 한 편 찍어서 보여주는 일과 같지 않겠나. 그것도 보는 이를 완전히 몰입시킬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화 말이야.”

“아까 설명해줬던 대로라면 편법으로 흉내만 내서 만든 공간이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겠군.”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뭐… 정석적인 방법으로 만든 흑막이라도 가상의 장면을 보여주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네. 상당히 고차원적인 수법이거든.”


의문은 풀렸지만 답답함은 가시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휘영이 봤던 장면들이 거짓이 아니라면 그녀의 동료들에게는 이미 ‘무슨 일’이 생긴 셈이니까. 차라리 휘영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목적으로 꾸며낸 것이었다면 희망이라도 품어보겠지만… 이제 휘영이 겪어야 할 충격은 언제가 됐건 마주해야 할 현실이 돼 버린 것이다.


“은 경위님이 확인하지 못한 나머지 동료들에게라도 별 일이 없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군.”


용건을 마치자 지홍과 현우는 서서히, 아주 서서히  속도를 높였다. 여전히 아무런 낌새도 느끼지 못한 듯 앞서서 터벅터벅 걷고 있는 휘영과의 간격은 다시 자연스레 좁아진다. 처음 밀담을 나누기 위해 멀어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여긴 뭐 배경이 이따위야? 도깨비고 귀신이고 단합회 하자고 모여들겠네, 아주.”

“그러게요. 어두운 것도 어두운 건데, 묘하게 숨이 턱턱 막히는 듯한 기분도 듭니다.”

“아니, 기분이 아니라 숨은 진짜로 막히는 것 같은데. 고산지대에서 숨쉬는 느낌이랄까.”

“휴…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또 젊은 놈이 어쩌구 타박하실까봐 말 안 하고 있었는데.”

“기어오르는 본능이 살아있는 걸 보니 아직 괜찮은가보네 뭐.”

“농담으로 받아쳐주시는 걸 보니 팀장님도 아직 괜찮으신가보네요.”


주거니받거니 하며 영태와 진우는 걸음을 재촉한다. 두 사람 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 무던히도 애쓰고 있었지만, 내딛는 걸음 하나하나에는 확실히 무게가 실려 있었다.


사실, 주위가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는 건 진즉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어둠과 함께 따라오는 미지(未知). 그와 함께 따라오는 두려움. 그것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포장해낸 경계심…


하지만 비상식적으로 가빠오는 호흡과 그로 인해 확연히 묵직해진 발걸음에 잠시 힘겨움을 느끼는 사이, 감각의 공백이 찾아왔다. 다시 주위의 어둠이 인지범위 안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거의 칠흑과도 같은 어둠이 깔려버린 다음이었다.


영태는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던 낙엽 소리가 언제부턴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대신 맨땅 위를 내딛는 발소리만 희미하게 들릴 뿐. 왜? 라는 의문이 들어야 정상일 테지만, 함께 걷고 있는 진우의 윤곽만 겨우 보일 정도로 어두워졌다는 걸 인지하고 난 뒤부터 이성의 동작 속도는 현저히 느려져버렸다.


그믐날 가로등 하나 없는 곳을 헤매는 느낌. 잔뜩 차오른 긴장감. 어찌나 신경을 곤두세웠던지 뒷목이 뻐근하게 느껴질 정도다.


퍽.

어떤 것이 생각이고 어떤 것이 느낌인가. 다소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에 부딪쳤다. 앞서 걷던 진우의 등 어딘가에 박치기를 한 것이다.


“아이쿠. 뭐야? 갑자기 왜 멈춰서고 그래?”

“어… 그게요. 팀장님. 저~기 앞에…”

“앞에? 앞에 뭐?”


진우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자 희미한 인영(人影)이 눈에 띄었다. 잠깐… 사람 그림자라고? 이런 곳에? 아니… 잠깐만. 이런 곳? 이런 곳이 어디였지? 여기는 그냥 도시를 벗어나면 볼 수 있는 인적 드문 야산이 아니었나? 사람이 있으면 안 되는 곳은 아닐 텐데? …… 조금 전까지 하고 있었던 생각마저도 혼란스럽게 섞인다.


검은색 스냅백. 얼굴 거의 전체를 가리다시피 한 마스크. 옷차림은… 잘 모르겠다. 하여간 헐벗고 있는 건 아니니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음… 아무리 봐도 저희가 찾는 사람은 아닌 것 같죠?”

