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를 몰랐던 것은 '총 균 쇠'를 쓴 '재레드 다이아몬드'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사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의 연구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이유는역시 '총 균 쇠'에도 미지의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발 하라리'도 '재레드 다이아몬드'도 밝혀내지 못했던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의비밀을 놀랍게도 밝혀 낼 수 있는 단서를찾게 되었습니다!
그 해답은 우연히 접한 미드 '원헌드레드(100)를' 통해서였는데요. 이 드라마 어디에도 '호모 사피엔스'나 '네안데르탈인'인 같은 것은 등장하지는 않지만 바로 '인류'라는 속성의 통찰을 통해 드디어 그 비빌을 유추해 낼 수 있게 된 것이었지요.
'원헌드레드(100)'는 분량 면에서도 시즌7까지모두 100편에 달하는 방대한 시리즈물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급 대서사시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분량도 분량이지만 내용도 스펙터클 해서 정주행을 멈출 수 없는 드라마였습니다.
전체적으로는 2052년 핵전쟁으로 지구가 파괴된 후 우주정거장에서의 생활과 회복된 지구 정찰을 위한 100명의 송환, 그리고 다시 지구가 파괴된 후 다른 행성들을 거쳐 2281년 지구로 다시 생환 하기까지 무려 229년이라는 시간과 광활한 우주 공간을 넘나드는 광대한 여정을 담고 있는 대서사시라 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들 하나하나의 면면은 얼마나 기가 모두 다 그렇게 센지 정말 지구의 파괴와 인류의 멸종이라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법한 극단을 달리는 캐릭터 들만 모아 놓은 듯 보였습니다. 게다가 다들 갖고 있는 신념들은 어찌나 세었는지 항상 신념을 위해서라면 타협보다는 반대편을 몰살하는 것을 주저치 않고 그러면서도 살기 위해 배신과 굴복도 서슴지 않는 생존 제일주의 형 캐릭터들이지요.
'신념'이라는 것이 지나치게 극대화되고 대중화되면 그것이 종국으론 종교화 되는 과정도 잘 보여줍니다. 그 종교화 된 신념과 왕이라는 권력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요. 그리고 이것은 정치라는 미명 하에 전쟁과 투쟁을 거듭하게 만드는 동력이 됩니다. 유일신은 단일 권력과 동의어라 할 수 있지요.
그러므로 이 드라마는 곧 인류의 전쟁과 투쟁의 고대사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찌나 쉴세 없이 전쟁과 투쟁이 폭풍처럼 몰아치던지, 잠시의 쉴틈도 허락하지 않고 반목은 계속되고 주인공 일 것 같은 인물도 잠시의 방심에 쉴세 없이 죽어나갑니다. 그리고 전혀 주인공 같지 않을 것은 다른 인물들이 그 자리를 꿰차고 다시 주인공이 되기를 반복하지요. 현재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역사'의 아이러니한 모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서사시의 특징은 연대는 한참 미래인데 사실은 마치 고대의 인류였던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새대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호모 사피엔스' 이전의 원시사회를 옮겨 놓은 듯이 끝없는 전쟁과 피의 투쟁을 반복하지요. 그러다 어떤 인류는 결국 멸종을 맞기도 합니다. '호모 에렉투스' 같은 인류의 조상이 사라진 이유처럼 말이죠.
'원헌드레드'에서도 고대 사회와 같이 서로 마지막 인류임을 자처하지만 조금씩 뿌리가 다른 여러 종족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종족들은 자신의 종족이 살아 남기 위하여 다른 종족을 몰살시키는 것쯤은 전혀 주저하지 않지요. 물론 다른 종족으로부터의 위험이 잠시 사라졌을 때나 다른 종족의 힘을 등에 없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하여서는 같은 종족이라도 도륙 내기에는 예외가 없기도합니다만.
그런데 처음에 이러한 투쟁의 이유에는 '유한한 자원'이라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명백히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구는 핵전쟁으로 인하여 멸망하고 겨우 목숨을 부지한 소수의 인류는 극소의 자원을 놓고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서 싸워야 했으니까요. 미래의 사회를 가정하고 있지만 원시사회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유한한 자원 때문에 생존을 위해 전쟁과 투쟁이 끊이지 않았다면, 결국 나중에 충분한 자원을 가지게 된 경우도 싸움은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때론 정치적인 이유가 되기도 하고 때론 종교적 이유이기도 하고, 그리고 이제 단지 다른 종족, 겉모습은 차이가 거의 없지만, 단지 뿌리가 다른 종족을 멸종시키기 위해 살육이 계속되지요.
때로는 종족 간의 진화와 무기의 차이 때문에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거대한 자연재해나 우주의 습격에 맞서 종족 간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궁극에는 한 종족은 다른 종족을 결국 멸종 시킴으로 이 전쟁은 비로소 끝을 맺습니다. 마치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고 현생 인류의 유일한 조상으로 남은 것과 같은 이유이지요.
사실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단일의 조상으로부터 오늘날에 이르렀지만 거기에서 다시 분화된다른 종족 간에 전쟁을 계속해서 벌여 왔습니다. 인류의 유전자는 '종족'을 본능적으로 구별하고 다른 '종족'을 멸종시켜야 자신의 '종족'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합니다. 다른 '종족'을 생존 위협의 대상으로 '구별'하는 것이지요.
