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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널스 Sep 18. 2023

누군가에게 제안하는 공황장애 사용설명서

공황장애와 공존하는 간호사 이야기


공황장애를 사용한다는 말은 말도 안 되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공황장애와 공존하는 누군가에게 공황장애를 앓고 살아가는 동안 올바르게 공황장애를 이용한다면 자신을 더 이해하고 사랑해 줄 수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의 주변인이 되어 그들에게 충분한 위로를 제시해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먼저, 공황장애의 대표적 증상인 공황발작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처음 공황발작을 겪게 되면 꽤 큰 공포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후 잦은 공황발작으로 이어지는 사람들은 공포감의 연속에서 절망에 빠져있을 것이고 이러한 절망은 우울감이라는 느낌을 가져온다. 우울감 외에도 나도 겪어보지 못한 다양한 감정이 찾아와 괴롭힐지도 모른다.


이러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공황발작의 연속에서 우선 가장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약물치료다. 약물치료는 절대 나쁜 것이 아니고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약물치료로 증상을 어느 정도 조절하게 되어야 다른 치료를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약물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다른 치료에 비해서는 빠르게 증상이 나아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약을 먹기 시작하였다고 바로 증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약물마다 효과가 나타나는 기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증상에 맞는 약을 증량하면서 유지용량을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게 되고 그 시간은 하루, 이틀처럼 단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급성 증상 때 필요시 먹는 약이 처방될 것이고 그 약으로 급성 증상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공황발작이 나타나는 패턴이 정해져 있지 않아 꽤나 괴로울 것이다. 공황발작이 이유 없이 찾아와 괴롭히는 것에 진절머리가 날지도 모른다. 시도 때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불쾌한 손님인 공황발작은 머릿속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백지장을 만들어 버린다.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시달릴 것이고 극한의 불안을 맞보게 되면 공포감이 절정에 치달을 것이다. 그렇게 공포감의 절정에 치닫게 되어야 공황발작은 끝이 난다. 이런 시간들이 짧게는 수분이 걸릴 것이고 길게는 한 시간이 넘어갈지 모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끝이 난다는 것이다. 아마 주변인이나 의사 선생님에게서 이 포인트를 한 번쯤 듣게 되었을 것이다. 이 언급을 들었을 때 겪어보지 않았으니 그 고통에 끝이 있을 거라는 말을 쉽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른다. 그들은 겪어보지 않았기에 그 말을 쉽게 전할 수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그 말이 사실 정답이다. 끝나지 않는 공황발작은 없다. 그 공황발작에 끝은 있다. 이 사실이 지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깨닫게 되게 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렇게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변화시켜 주는 것이 인지행동 치료이다. 인지행동치료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행동과 사고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인지행동치료를 받는다고 바로 공황장애의 증상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약물치료를 먼저 시도하고 증상을 조절해 가며 하기를 권장한다. 인지행동치료에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사소한 방법일지라도 행동과 사고방식을 변화하기 때문에 틀에 박혀있는 정형화된 치료는 없을 것이다. 전문기관을 찾아가 치료를 받는 방법이 있지만 여의치 않는 상황에서는 관련된 책을 사서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러한 지식들은 당장 자신을 바꾸지 못할지라도 쌓이고 쌓이게 되면 언젠가 분명 자신을 바꾸게 될 것이다.


심리상담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 상담은 자신이 생각하지 못하였던 포인트를 발견하게 한다. 심리상담을 받는다고 무조건 포인트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상담사를 신뢰하고 상담의 회기를 끝까지 진행하며 충실하게 임하게 된다면 포인트를 발견할 것이다. 상담사는 내담자의 반응을 봐가며 완급을 조절해 상담을 진행할 것이다. 빠르게 쏘아붙이는 상담은 내담자의 무의식을 빠르게 건드리게 되고 내담자는 견디지 못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훈련된 전문상담사는 내담자의 무의식을 충분하게 끌어올리기 위해 회기를 길게 진행할 수 있다. 회기를 진행하는 내내 소득 없이 돌아간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상담사는 완급조절을 하는 것이기에 신뢰하며 회기를 진행하기 바란다.


다양한 치료를 진행하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인지하지 못하였던 성격의 강점들과 단점들, 스트레스 원으로부터 자신을 가리기 위해 다양하게 펼쳐졌던 방어기제들, 아파서 몸부림치다 못해 곪아있던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면 공황장애를 잘 사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공황장애를 앓으면서 그 고통 속에 갇혀 부정적인 것에 사로잡히지 말고 올바르게 사용하여 다양한 나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발견한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게 만들어야 한다.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하지 못한다면 공황장애와 공존하는 것이 어려울 지도 모른다. 공황장애와 공존하는 삶은 생각보다 쉽고 생각보다 어렵다. 공황장애에게 압도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누군가가 공황장애에게 휘둘리지 말고 주체가 되기를 바라며 공황장애 사용설명서를 나열하였다. 어떤 누군가는 나의 사용설명서가 이해되지 않을지 모른다. 이해되는 것이 정답이 아니며 이해되지 않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사용설명서는 참고사항에 불과하기에 내가 겪은 공황장애라는 친구를 다른 누군가는 더 쉽게 사용하기를 바라며 사용설명서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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