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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긴급]

feat 헌법재판소 (25.03.20)

by Emile Mar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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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不確實性, uncertainty)은 완전하지 않거나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래의 상황에 대해 정확한 정보나 발생할 가능성을 명확히 추정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불확실성(uncertainty) 위험(risk)의 개념은, 불확실성이 일어날 확률을 전혀 모르는 상태이고, 위험은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라는 점에서 엄밀하게는 같다고 할 수 없지만,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위험을 회피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종종 불확실성 = 위험의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흔히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 마주하고 있는 헌재(헌법재판소)의 선고 지연은 매우 불확실성을 키우는 리스키 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정치적인 문제가 정신건강에는 무척 좋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당장 나의 경제에는 그리 큰 위험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헌재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는 일정의 한계를 넘고, 원래 공언했던 말을 바꿔 총리의 선고 기일을 먼저 지정하자, 환율은 급기야 1470원에 다시 육박했다. 불확실성으로 예상했던 수순으로 갈 때보다, 내란, 탄핵 부결 때와 마찬가지로 20~30원이 높아진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리스크 증가를 가장 명시적로 보여주는 지표로, 결과적으로 우리 삶과 모든 경제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불확실성의 사례를 그대로 보여준 것은 엊그제 나온 서울시의 토지허가구역 재지정이었다. 이 역시 사람들의 예측을 벗어나, 해제와 재지정을 불과 한 달 사이에 번복하자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불신의 리스크는 커졌고, 경제에는 당장 타격이 되었다.


문제는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해야 할 만큼 법과 질서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졌다는 이다. 법원에서는 역시 예상을 뒤엎는 구속취소라는 희대의 불확실성 리스크를 보여주었다. 검찰도 예상을 벗어나 즉시항고하지 않음으로써 질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데 한몫하였다. 이제는 모든 법이 따라야 할 당위성을 상실한 채, 해석하는 자와 적용받는 자에 따라 모두 다른 매우 불확실하고 위험한 존재로 보이고, 한번 신뢰를 배반한 법은 불신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게 될 것이다.


내란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 리스크의 정점이었지만 그 이후로도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할 힘은 불확실성을 수습하기는커녕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는 쪽으로 역작용해 왔다. 마치 이 세계가 끝없는 혼돈의 불확실성으로, 자신의 잘못까지 빨아들여 망가지기를 원하는 것처럼 자해에 가까운 리스크를 키워가고 있으니 이 불확실성의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헌재가 그 불확실성에 도박을 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은 다행이다. 헌재의 잘못된 선택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증가시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엄청난 혁신과 혁명에 가까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다 가진 자들이 굳이 세상을 뒤집어서 가장 많은 것을 잃고 적은 것을 얻기 위해 도박을 할 요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뭐 하러 조금 더 먹겠다고 무리해서 불확실성에 배팅할 이유가 있겠는가? 다만 타짜들의 법이 늘 그랬듯이 지나친 속임수에는 손모가지를 끊어야 한다.


그러므로 헌재의 가장 바람직한 선택은 21일(금)이어야 다. 혼동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표하지 않았지만 그 날짜를 끝까지 밀에 부쳤다가, 처음에 공헌한 데로 총리의 선고 보다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정석이었. 만약 그렇다면 '서프라이즈'에 따른 잠시 불확실성도 용인할 의사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헌재 또한 말을 바꾸고 불확실성을 끌어올린 주범으로 역사적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가장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경제의 심판도 맞아야 할 것이다. 스스로 법과 질서를 바로잡을 기회를 놓아버리고 법의 타짜들에 부화뇌동하여 도박에 손을 담근 단지의 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결과는 바뀌지 않겠지만 늦어지는 결과라면 앞으로는 더욱더 어떠한 법질서도 불신하는 강한 후폭풍의 '불확실성의 시대'여는데 헌재도 일조했다는 오명을 떠안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법원도, 검찰도, 헌재도,  마찬가지로 법과 질서의 신뢰는 불신될 것이며 이는 이미 다 가졌었으나 불확실성을 높여 리스크에 배팅한 나머지,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뼈아픈 도박의 흑역사로 기록되리라 예언한다.


나쁜 놈 다음에는 항상 더 나쁜 놈이 등장한다. 그리고 더 더 나쁜 놈이 등장해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나쁜 놈이 알고 보면 가장 착한 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중에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나쁜 놈은 누구인지 아는가? 그것은 그 나뿐놈들로부터 지켜주고 같이 싸운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알고 보니 뒤통수친 불확실성이란 나쁜 놈이다. 헌재가 그 가장 나쁜 놈이 부디 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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