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동공격과 능동공격
주의주의
: ①일반적으로 지식이나 지성보다는 의지를 우선시하는 사고방식.
②|철학|지성보다는 의지를 존재의 근본 원리나 실체라고 보는 철학적 입장이나 태도.
③|심리|의지를 심적 생활의 근본 기능으로 보는 심리학의 체계.
1-1-1. 나는 일상에서 ‘하고 싶어? 그럼 해. 안 해? 그러면 하고 싶지 않은 거야.’가 기본값인, 극단적인 ‘의지 만능론자’다.
1-1-2. 물론 당연하게도, 다른 대부분의 잣대와 마찬가지로 이것은 내 세계관, 나에게만 적용되는 논리다. '각자의 정답'이 따라, 이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1-2. 나는 모든 일에 대한 진행을 오직 두 부류, ‘포기하지 않았다/포기했다’ 이렇게 나눈다.
1-3. 성공에 대한 진행은 ‘성공했다/성공하기 전에 수명에 다했다’ 이렇게 나눈다. 하나는 성공했고 다른 하나는 성공하지 못했어도, 이 둘을 같은 가치 선상에 둔다.
1-4. 실패에 대한 진행은 ‘실패 중이다/시도를 중단했다’ 이렇게 나눈다. 양쪽 다 성공하지 못했지만, 둘을 같은 가치 선상에 두지 않는다.
1-5-1. 포기는 나쁜 것이 아니다. 때에 따라 오히려 좋은 것이다.
1-5-2. 정작 나쁜 것은 포기했으면서 아쉬워하는 것이다. 다른 기회비용을 위해 시도를 중단했다면 그뿐, 다른 것을 시도하며 살면 된다.
1-5-3. 정말 나쁜 것은 핑계다. 계속 시도할 만큼 원하지 않았기에 포기하고도 마치 남에게 빼앗긴 것처럼 뒤늦게 남 탓을 하는 일.
1-6-1. 하나의 조악한 예시지만, 그래서 내가 가진 ‘불면증’의 ‘특수 정의’는 ‘뇌의 병변으로 22일 간 1초도 잠들지 못하다가 결국 뇌가 쪼그라들어 사망하게 되는 병’이다. 단순히 ‘푹 잠들지 못하는’ 증세나 ‘오래 잠들지 못하는/금방 잠들지 못하는/자주 깨는’ 증세가 아니다. 왜냐하면 스스로를 불면증이라 말하는 모든 사람에게 ‘그래서 푹 자기 위해 1초도 잠들지 않고 몇 시간까지 깨어 있어 봤어?’라고 물어봤을 때 ‘72시간 이상 단 1초도 잠들지 않았다’라는 대답을 한 번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일반 정의'가 되지 못했다.
1-6-2. 그리고 왜 그렇게 물었냐면, 기절할 때까지 1초도 잠들지 않기 위해 온몸에 서른 개 이상의 피멍을 만들며 버티다가, 72시간쯤 후에 플러그 뽑힌 TV처럼 계단에서 쓰러져 버린 어떤 바보 새끼를 알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그 짓거리를 반년 이상 하다가 현재는 불면증 없이 잘 살고 있고.
1-7. 근데! 내가 ‘의지 만능론자’이든 말든, 이것을 남에게 어떻게 표현할지는 참 어려운 문제다. 나는 나에게 정답인 방법으로 타인을 질책하고 비난하지 않지만, 이런 문제는 단순하게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방식에 따라> 타인에게는 ‘수동공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1-7-2. 마치 얼마 전 잠시 유행하던 ‘왜 안 해? 그냥 하면 되잖아?’라는 밈처럼. 그 밈의 주인공이 내비친 사고의 흐름, 의사를 표현하는 표정과 말투, 말의 순서와 방식을 보는데 한참 예전에 이 문제에 대해 큰 고민이 없을 때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1-8-1. 나는 내가 ‘의지 만능론’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그런 내 모습을 스스로 만족스럽게 여기고 있고. 다만 아직도,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밝힐 때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지 분명한 답을 내지 못했다.
1-8-2. 그래서 이 나이가 되도록 최선 없이 차선과 차악으로만 땜질하는 중이다.
1-8-3. 남을 수동공격 하기 쉬운 주제에 대해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를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1-8-4. 그에 대한 내 차선책은 ‘물어볼 때만 말하기’다. 물론 차선보다 차악을 더 많이 사용하기는 한다. 차악책은… ‘뭐 어쩌라고 병신아’라고 (말로 하지는 않고) 쳐다보는 것이다. ㅋㅋㅋㅋ 놀랍게도 이게 최악책이 아니다.
1-8-5. 이것에 있어 내가 생각하는 최악책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고 싶을 때 / 말하고 싶은 자리에서 /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음에도 말한 후에 / ‘이걸 왜 안 해? 그냥 하면 되잖아?’라고 말하는 것이다. 보통 자칭 '기존쎄'의 어법이기도 하다. 실상은 그냥 싸가지와 예의, 타인에 대한 배려까지 세 가지가 골고루 없는 거지만.
1-8-6. 차선책은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타인이 공격 받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일이고, 차악책은 타인을 수동적으로 공격했을 수도 있는 일이라면, 최악책만큼은 이중 유일하게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남을 업신여기는 능동적 공격이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차악책이 더 시비조로 보이지만, 곰곰이 따져볼수록 최악책이 훨씬 더 질이 나쁘다.
1-9-1. 물론 이 순서에는 내 성격 탓도 크다. 누군가가 타인에게 부당한 피해를 끼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이 수동공격 당했다며 그를 비난할 때, 주눅 들지 않고 ‘뭐 어쩌라고’라는 식으로 대꾸하는 사람을 나는 좋아한다. ㅋㅋ 남자든 여자든 그와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1-9-2. 다만 이 세상에는 부당한 피해를 끼쳐놓고 염치와 눈치 없이 ‘뭐 어쩌라고’ 하는 사람이 훨씬 많기는 하다. 자칭 '기존쎄'들이 남을 긁어 놓고 늘 그런 표정이듯이. 그러다 보니 모든 ‘뭐 어쩌라고’가 싸잡아 욕을 먹기도 한다.
1-9-3. 근데, ‘뭐 어쩌라고’는 사실 참 좋은 삶의 태도다. '부당하지 않은 피해' - '그럼 내 자유' - '근데 뭐 어쩌라고'는 일상 전반이 명쾌해지는 훌륭한 의식 구조다. 이 체계를 어느 나이에선가 완성한 이는 그때부터 이 표현을 어떻게 하면 더 부드럽고, 더 표용적이고, 더 배려하며 말할 수 있을까만 고민하면 된다. 그 고민이 깊어질수록 아직 이 체계를 만들지 않은, 혹은 다른 체계를 가진 이가 수동공격 당했다고 덜 느끼게 될 테니까.
2. 조금 편협하게 생각해 보자면, 사실 '너는 왜 안 해?'만 안 해도 괜찮기는 하다.
2025. 10. 02.
| 젠장 또 길어졌어! 너 이 녀석, 시간의 강가 쪽으로 썩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