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제안하는 공황장애 사용설명서

공황장애와 공존하는 간호사 이야기

by 김널스

‘공황장애를 사용한다’
처음 들으면 어딘가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다.
병을 사용한다니.

하지만 공황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이 표현은 다른 의미로 다가갈 것이다.


어차피 벗어날 수 없다면,
그것을 적으로만 두지 말고 하나의 도구처럼 사용할 수는 없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공황장애는 나를 무너뜨렸지만,
그 무너짐 안에서 나는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고통은 때때로,
사유의 출발점이 된다.


먼저, 공황발작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이 병의 가장 전형적인 얼굴이다.

처음 겪는 사람에게 그것은 공포 그 자체다.
몸은 무너지고, 숨은 끊기고,
나는 이대로 죽는 건가, 하는 공포가 머릿속을 장악한다.

하지만 이 공포는 단발로 끝나지 않는다.
발작은 되풀이되고,
공포는 예고 없이 반복되며 사람을 절망으로 몰고 간다.

그 절망은 곧 우울로 이어지고,
우울은 다시 자책과 무기력이라는 이름으로 하루를 짓누른다.

그렇게 삶은 조금씩 무너진다.

일상이 침몰한다.


여기서 가장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약물치료다.

약은 나쁜 게 아니다.
그건 기초공사에 가깝다.
정신이 너무 무너지면,
말도, 위로도, 상담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니 우선, 약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


물론, 약을 먹는다고 바로 증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약을 찾고, 용량을 조절하고,
몸에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건 며칠 만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그 사이 급성 증상이 나타날 때는

‘필요시 복용약’이 도움을 줄 것이다.
그 약은 긴급용 안전벨트 같은 것이다.
치료의 방향은 그것과는 또 다르다.


공황발작은 예측 불가능성으로 더욱 무섭다.
시간도, 장소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무언가 잘못될 것 같은 예감이 들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그때부터 정신은 백지장이 된다.
공포는 절정을 향해 달린다.
어느 순간, 죽을 것만 같은 공포가 몰려온다.
하지만, 반드시 끝이 온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것이다.

공황발작은 반드시 끝이 있다.
그 사실을 머리로는 알지만, 몸은 믿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공황발작은 죽지 않아요.”
하지만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겪어보지 않았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말이 진짜였다는 걸 몸으로 깨달았다.

그게 바로 인지행동치료가 하는 일이다.
‘생각’을 ‘체험’으로 바꾸는 것.


하지만 이 치료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고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약물치료와 병행하는 걸 추천한다.

인지행동치료의 방식은 다양하다.
틀에 박힌 정답은 없다.

누군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이고,
누군가는 책을 읽으며 혼자 훈련할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쌓이고 축적되면 결국 생각은 달라진다.
그 변화는 느리지만 분명히 온다.


나는 심리상담도 권하고 싶다.

상담은 내가 보지 못한 나의 결을 비추어주는 거울이다.

처음엔 아무 말도 못 할 것이다.
하지만 상담사가 적절히 완급을 조절해 줄 것이다.
빠르게 밀어붙이지 않는다.
무의식을 건드리는 건 그만큼 섬세한 일이기 때문이다.

회기가 길어질 수도 있다.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길은 결코 헛되지 않다.
신뢰하는 만큼 상담은 마음의 뿌리 깊은 곳에 닿는다.


다양한 치료를 거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몰랐던 나를 만나게 된다.

강점.
단점.
억눌려 있던 감정.
방어기제의 패턴들.
그리고 결국,
그토록 부정하고 싶었던 나의 진짜 얼굴.

그 얼굴과 마주했을 때 우리는 말할 수 있다.

공황장애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다고.


공황장애는 고통 그 자체였지만,
나는 그 안에서 나를 다시 배우게 되었다.

무작정 부정하고 미워하기보다 이제는 공존하는 방법을 찾고 싶다.


그게 내가 말하는 ‘사용설명서’다.
공황장애를 적으로 두지 않고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기술.


이 설명서는 정답이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다고 그것이 틀린 것도 아니다.


이건 단지 내가 내 방식대로 살아온 기록이고,
누군가가 조금 더 수월하게
자신만의 사용설명서를 써 내려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렇게 적어두고 싶다.

“공황장애에 휘둘리지 마세요.
주체는 언제나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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