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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널스 Sep 18. 2023

누군가와 나에게 쓰는 편지

공황장애와 공존하는 간호사의 이야기

나는 처음 나의 이야기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나의 이야기가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 위로와 한 편의 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내가 힘들었던 만큼 같은 상황에 놓인 누군가도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기에 그 힘듦을 덜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공황장애와 누군가의 공황장애는 다를 것이기 때문에 내가 겪어낸 것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고 내가 겪어낸 대로 견뎌내며 이겨내라고 말할 수 없다. 나와 누군가는 같은 질환으로 힘들어할 뿐 다른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앞서 주변인들에게 전한 편지들에서 방관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전달한 바 있다. 주변인의 역할은 곁을 맴돌아 주는 방관자일 뿐이다. 아무리 주변인이 공감과 지지를 해주어도 그 아픔을 오롯이 견뎌내야 하는 것은 본인이고 그 아픔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도 본인이다. 주변인은 그저 누군가와 내가 지쳐서 쓰러지지 않도록 도움을 건네주는 것뿐이다. 나도 이 사실을 깨닫는데 오래 걸렸고 나와 가까운 주변인에게 온전히 의지하려 하였던 순간이 길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나로 인하여 나와 가까웠던 주변인은 힘들어하기도 하였다. 나를 공감해 주고 지지해 주었지만 나의 아픔이 전이되어 힘들기도 하였고 온전히 의지하려던 나로 인하여 일상이 변화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나도 증상을 더 키울 뿐이었고 나의 감정에 충실해지다 못해 그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듯하였다. 주변인에게 의지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사람은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에 익숙하다. 아픈 누군가와 나는 더더욱 의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온전한 의지는 오히려 독이 되기 쉽기에 주변인들은 나와 누군가의 곁을 맴돌아 주는 방관자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견뎌온 누군가와 나는 앞으로도 잘 견딜 수 있다. 견디고 있는 우리는 정말 강한 사람들이다. 그 고통 속에서도 견디며 살아오고 있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이기에 우리는 나약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스트레스 원을 분출하지 못하여 몸이 견디다 못해 신체적 반응으로 질환이 나타난 것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본인을 가장 우선시하게 된다. 그렇기에 다양한 스트레스 원으로부터 상처받지 않으려고 무의식은 여러 방식으로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그렇게 그 당시의 스트레스 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나 발산하지 못한 스트레스는 신체에 쌓이고 쌓이다 어느 순간 폭발한다. 그저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무의식이 했던 행동들이기 때문이고 생리적인 반응에 불과하다.


아마 누군가는 그동안 자신을 탓하거나 못난 모습만을 바라보며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있을지 모른다. 혹 누군가는 환경을 탓하며 자신의 질환이 나타난 이유를 찾을지 모른다. 내가 약물 때문에 나의 질환이 악화되었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던 것처럼 자신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는 방어기제의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편지를 읽으면서 머리로는 이해하려 해도 마음으로 와닿게 되는 것은 오래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나의 편지가 누군가의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만의 헛소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의사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들, 책에서 읽은 말들과 주변에서 해준 이야기들이 당시에는 받아들이지 못하였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의 상황이 바뀌게 되면서 받아들이게 된 것이 많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상황이 바뀌어 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편지의 마지막으로 내가 나와 누군가에게 가장 하고 싶은 짧은 한마디 말이 있다.


“잘 견디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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