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나'로 존재하는 순간
어느덧 퇴사 반년 차. 한가로이 초저녁잠을 잤다. 침침한 어둠과 밝음이 공존하는 시간. 젖힌 커튼 사이로 톡 터진 계란 노른자를 닮은 노을이 하늘에 스며들고 있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한 시간 남짓한 여유를 느낄라치면 불안이 불쑥 초 단위로 잠식하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시간을 게으름으로 사고 있다. 물론 아무런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숨을 쉴 때마다 나가는 자본의 대가에 몸뚱이가 미련스러워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좀 더 천천히, 느리게, 있는 그대로 지금의 삶을 너그럽게 보내 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