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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널스 Sep 17. 2023

누군가의 주변인에게 쓰는 편지 - 친구

공황장애와 공존하는 간호사의 이야기

나의 친구들에게



나는 나의 친구들에게도 나의 이야기를 전부 한 적이 한 명도 없다. 대학생 시절 나의 증상을 옆에서 본 친구들 정도만 내 증상의 일부를 알고 있고 다른 친구들은 내 증상을 전혀 모른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도 아는 친구들이 많지 않다. 그렇게 나는 나를 숨기고 속이며 살아왔다.


우선 대학생 시절의 친구들에게는 감사한 부분이 많다. 내가 공황장애라는 것을 진단받고 처음 겪는 공황발작에 정신이 반쯤 나가서 생활할 당시 나에게 친구들이 없었다면 나는 대학을 마치지 못하였을지도 모른다. 당시 학교 근처에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었고 그날 밤도 나는 공황발작과 불안, 우울 속에서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그 고통의 끝에서 내 머릿속에는 편안해지고 싶다는 생각들로 가득했고 간절했다. 그렇게 나는 수면제로 손을 향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약물을 복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내가 당시 복용하던 양에 비한다면 많은 양의 수면제를 입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나는 그날 밤 몸부림치던 불안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며 잠에 들었다. 눈을 떠보니 이미 강의시간은 지나있었다. 내가 재학 중이던 간호학과에서 자체공강이라고 하며 강의를 가지 않는 일은 거의 없었고 다른 학생들도 자체공강을 하지 않았다. 평소의 나라면 강의시간이 지나서 일어나는 법은 절대 없지만 그 전날의 공황발작과 수면제의 여파로 강의시간을 넘겨 눈을 뜨게 되었다. 멀쩡한 정신이었으면 당장 벌떡 일어나 강의실로 뛰어갔을 것이지만 나는 그냥 이대로 수면제를 더 복용하고 더 자고 싶었다. 편안해지고 싶다는 생각만 들정도로 나는 너무 정신이 힘들었다. 그렇게 나는 몽롱한 정신에서도 다시 수면제를 복용하고 또 잠에 들었다. 그러다 쿵쿵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전화도 받지 않고 강의도 오지 않는 내가 정말 자살을 기도한 줄 알고 집에 찾아온 것이다. 그렇게 찾아온 친구들은 나를 다시 강의실로 이끌었다. 나는 그날 이후 강의를 한 번도 빠지지 않았고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었다. 아마 그때 친구들이 나를 이끌지 않았다면 대학을 무사히 마칠 수 없었을지 모른다.


내가 공황장애라는 것을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편견 없이 나를 바라봐주고 대해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 나를 걱정 어린 눈으로만 바라보았다면 나는 그 걱정을 견디지 못했을 것 같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뿐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다. 나에게 동정심을 건네었다면 나는 나 스스로를 더 불쌍하게 생각했을 것 같고 비참한 기분도 들었을 것 같다. 나를 동일하게 대해주는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누군가의 친구들에게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우울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으로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둔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누군가를 어떻게 대해줘야 할지 감이 오지 않고 어떻게 대해줘야 힘들어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기 할 것이다.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누군가의 곁에서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감정쓰레기통이 되어서 그들의 아픔을 들으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감정은 쉽게 전이되기 때문에 그들의 아픔으로 함께 뛰어들어 공감하려 하다가는 감정쓰레기통이 되어 생각지도 못한 감정에 휩쓸리게 될 수도 있다. 그저 곁을 방관자처럼 주변을 맴돌아 주며 옳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될 때 할 수 있는 조언이나 방법을 제안해 주면 좋겠다. 다만 조언으로 인하여 그들을 변화하게 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해서는 안된다. 그러한 부담은 어떤 조언이나 방법을 말해줄 수 없게 만든다. 또한 변화를 하지 않는 누군가를 보며 더 이상 조언이나 방법을 제시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사소한 조언들이 쌓이고 쌓여서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게 만들 것이고 그렇게 변화하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전에 들었던 사소한 조언이 현재의 전환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조언을 듣게 되는 누군가도 옳은 방법을 이미 다 알고 있으나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친구가 해주는 조언들과 방법들을 본인의 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아마 대부분 방어기제로 회피를 많이 사용할 것이다. 회피는 다양한 반응으로 나타날 것이고 일반인의 눈에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이 많을 것이다.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거지?”

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고 그거에 대한 결과로 살아가기 위해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일 수 있다.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을 보여도 조금은 이해해 주고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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