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커피만 홀짝이며 쌉쌀 또는 달달한 낭만을 즐겼는데 언제부터인가 커피와 함께 먹는 빵을 도무지 거를 수가 없습니다.
이쯤 되면 커피를 위해 빵을 먹는 것인지 빵을 위해 커피를 먹는 것인지 알 수가 없지요. 사실 빵은 너무 맛있는 나머지 커피의 본연의 고독한맛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상당히 반감시킨다고 여겨왔습니다. 따라서 커피는 홀짝이며 단독으로 먹어야 제맛인데 빵은 그런 커피의 고고함 마저 무장해제 시키고 말기 때문이니 여간 골치가 아닐 수 없지요. 더군다나 커피에 적셔진 빵은 게눈 감추듯 목구멍으로넘어가 커피 맛을 음미할 여유도 없이 정신 차려 보면 커피잔은 빵과 함께 홀라당 비어 있기 십상입니다.
커피와 함께 먹는 빵은 식빵이나 모닝빵에서부터롤케이크와파운드케이크,베이글, 스콘, 에그타르트, 소금빵, 카스텔라, 피자, 샌드위치 등 빵의 종류를 가리지 않습니다.
특히 아침으로는 항상 빵과 커피를 마시는데 주말이면 오후 티타임 마저 빵이 함께 생각나 곤욕입니다.
학교 가는 길목에 딱 위치해 자리 잡은 빵집에서 나오던 빵 굽는 냄새는 등굣길 아침을 매일 구수하게 적시었지요. 시간이 지나 출근길 길목에도 빵집이 자리해 빵냄새의 유혹은 한동안 계속되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오븐에 굽는 빵냄새도 장난이 아닙니다. 어느덧 집안 가득히 들어찬 빵 익어가는 냄새는 이 냄새를 환기시켜야 할 것 같은 부담과 동시에 더 오래 맡고 싶기도 한, 거부할 수 없는 향기라 할 수 있지요. 빵 냄새에 취한 여유로운 아침을 맞을 때면 식기 전 빨리 보드라운 빵 조각을 떼어 입에 물고서는 이 고소함을 음미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물론 그 빵의 취기를 깨우는 것은 커피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빵에 대한 역사 이야기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 대신 그냥 일반 역사가 나머지 이야기를 채웠지요. 이스트가 부족해 발효가 덜된 빵 같습니다. 책에도 소개된 플랫 브레드인 셈이지요. 빵에 대한 세계사는 책 뒷면의 요약만으로도 충분할 듯싶습니다.
다만 빵 이야기를 읽으며 빵만 더욱 고파졌다는 것이 결과이겠네요. 커피를 내려야겠습니다. 별수 없이 오늘도 빵이 커피와 함께 하게 되겠네요. 빵이라고 쓰고 살이라고 읽습니다. 빵이 배에 자꾸 붙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