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ile Sep 21. 2022

인어공주와 유방사

feat book 성스러운 유방사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리메이크 한 실사 '인어공주'에 흑인 인어공주를 등장시켜 논란이더군요. 이런 식이라면 왜 황인 인어 공주가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인어 공주의 꼬리는 상어 지느러미일까요, 잉어 지느러미일까요? 인어 공주가 백인어 인지, 흑인어 인지, 물고기들이 들으면 "그것이 뭐시 중한데?"하고 박장대소를 터뜨릴 일이지만, 물고기 세계에서는 '인어 공주'의 꼬리는 흉포한 상어 지느러미가 아니라 우아한 잉어 지느러미여 한다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한편으로 심청전에서 만약 혼혈 심청이가 등장한다면 그것은 또 어떨까요? 공양미 삼백석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 더 받을 수도 있겠지요.

인어공주

'인어 공주' 이야기가 나오니 문득 몇 해 전에 읽었던 책 한 권이 떠오릅니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도 '인어 공주'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기억이 나기 때문입니다. 흑인어, 백인어 논란에 못지않은, 무려 '인어 공주'의 가슴을 둘러싼 논란이었거든요.

흑인 인어와 실사판 배우

바다에서 올라온 건 마찬가지였지만 비너스가 조가비 위에 올라 가슴을 살포시 손으로 가리고 있는 모습과는 달리, 디즈니의 '인어 공주'는 애초부터 조가비로 가슴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바닷속에서 자유로운 물고기로 생활했던 '인어 공주'가 가슴을 가리고 있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에서부터, 뭍으로 올라와 인간의 세계와 접하며 인간의 규율에 맞추어야 했기에 '인어 공주'도 가슴을 가려야 했다는, 아무 쓸모없는 논란이 바로 이 책에 나와있었거든요.

비너스의 탄생 中 / 산드로 보티첼리

그 책은 '성스러운 유방사'라는 제목의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전에 이야기한 '마약책'보다 더 조심스럽게 읽어야 했습니다. '성스러운' 수식어를 애써 붙이기는 했지만, 그랬다 해도 그냥 대놓고 펼쳐 놓고 읽기에는 차라리 '마약책'이 나았습니다. 게다가 선입견이기는 했지만 저자는 말할 것도 없이 일본인이었지요. 그리고 '유방문화연구회'라는 다소 의문의 단체의 연구를 바탕으로 책을 저술했다고 하니, 이만하면 의심의 눈초리를 사기에 충분했지요. 까딱 잘못하다가는 읽다가 변태로 몰리기에 딱 좋은 책이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과 저자의 태도는 사뭇 진지하였습니다. 이런 걸 다 연구하고 책으로 쓰는 것이 의아해서 피식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쪽으로 문화가 발달해서 인지, 일본 이야기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유방 문화까지 역사적으로 연구하였지요. 왜 이 유방에 그토록 욕망을 투여했는지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렇다고 '인어 공주'의 논란에 대한 해답은 책을 다 읽을 때 까지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편견 없이 책을 다 읽었을 뿐이었지요.


어릴 적 서양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가슴을 풀어헤치고도 잘도 다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금기시된 것이 의문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주 꽁꽁 싸매고 다니던데 비하면 우리나라도 이제 보다 자연스러워진 모습을 보게 됩니다. 또 같은 신체 부위임에도 여성의 유방이 미적 숭배의 대상이 된데 비하여 남성의 유방은 기능의 퇴화뿐 아니라 미적으로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는 것도 의문인 점입니다. 셔츠 사이로 비추는 젖꼭지를 혐오하고 놀리는 것도 시각적인 것인지 정서적인 것인지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유방을 응원합니다. 백인어든 흑인어든 황인어든 상관 없이 그것은 모든 동물에게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성스러운 유방사 (어떻게 가슴은 여성의 얼굴이 되었는가?)

한줄 서평 : 몰래 읽는 유방사

내맘 $점 : $$$

다케다 마사야, 이라영(해제) 저 / 김경원 역 / 아르테 (2019.07)

매거진의 이전글 2122년 상남자를 지구상에서 제거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