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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Oct 07. 2022

투덜이 스머프는 어떻게 스머프 마을의 일원이 되었을까?

소설이라고 우기자

어릴 적 보았던 '개구쟁이 스머프'라는 만화영화에 보면 파파 스머프를 중심으로 익살이, 똘똘이, 허영이, 덩치, 욕심이, 편리,  화가, 낭만, 시인, 게으름이, 투덜이 등 무려 82개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어릴 적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가 하나 있으니 바로 '투덜이 스머프'입니다. 보통은 긍정적인 캐릭터를 그리는데 비하여 이렇게 부정적인 캐릭터를 꼭 집어넣어야만 했을까 이유가 궁금했거든요.


투덜이 스머프는 매번 "뭐뭐는 싫어"라고 항상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대뜸 대사를 내뱉곤 하는데, 특별한 역할이 없으면서도 이 대사 한마디로 뇌리에 강인하게 기억되는 캐릭터이지요.


이 '싫어 스머프'는 매사 부정적인 자세로 사회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캐릭터 같지만 당당하게 스머프 사회의 주요 구성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잊힐만하면 이 "뭐뭐는 싫어"란 대사를 랩처럼 던지거든요.


더군다나 '"뭐뭐는 좋아"라고 항상 말하는 긍정이 스머프가 투덜이 스머프 대신 오히려 스머프 마을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긍정이 스머프는 스머프 마을에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좋아 스머프'는 없는데 '싫어 스머프'만 있는 것이라고요.

투덜이 스머프는 어떻게 긍정이 스머프를 밀어내고 스머프 마을의 일원이 되었을까요?


추측하건대 이 항시 투덜거리는 스머프가 스머프 마을의 주요 캐릭터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투덜의 긍정적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강하게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투덜이 스머프 / 왜 항상 불만이야?

'투덜의 긍정적 요소'라니 모순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스머프 마을이라 해도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예스(Yes)! 인 것이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그것이 설령 파파 스머프의 말이라도 말이지요.

 

필요하면 용기를 내어 노우(No)!라고 당당히 말하고, 설사 그렇게 까지 못한다고 해도 투덜거리기라도 해야, 긴장이 해소되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긍정의 힘은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부정의 힘 또한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요.

세상은, 유리한 입장에 설 때에는 긍정, 좋아, 예스(Yes)!, 넌 할 수 있어! 를 훨씬 더 많이 외치게 하지만, 그렇지 못한 입장에서는 때론 부정, 싫어, 노우(No)!, 잘하세요!라고도 말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투덜이 스머프가 나와서 과감히 "뭐뭐는 싫어"라고 강하게 외쳐 주어야 막힌 곳이 뻥 뚫리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겠지요.


브런치 마을에는 익살이, 똘똘이, 허영이, 덩치, 욕심이, 편리, 화가, 낭만, 시인, 게으름이, 투덜이 스머프가 함께하는 스머프 마을 같지요. 다들 각자의 캐릭터에 맞게 오늘도 스머프 마을의 버섯집을 짓고 있는 듯하네요. "당신은 어떤 스머프인가요?" 저는 익살이 스머프 하고 싶습니다. 때로는 낭만 스머프가 되기도 하고, 가끔은 시인 스머프 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투덜이 스머프도 종종 자처합니다.


브런치 마을은 얼핏 평화로워 보이지만, 스머프 마을 밖에서는 항상 가가멜과 아지라엘의 노림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언제 가가멜의 수프가 되거나 아지라엘의 목구멍으로 넘어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지요.

그래서 투덜이 스머프는 오늘도 "뭐뭐는 싫어"라고 외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겠지요.

가가멜, 아지라엘 / 세상에는 가가멜이 왜 이리 많은지?

그러므로 한편으로는 이 이상하고 부정적인 캐릭터인 투덜이 스머프를 힘껏 응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 스머프가 있다면 투덜이 스머프 하고 친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투덜거림을 귀 기울여 듣고, 당당히 글로 투덜거리는 것이 한편으로는 작가 스머프의 숙명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용비어천가를 쓰는 작가도 있겠지만, 그래도 촌철살인의 검을 휘두르는 것이야 말로 작가 스머프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그래 스머프 마을에는 투덜이 스머프 같은 '싫어 스머프'가 꼭 하나쯤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투덜이 스머프가 긍정 스머프를 밀어내고 당당히 스머프 마을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지요.


근거 없는 낭설일 것 같지만 가가멜이 직접 알려준 이야기이니 만큼 믿을 만한 사실입니다.

그러고는 가가멜은 이렇게 말했죠.

"난 저 투덜이 스머프놈이 제일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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