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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Sep 30. 2023

명절은 전쟁이었다

명절은 전쟁이었다

명절때는 잘 먹고 잘 자다가

갑자기 전쟁이 일어나곤 했다

그렇다고 전쟁의 이유는 시원치 않았는데

아주 사소한 꼬투리와 말다툼으로 시작해

초가삼간을 다 태울듯한 전쟁으로 번지곤했다


그래서 명절이 싫었다

평일이라면 대수롭지 않았을 일들이

명절만 되면

텔레비전 명절특집 같은

무협영화가 곧 방영될것만 같은

전운이 안마당에 돌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동서 남북 상하 좌우 전쟁이라해도

명절이 끝나면

언제 그랬나 싶게

전쟁은 싱겁게 끝나버리곤했다

마치 명절이라서 의례것 벌였던

전쟁이었던 것처럼


명절에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너무 오래 마주 있으면 안된다

명절에 전쟁을 원치 않는다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것이 좋다

평화주의자라면 오히려 혼자있기를 추천한다

왜냐하면 명절은 전쟁이기 때문이다


이제 명절은 평화다

명절에는 때 아닌 불조심을 한다

명절에는 바이러스가 아니라도 거리두기를 한다

명절에는 스스로를 삼가고 평소라면 하지 않던  명상을 한다

텔레비전에서도 이제 무협영화를 방영하지 않는다

전쟁의 신 명절은 죽었다

명절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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