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솔로인 줄 알았는데 육식 유부

feat 나무의 시대

by Emile

문득 저자가 '나무' 전문가가 아니라 건축가 이거나 '기계' 전문가가 아닌지 이력을 다시 살핀다. '채식주의자'를 표방했지만 사실은 '육식'을 즐기고 있는 느낌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책은 '나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건축'과 '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다만 거기에도 나무가 쓰이긴 했다는 식의 부연 설명이다. 저자는 식물학, 생체역학, 통계학자로 또 다른 책 '나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중'을 가장한 '목사'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의심을 눈치챘는지 드디어 목재펄프에서 종이를 만들어낸 이야기가 나왔다. 18세기 초 한 프랑스 과학자가 말벌이 목재를 신체 분비물과 섞어 종이로 된 벌집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는데, 그전에 아마나 면화의 섬유를 통해 만든 종이와 이 목재 종이는 전혀 다른 것이었을까? 하지만 이 종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무'가 아니라 '철' 이야기의 의심을 피해 가기 위한 위장술에 불과한 것처럼 짧게 끝나고 말았다. 샐러드에 채소 보다 고기가 많으니 좋아해야 할 수도.


사족 : '나무에 관한 모든 것'을 기대했는데 앞에는 '원숭이'가 나오더니 뒤에는 '철' 이야기가 주로 나와 당황하고 있다. 채식주의자인 줄 알았은데 육식주의자, 에겐녀인 줄 알았는데 테토남, 커피인 줄 알았는데 홍차, 짜장면인 줄 알았는데 짬뽕, 솔로인 줄 알았는데 유부남인 것이다. 그래서 어느 때에도 이 책에 '나무의 시대'인 적은 없었다. 적어도 현생 인류가 출현하고부터는 더욱 그러했다. 그렇다면 '나무의 시대'는 언제가 될 것인가?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구상 '인간의 시대'가 저문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핵전쟁이나 바이러스로 인간이 거의 멸종된 후 비로소 지구는 진정한 '나무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음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곤 했으니까. 그러나 나무가 사라진 날, 더 이상 호흡이 불가능 함으로써 인간도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도 현재도 여전히 '나무의 시대'이며 인간은 단지 그 사이에서 더 작은 초목을 키운다고 하만서 기생하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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