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조금 더 좋은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화가 날 때 조금 더 차분히 얘기하고, 서로를 더 이해하려고 노력해보는 사람이었다면. 익숙한 사람에게서 받는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게 긴장이 아니라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었다면. 그래서 내 행복한 추억의 회상 뒤에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너를 그리워할 때 그런 나를 설득하고 방해해야만 하는 내 안의 내가 없다면. 온전히 당신을 그리워만 할 수 있다면, 어땠을까.
너를 사랑하되 우리가 왜 불행해졌는지를 기억해서, 다시 만날 수도, 아주 잊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서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상태가 되지 않았다면. 내가 너나 다른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있었다면. 나는 너를 조금은 덜 미워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