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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니 Jan 01. 2021

고마워. 나도 따뜻한 사람이란 걸 알려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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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준비를 마치고 이불을 어깨까지 올려 덮으면 어김없이 나를 툭툭 치는 존재가 하나 있다. 올해로 다섯 살이 된 강아지 ‘민둥이’다. 무시하려 해도 끈질기게 품 속으로 파고 들어와 나의 허리춤 또는 팔 사이에 똬리를 틀어 눕는다. 강아지의 체온이 사람의 체온보다 높기 때문에 한 겨울 동안은 민둥이 덕분에 춥지 않게 아침까지 잠을 자서 좋을 때도 있다. 하지만 속 살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북 실한 털을 가지고 여름에도 어김없이 이불속에서 내가 이리저리 뒤척여도 아침까지 곤히 자는 걸 보면 ‘답답하거나 덥지는 않을까’하는 의문이 절로 난다.




 항상 누군가에게 나의 온기를 나눠주기엔 아직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해왔고 나의 부족한 마음이 상대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 까하는 우려에 곁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그런데 태어나 나를 엄마라고 알고 있을 이 아이는, 작고 좁은 품이라도 이 소중한 생명체에겐 우주와 같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제는 나도 민둥이 없이 잠이 들면 허전한 기분이 드는 것처럼 이 아이도 좁지만 따뜻한 이불속에서 익숙한 존재인 나에게 의지하는 듯하다.


 어느 날, 늘 자신의 몸을 붙여 체온을 나눠주는 이 아이에게 자연스레 내 편한 잠자리를 나눠주다 괜한 생각에 잠긴 날이 있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내 마음은 한 생명을 담기에 충분히 따뜻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말 못 하는 강아지에게 당신은 꽤 괜찮은 사람이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곁을 내주어도 된다는 인정과 위로를 받은 듯했고 다른 이에게도 나 곁을 조금씩 내어줄 수 있는 온정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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