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사진첩에서 지금까지 쓴 '글귀'들이 깔린 책상 사진을 발견하였습니다. 역시 회사 분위기와 다소 맞지 않는 컨셉과, 평범치 않은 생기 발랄한 기운 가운데, 이상한 글귀들이 주문처럼 주렁주렁 책상 유리 아래 끼워 있더군요. 'Prologue'에서 기억하고 언급한 것과 똑같아서 스스로도 미소를 띠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를 살게 한 글들'을 통해 그동안 모아 두었던 글귀들을 온전히 풀어서 글로 옮기기를 마쳤습니다.
지나고 보니 불과 '글귀' 몇 개들을 붙잡고 힘든 순간들을 이겨왔다는 것이 어이없기도 하고 과연 그렇게 힘들었었나? 하고 의심이 들 정도지만, 어려울 때는 작은 희망 하나가 생명을 살리고, 전쟁 중에는 백지장의 차이로 총알을 벋어나 살아나는 법이지요. 오히려 지금 "허허" 웃어넘길 수 있음이 다행입니다.
'글귀'들도 그때는 엄청 인상 깊어 보였는데, 지나고 보니 수많은 문장 속의 평범한 몇 줄에불과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것들에도 의미를 부여하면 생명을 얻기도 하지요. 마치 주피터 할아버지가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살아나게 했듯 말입니다.
이번 글쓰기를 통해서 멈춰줘 있는 과거의 '글귀'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현재적 생각을 바탕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데서 만족감을 느낍니다.
지난날이 폭풍우에 난파되고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가운데, '글귀' 하나하나가 꼭 붙잡고 헤엄 처서 살아나야 할 밧줄이나 구명 튜브 같은 것이었다면, 이제는 허우적거렸던 지난날들을 훌훌 털고 일어나 미래를 향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마치 배를 건조하는 것 같지요.
나무를 깎아 배를 만들고 물이 새지 않도록 칠을 하고 배에서 심장 소리가 들리도록 엔진도 달고 바람도 탈 수 있게 돛도 다는 과정은 힘들지만 무척 즐겁습니다. 배에 곧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지난 글귀를 모아 이제 겨우 작은 돛단배를 하나 만들어 보았을 뿐입니다. 삶이란 풍파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더 큰 배를 만들어야겠지요. 그리고 그 배를 힘껏 바다 위에 띄워 멀리 항해를 나가야겠지요.
그래서 앞으로도 좋은 글을 더 가까이할 생각입니다. 그것들이 언제나그랬듯이 배의엔진을 움직이는 연료와 바람을 타는 돛이 되어 새로운 땅으로 데려다줄 테니까요.
물론 배를 띄웠으니 물고기도 잡아야겠지요. 이전에는 파도를 피하기에 바빴거나, 마냥 너른 바다만 바라보며 감탄만 하였거나, 거기에 낚싯대 하나를 겨우 드리웠다면, 이제 먼바다에 나가 그물을 펼치고 큰 물고기를 낚아야지요.
앞으로는어떤 글들에 의지해 살아야 할지, 그런 글을 이제는 나도 쓸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막막한 바다 한가운데서 일출을 맞는 것 같은 기분이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해돋이에는 가슴 뛰는 기대가 있는 법이지요.
'나를 살게 한 글귀' 들이 이제 까지 나를 위한 글귀였다면 앞으로의 이야기는 '당신도 살게 할 글귀'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것이 모든 작가들이 바라는 마음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