“걘 너보다 작잖아. 이 정도 거리에서 얼핏 보기에도 너랑 비슷하거나 더 커 보이는데?”

“하… 하하… 그렇네요. 이상하네. 이런 한적한 곳에 누가 있는 거죠? 설마 저희가 찾으려던 그놈은 아니…겠죠?”

“이렇게 대놓고 모습을 드러낸 걸 보면 둘 중 하나겠지. 무고한 사람이거나, 우리가 찾는 그놈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미친놈이거나.”

“어… 어쩐지 그놈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뭐죠. 이상하네.”

“… 그건 그렇다 치고, 진우야. 그보다 더 이상한 게 있어.”

“네? 뭐가요?”


가벼운 톤으로 말을 던지던 영태는 손을 입가로 가져가더니 한결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잘 생각해봐. 너, 지금 내 얼굴 잘 보이냐?”

“에이, 이 어두운 데 무슨… 지금껏 같이 걸어오셨으면서 무슨 말씀을 하시… 어… 어? 어어?”

“쉿, 소리 낮춰 인마. 이상하지? 바로 옆사람 얼굴도 잘 안 보이는 곳인데 저 자식은 모자며 마스크며 잘 보인단 말이지. 심지어 대략적인 키도 가늠할 수 있을 정도야.”

“… 와… 와, 저 지금 소름 돋았습니다. 안 보이시겠지만요.”

“농담 치는 걸 보니 쫄지는 않았구나. 다행이다.”

“그럼요. 팀장님 밑에서 먹은 짬밥이 얼만데요.”

“하하하, 기특한 자식. 근데… 내가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 겁 안 먹은 거랑 내 밑에서 짬밥 먹은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냐?”

“에이, 새삼스럽게. 팀장님 위에서 완전 찍히셨잖아요. 더럽게 빡센 현장 하면 최우선으로 투입되시는 게 우리 정영태 경감님 아니십니까. 실력 좋고, 배짱 좋고, 덧붙여서 비위도 좋고!”

“… 뭘까, 이 칭찬인 듯 칭찬 아닌 칭찬 같은 멘트는.”

“긴장하신 것 같아서요. 좀 풀어드리려고요.”

“거 참 눈물나게 고맙구나, 막둥이 새끼야.”


영태과 진우가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두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대체 무슨 속셈을 갖고 있는지 경계하는 건 둘째치고, 실체가 맞긴 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마침내 그가 움직인다. 겨우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릴 정도의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일단 목석이나 인형 같은 게 아니라는 건 확인됐다. 영태와 진우의 이야기가 끝난 뒤 약간, 아주 약간의 텀을 두고 보인 움직임. 마치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한 타이밍이다. 이어, 낮게 깔린 목소리가 공간을 가로질러 넘어온다.


[놓쳐버린 나머지 하나는… 아직인가? 이쯤이면 합류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계산이 빗나갔군.]

“음? 팀장님, 저 새끼 말하는데요? 나머지 하나? 아직? 무슨 의미죠, 저건. 우리한테 하는 말 맞나요?”

“나도 몰라, 짜샤. 근데 우리한테 하는 말은 맞는 거 같은데. 미치지 않고서야 허공에 혼자 중얼거릴 리가 없잖아?”

“어, 그게… 모로 봐도 미친놈 맞는 거 같아서요.”

“… 하긴…”

[뭐, 상관없겠지. 이봐, 거기 둘.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건가?]


뜬금없이 시작돼 맹렬한 마이웨이를 달리는 화법. 영태와 진우는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상황이라는 생각과, 지금 저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은 생각 사이에서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우리한테 말 건 거 맞네.”

“그러네요.”

“그나저나 쟤, 마스크 저렇게 쓰고도 말 잘 한다.”

“그러…네요.”




근 6개월만에 이어서 쓰는군요.

새롭게 구한 일자리에 적응하느라 그랬던 건 핑계고, 사실 전개에 관한 과한 욕심에 집에만 오면 퍼져버리는 게으름이 겹쳐 여기까지 와버렸습니다. 이제는 욕심을 버리고 가급적 빠르게 완결을 내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부디 올해 안에만 끝낼 수 있기를 ㅠㅠ

전체 연재작은 매거진 : 자칭 B급 판타지 소설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