피부색이 다르다고 다른 '종족'으로 규정하고 지배의 대상 또는 멸종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였고, 유대인을 비롯하여다른 민족이라는 이유로 멸종시키려 했던 시도는 역사상 수도 없이 시도되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은 실제로 인류의 한 종족이 다른 종족을 거의 멸종시킨 근래의 예에 속한다 할 수 있지요.
인류는 가장 진화된 정점에 달한 종족인 만큼 꼭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다른 민족이라고 해서, 언어와 문명의 차이가 있다고 해서꼭 다른 종족을멸종의 이유로만삼는단순한존재는 아닙니다. 정치적인 신념과, 믿고 있는 종교와 신이라는 미명, 그리고 왕 이란 절대 권력자의 유지를 위하여도 다른 종족을 억압하고 멸종시키는 것을 서슴지 않는 보다 더 무서운 존재이지요.
한때 정치적 신념을 이유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핵무기를 통하여 정말 인류를 멸종 낼 것처럼 대치하였고, 종교 전쟁은 그 어떠한 전쟁보다도 다른 신을 믿는 종족을 멸종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왕 이란 절대 권력은 시대를 초월하여 왕위를 놓고 다른 왕을 옹립하려던 종족뿐 아니라 그 가능성까지도 무자비하게 처단하였지요.삼대와 구족을 멸한다는 말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니까요.
이러한 인류의 다른 종족을멸종시키려고 하는 전쟁과 투쟁의 유전적 역사와 특성을 볼 때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에 이르게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호모 사피엔스'가 가장 뛰어난 유전자를 가지고 진화된 문명을 지녔었기에 오늘날 살아남아 인류의 조상이 되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원헌드레드'에서도 그러했듯이 이미 그때까지 살아남은 종족은 진화와 문명의 정도가 유사했었기에 설령 '네안데르탈인'보다 '호모 사피엔스'가 뒤쳐진 종족이었다 해도, 배신과 함정과 계략 속에 더 앞서간 종족이라 해도 멸종시키고 살아남았을 수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원헌드레드'에서도 마지막에 살아남은 지구인의 후손이 가장 문명의 선두에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원헌드레드'에서도 지구를 떠나 우주 정거장에 살던 지구인이 결국 각기 다른 이유로 지구를 떠나 생존했던 다른 인류의 후손을 전부 멸종시키고 마지막으로 다시 지구로 귀환하여 지구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들이야 말로 '네안데르탈인'과의 전쟁에서 마지막에 살아남은 진정한 '사피엔스'라 할 수 있을 것이지요.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킴으로 인류의 멸종 전쟁은 끝이 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류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다른 동물과 달리 먹을 것과 유한한 자원 이외의 이유로도 멸종을 일삼는 무시무시한 존재입니다. 동물들은 먹이만 얻으면 다른 종족을 멸종에 이르게 하지도 않으며 다른 종족의 멸종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인류는 먹이를 위하여 경쟁자를 멸종시키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신념과 정치와 종교와 권력을 위하여 다른 종족을 멸종시키기도 하며, 그것이 같은 인류, 같은 종족이라도 조금만 모습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종족이라고 몰아서 멸종시키기를 기꺼이 행하는 존재입니다. 그 멸종 시도는 이미 이야기한 데로 역사 속에 수없이 반복되어왔었지요.
그러니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투쟁, 그리고 살육의 '멸종'의 역사 가운데 결국 깨달은 것은, "진짜 이러다가 다 죽어"라는 '오징어 게임'의 대사로 귀결됩니다. 그것은 이 '원헌드레드' 드라마의 시발점이 핵전쟁으로 말미암은 지구의 멸망의 역사에서 시작되듯이, '멸종'이란 인류의 본성이반복되면 결국 인류의 종 자체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멸종'에 대한 경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구상 가장 포식자의 위치를 점한 '사피엔스' 종족의 멸종 위험은 같은 '사피엔스'의 위협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만약 외계인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것은 다시 '멸종'이라는 전쟁과 투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사피엔스'라는 단일 유전자를 지닌 단일 종족으로 살아남았는데도 여전히 '멸종'을 추구하고 있는 인류가 만일 다른 모습, 다른 생각, 다른 신념을 지닌 종족이 나타나서지구를 통째로 내놓으라고 하거나, 공평히 나누어 쓰자고 한다 해도, 그들이 지구의 권력을 노릴 것 같고 생김새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신을 믿지 않는 이유만으로 '인류'는 그 종족을 '멸종' 시키려 얼마든지 달려들 것이분명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외계인이 나타나지 않는 다 해도 인류를 '멸종' 시키는 것은 인류 그 자신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사피엔스' 들은 자기 파괴적인 '멸종' 본능으로 인류라는 자신의 종족뿐 아니라 지구상 온 동식물 개체를 '멸종' 시키고 있으며그것이 결국은 유한한 자원의 쟁탈이라는 고대 원시사회로의 회귀를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마치 '원헌드레드'에서 핵전쟁 이후의 미래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그때 기억해야 할 대사가 무엇이라고요?
"진짜 이러다가 다 죽어!"
과연 '사피엔스'들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고 차지한 현생 인류의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까요? 풍요로운 성장을 통해 더 이상 '멸종'은 없다고 선언한 이 '문명'의 이점을 유지하게 될까요?
글쎄요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라던데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그래서 '원헌드레드'에서의 결말을 사실상 '멸종'의 포기라는 다소 의아한 끝으로 맺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의 실상은 작가가 "이러다 다 죽어!"를 말하고 싶었서였다고 강하게 유추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