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납니다. 이왕 떠나는 거 해외로 가지요. 그 나라의 박물관은 필수 코스이지요. 영국 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은 꼭 들려 봐야 합니다. 우피치 미술관이나 프라도 미술관도 빠뜨릴 수 없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도서관'은 둘러본 적이 없어요. 아마 도서관까지 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였을 겁니다.
이 책은 그런 시간 제약 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네요.
물론 박물관이나 미술관만큼 '도서관'도 좋아한다면 말이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저처럼 또한 '도서관'도 좋아하지 않을까요?
$ 도서관의 진화
저자가 다녀본 도서관은 중국, 미국, 대만, 핀란드, 일본의 도서관입니다. 세상의 도서관 전부는 아니지만 지역별로 묶여 있다 보니, 의도치는 않았겠지만, 도서관을 바라보는 각 지역의 시각 차이를 느낄 수 있지요.
이것이 이 책의 숨은 하이라이트지요.적어도 제 시각으로는요.
도서관의 중심은 물론 그 소장되어 있는 '책'이라 하겠지만, 빠질 수 없는 것이 그것을 담고 있는 '건축물'이지요.
이러한 경향은 책과 마찬가지로 도서관이라는 건물도 약간의 '지적 허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런데 도서관의 진화 단계에 따라 그 반영의 시선이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지요.
예를 들면 가장 최근에 도서관을 열기 시작한 중국은 도서관을 크고 웅장하게 짓지요. 누가 보아도 '나 도서관', '지식의 보고'야, 이렇게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도서관으로는 진화의 초기 단계로 느껴지지요. 그리고 또한 가지 특징은 소장한 장서의 '숫자'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지요.
그러다 점점 진화에 성공한 도서관은 실 생활과 가까워지면서 이제 '건물'과 '책'이 아닌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에 관심을 맞추게 됩니다. 도서관의 멋진 외양이 아니라 얼마나 이용하기가 쉽고 접근성이 있냐는 것이지요.
일본에서는 최근에 햇살이 아주 잘 들고 밖을 내다볼 수 있게, 전면을 유리로 하여 멋지게 도서관을 지었다지요. 그런데 내리쬐는 해가 너무 강해서 정작 이용자들은 안에서 양산을 펴고 부채를 들고 책을 읽어야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하지요. 아직 진화가 덜 된 도서관이지요.
저자도 아직까지 도서관의 3요소로 건물과 책과 사서를 꼽고 있지만, 아마 저자가 '사서'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이 책은 은연중에 도서관을 사서의 관점으로 바라고 있음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도서관 진화의 관점에서라면, 사서를 대신해서 이용자가 그 요소에 포함되었어야 싶지 않나 싶지요. 도서관은 '건물, '책'이 아닌 '이용자', 나아가서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즐거운' 공간으로 어우러짐이 있어야 할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곳인가요?
$ 도서관은 감옥
도서관은 차라리 '감옥'이었습니다. 그랬던 도서관이 즐거운 곳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요.
입시나 자격증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현실 앞에 도서관은 독서실의 확장판이었고, 지루하고 긴 공부 여정의 답답한 공간이었죠.
웅장하고 커다란 건물에 수많은 책들을 가둬놓고 '정숙'을 유지해야 하는 공간은 딱 '감옥'이란 표현이 제격이지요. 도대체 옥살이를 몇 년이나 한 것일까요? 20년 형쯤 되려나요?
그랬던 도서관이 비로소 '시험'의 부담에서 벗어나, 공부가 아니라, 마음에 들었던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되면서 드디어 '석방' 될 수 있었습니다. 감옥이 공원으로 재 탄생하게 된 것이지요.
한편으로는 도서관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그러한 것처럼 부자들의 공간이지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마음에 여유가 있는 마음의 부자들이나 이용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과 더불어 무료 궁전에 가깝습니다. 아~ 저 부자 된 것일까요?
$ 도서관의 미래
도서관의 미래는 어떠할까요?
종이책이 사라진 다면 그것을 보관한 도서관도 사라질까요?
그것은 도서관이 책을 모셔 놓은 장소가 아니라, 책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즉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책을보고 가고, 휴식 공간이 되고, 이야기하고 체험하게 만드는 '정숙'이 아닌 '활동'의 공간이 되리라는 점에서 미래에도 유효하리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 책도 돈과 마찬가지로 '유통'이 중요하지요. 지식의 유통입니다.
그리고 그 지식은 이렇게 또 다른 글을 만들어 냄으로써 무한 확장하게 되지요. 물론 도서관 밖으로요.
그런데 도서관에도 자본주의의 탐욕의 손길에 예외가 없습니다. 도서관에도 민간의 '이익' 개념을 도입한 일본의 예가 이를 잘 말해 줍니다. '위탁 경영', 그렇습니다. 바로 도서관에 '경영'을 끼워 넣은 것이지요.
이 '경영'은 도서관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요?
도서관에 '스타벅스'를 들여놓습니다. 단순히 보면 커피도 사 먹고, 책을 판매하여 수익을 도서관을 위해 쓸 것 같지요. 하지만 역시 자본주의는 '탐욕'이 그렇게 순수 할리는 없지요.
도서관의 좋은 자리는 이제 커피를 시켜야 앉을 수 있게 되지요. 수익으로 책들이 평가받고 수익을 올리지 못한 책들은 구석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책들의 위치와 이용자의 자리는 이렇게 상업적으로 재 배치되고 말지요.
아이디어는 그럴싸했는데, 도서관은 아무래도 자본주의와는 극단의 성질이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이런 것이 마냥 좋은 '경영자'가 언제 나타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도서관을 전면 '유료화'할 수도 있겠지요. 수익을 못 내는 도서관은 다 문을 닫을 수도 있습니다. '분서갱유'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요.
그렇다면 도서관은 좀 더 지켜야 할 무엇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은 우리나라에서 도서관이 가장 많은 지역이라곤 하지만 인기 있는 책 하나 대여에는 아직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지요. 지방에는 아직도 도서관이 흔치 않습니다. 그래도 많이 좋아지긴 했습니다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답답한 감옥이 아닌 즐거움과 여유의 공간으로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도서관이어야겠죠. 돈은 없어도 누구나 즐겁게 책 한 권 볼 수 있는 여유는 있어야겠습니다. 교과서나, 부자 되는 법 이런 골치 아픈 책 말고요.
박물관, 미술관과 함께 도서관도 공원의 일부라 생각하지요. 나무도 꽃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림도, 책도 좋습니다. 발걸음 닿는 가까이에 공원과 같은 도서관이 있는 동네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