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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널스 Sep 17. 2023

누군가의 주변인에게 쓰는 편지 - 부모님

공황장애와 공존하는 간호사의 이야기

나의 부모님에게



그동안의 나는 나의 부모님에게 나의 질환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였지만 나의 증상들에 대해서는 한 가지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 이유는 ‘괜히 걱정하게 될까 봐’였다. 나는 어린 시절의 상황 상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 아이로 자라게 되었고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부모님에게는 괜한 걱정거리 하나가 추가될 거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이 지나고 성인이 되었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나에 대해 밝히고 싶었던 순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번씩 찾아오는 공황발작에 견디다 못해 무너질 때면 나는 나를 알리고 위로를 받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 관한 것은 입 밖으로 말 한마디를 내뱉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나는 나를 감추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렇게 지내 왔기 때문에 괜히 이야기를 꺼내서 걱정거리를 추가할 바에는 나를 감추는 것이 속 편하였다.


그렇게 부모님의 눈에는 나는 아무 문제없는 자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서 씩씩하게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공황장애로 아픈 내색 한번 하지 않았고 정말 힘든 것이 있어도 진지하게 이야기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나의 글이 부모님에게 닿게 되면 꽤 큰 충격으로 다가올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한마디 말한 적 없던 아이가 나의 상황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니 말이다. 어쩌면 나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아파할지도 모른다. 내가 어릴 적 일 년에 한 번꼴로 찾아왔던 공황발작으로 인해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할 때 함께였으니까 말이다.


내가 현재로서 부모님에게 나의 글을 보여주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부모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


부모님은 어린 삼 남매를 의젓하게 키우기 바빴고 그 상황에서도 우리에게 늘 최선을 다했다. 부모님도 부모가 된 것이 처음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 힘든 상황에서도 셋다 씩씩하게 자라 내었고 온전하게 다 양육하여 세상에 내보냈거면 성공한 것 아닐까?

그래도 의지할 수 있게 늘 그 자리에 있어줬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하다.


어릴 적부터 이제 까지 모두 나의 몫이다. 당시 숨기기로 생각한 것도 나였고 나중에 알게 되고 나서도 표현하지 못하고 감춘 것도 나였다. 누군가의 탓이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온전한 내 탓도 아니다. 어쩌다 보니 흘러간 상황에 맞게 나는 이겨내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의 부모님에게 부탁해야 할 것은 내가 나의 몫을 해낼 수 있게 그저 나를 묵묵히 바라봐주는 것과 응원해 주는 것뿐이다.


누군가의 부모님에게



어디선가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우울장애 등으로 힘들어하는 누군가의 부모님에게 편지를 쓴다. 어떤 누군가는 나처럼 밝히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떤 누군가는 정신질환으로 힘든 모든 것을 공유하며 함께 이겨내나 갈 수 있다. 아마 가장 힘든 것은 누군가 본인이겠지만 그 곁을 지키는 부모님의 마음도 힘들 것이다. 아직 육아를 해보지 못하였고 결혼도 하지 않는 나로서는 부모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리고 공감해내지는 못할 것이다. 내속으로 낳은 나의 아이의 고통을 나눠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아픔이 얼마나 클지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나는 누군가의 부모님에게 편견에서 벗어나서 옆에서 아이를 지지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대게 부모님 세대의 가장 큰 편견은 나의 아이가 나약해서 그런 병이 찾아온 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분명히 원인은 존재한다. 나약함은 원인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병을 이겨내고 있는 누군가는 정말 강한 아이다. 나약하면 절대정신질환을 이겨낼 수 없고 견디고 있는 누군가는 단단한 사람이고 흔들리지 않는 나무 같은 사람이다.

나의 글에서 보듯이 그 증상은 정말 상상을 뛰어넘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겪어보지 않으면 그 누구도 그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고통을 견디고 질환과 싸우고 있는 누군가의 옆에서 지지만 해줘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나는 자부하고 그렇게 옆에서 지켜주기를 나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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