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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인계

2025년 10월 09일, 또는 16일

by 이한얼







30대가 끝났다.
마흔이 됐다.


2015년부터, 지난 10년은
대단히 농밀하고 오롯한
'혼자 있는 삶'이었다.

서울, 거제, 원주, 다시 서울, 그리고 진접으로
떠도는 과정이기도 했다.

기대하고 실망하고, 좋아했다 미워하고,
포기했다 다시 희망하는 연속이기도 했다.

더없이 나태하고, 여전히 치열하고,
과히 멍청했다가, 가히 대단한 나날이기도 했다.

전반에는 사람과 사랑이 싫어 도망다니다가,
후반에는 사랑과 사람이 도망가는 시기기도 했다.

여전하고, 동시에 조금씩 분명 나아졌고,
늘어난 부족함도, 줄어든 감정과 장점도,
체중, 주름살, 머릿숱, 피부 탄력 등이
제멋대로 늘거나 줄기도 하였으나,

10년 전 2015년의 그날과 확연하게 달라진 하나는
한결 단단해졌다는 것.

하나 더 꼽자면, 아마 이제는
제법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됐을 것.

하나 더 꼽자면, 두 가지 의미로 확실히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

하나 더 꼽자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른이 되던 날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라는 것.

하나 더 꼽자면, 무척 다행이기도 한편 안타깝기도 하지만
인간 자체가 그대로라는 것.

마지막으로 하나를 꼽자면,
여전히 사랑하고 기대하고 희망할 수 있다는 것.


숫자 하나 빼고 무엇하나 달라지지 않았기도 하고,
나 하나 빼고 전부 달라졌기도 하는, 마흔. 40대.

아직은 생경하지만,
온 마음으로 마중을 나간다.

내 스물과 서른에게 그랬듯이.
쉰과 아흔에게 그럴듯이.

조악하고 비루했지만
동시에 찬란하고 꿈결 같았던 이 시간을

30대를 담당했던 방금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오롯이 보낸다.

여전히 유약하고, 튼튼하다.
지금도 멍청하고, 대단하다.
그래서 아껴 키우고, 소중히 썼다.
어찌어찌, 여기까지 데려왔다.

너도 그래줘라.
그러다 50대 담당에게
곱게 넘겨줘라.

고생했다.
잘 부탁한다.

사랑한다.
고맙다.


우리의 생일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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