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빛이 드는 종로 어귀의 한 여관에 같은 숨을 쉬는 남녀가 있었다. 망가진 드라이기, 노래방 번호가 적혀있는 초록색 라이터, 조금 노래진 벽지로 둘러싸인 그들의 공간에서 그 둘은 참 많이도 신혼집이 이만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남녀의 체온이 달라 목욕물이 뜨거워도, 껴안고 잠을 잘 때 땀을 계속 흘려도, 남자는 당신과 살갗을 떨어뜨리고 싶지 않아 했다. 햇살에 깬 남자는 흐트러진 이불을 여며주고, 그 소리에 여자가 웃는다. 그들만의 느린 아침이 그렇게 천천히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