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su Feb 09. 2023

철학 3

나는 철학이, 철학의 문제를, 철학 내부에서만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철학이 모든 학문의 뿌리이자 근간이라고 말은 하지만, 그러한 프라이드만을 가지고 다른 학문에 대해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입장을 가지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아 쓴 글이 내 학사 졸업 논문, 「윤리학에 대한 비윤리적 접근」이었다. 지금 와서 다시 보면 펼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부족한 논문이지만, 그 문제의식 자체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철로에 묶어놓고, 칸트의 의무론이나 공리주의자들의 결과론적 입장을 소개하며 말장난하는 것을 넘어, 도덕은 진화에 의해 발생한 문화양식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하며, 특히 사람들은 윤리적 문제에 민감하기에 윤리학을 연구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도덕적이고자 하는 욕망’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 논문의 주된 요지였다.


그리고 이 논문은, 논문발표회에서 교수님들에게 처참하게 까였다. 논문발표회 때 안 까이는 논문이 있겠냐마는, 나는 내 논문에 대한 지적 자체보다는 그 지적의 내용에 다소 실망했다. 가장 실망스러운 지적은, “이것은 철학이 아니다.”하는 지적이었다. 어떠한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보고 다른 분야를 접목하려는 시도 자체가 이곳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철학을 공부한 모든 기간을 통틀어 어느 때보다도 강한 회의감이 밀려왔다.


나는 철학을 계속해야 하는가. 철학으로 대학원을 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쇼핑몰 야간 보안팀에서 일했던 3년의 시간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시간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