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2미터 강아지6-건빵이의독심술

코로나도 막지 못한 아이들의 풋사랑

by 작은별송이

6. 건빵이의 독심술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기분 좋았던 날이 있었나? 오늘 어떤 하루가 될까 설레던 날이 있었나? 없었던 것 같아. 오늘이 처음이야!

책상 앞에 앉았어. 화상 수업이 이렇게 기다려지는 것도 처음이야. 화상 수업 때 현유 보고, 끝나면 놀이터에서 또 보고. 좋겠지? 얼마 전에 ‘일석이조’라는 고사성어를 배웠는데, 이럴 때 써도 되는 건가? 돌 한 개로 두 마리 새를 잡는다는 고사성어 말이야. 10분 뒤에 화상 수업 시작, 시간이 빨리 지나가면 좋겠어.

엄마가 노크한다. 이런 날은 그냥 문 열고 들어와도 괜찮은데, 흐흐.


“수업 준비 다 됐어?”

“당연하지. 걱정 마시라.”

“이거, 강아지 줘.”


엄마가 강아지밥그릇을 쓱 내밀었어.


“엄마가 줘도 되잖아? 그리고 이름 불러주면 안 돼? ‘건빵아’ 하고.”

“쟤가 뭐가 이뻐서? 어제 너도 봤잖아? 엄마가 다가가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는 거.”

“엄마가 따뜻하게 대해 주면 나아지지 않을까?”

“내쫓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알아. 얼른 이거나 받아.”


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강아지밥그릇을 건네받았어.


“참, 이모한테는 얘기했어? 썰매 안 줘도 된다고.”

“아니. 토요일에 이모네 가서 네가 직접 말해.”


제풀에 한숨이 폭 나왔어. 이모 얼굴을 어떻게 보지?

밥그릇을 건빵이에게 주려고 일어서는데, 엄마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어.


“어머!”


엄마가 건빵이 쪽으로 한 발 다가갔고, 내 눈길은 자동으로 건빵이에게 향했어. 건빵이는 혀로 앞발을 핥고 있었는데, 나쁜 짓하다 걸린 아기처럼 고개를 싹 돌려 버렸어. 엄마가 한 발 더 다가가자 침대 밑으로 쏙 들어가 버렸지.


“쟤 발에 피부병 생겼나 보다.”

“뭐? 어제 멀쩡했는데?”

“백 퍼센트야. 네가 살펴봐. 엄마가 보려고 하면 물지도 모르니까.”

“피부병이면 어쩔 건데?”

“몰라. 생각해 볼게.”


엄마는 침대 밑으로 눈빛 레이저를 한 방 쏘고는 휭 방을 나갔어.


“건빵이 너, 나와 봐.”

“싫다멍.”

“진짜 피부병 생겼어?”

“그렇다멍.”

“예감이 안 좋아. 안 그래도 엄마는 너 안 좋아하는데.”

“상관 없다멍.”

“눈치가 그렇게 없어? 엄마 보는 앞에서 왜 발을 핥아?”

“가려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멍.”

“나오기 싫으면 발이라도 내밀어 봐.”


건빵이가 살며시 앞발을 내밀었어. 털을 들췄더니 발등 쪽에 빨간 두드러기가 돋아나 있었어.


“약 바르면 되는 거지? 엄마한테 사달라고 해야겠다.”

“신경 쓰지 마라멍. 약 안 바른다멍.”

“그건 주인 맘이다.”

“약을 사든 말든 맘대로 해라멍. 난 침대 밑에서 안 나갈 거다멍.”

“흥, 그럼 밥 안 준다.”

“그건 반칙이다멍. 얼른 침대 밑으로 밥그릇 넣어라멍.”

“진짜 혼나 볼래?”


그때 방문이 확 열리며 엄마 얼굴이 쑥 들어왔어.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친구랑 전화로 싸운 거야?”


흥분해서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졌었나 봐. 난 책상에 있던 핸드폰을 괜히 한번 들었다 놓았어.


“미안, 엄마. 어떤 애가 내 흉을 보고 다니나 봐.”

“뭐? 누구야? 쪼그만 것들이 벌써부터 그런 비겁한 행동을!”


엄마가 내 편을 드니까 조금 어색해.


“엄마, 진정해. 잘 해결됐어. 걔도 반성한다니까 그냥 모른 체해주자.”


엄마는 잠깐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였어.


“강아지 발은 살펴봤어?”

“봤어.”

“피부병 맞지?”


나는 고개만 끄덕끄덕.


“음……. 일단 접수.”


엄마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기고는 얼굴을 거두어 들였어. ‘접수’와 이 상황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연결되는 게 없었어. 나는 바닥에 엎드려 침대 밑을 들여다보며 건빵이에게 물었어.


“엄마 말 들었지? ‘접수’란 말이 여기서 왜 나오지?”

“화상 수업 시작할 시간이다멍.”


괜히 물어봤네. 으이, 씨!



햇볕은 조금 따갑지만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좋아. 놀이터에 아무도 없는 것도 오늘은 좋아. 현유랑만 놀 수 있으니까. 그런데 현유는 언제 올까? 집은 정확히 어딘지 모르지만, 어느 동네 사는지는 알아. 우리 집과는 반대쪽인데, 놀이터와 5분 거리야. 자꾸 가슴이 콩콩 뛴다.

혹시 안 올까 봐 조마조마해. 이럴 줄 알았으면 몇 시에 만날지 딱 정할걸 그랬어. 멍청하게 왜 화상 수업 끝나고 보자고만 했을까?


“현유 올 거다멍. 걱정 마라멍.”


건빵이 녀석, 사람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는 게 분명해. 그래, 독심술. 이것도 초능력의 일종일 거야.


“숨 막힌다멍. 목줄 너무 당기지 마라멍.”

“미안, 내가 초보 강주(강아지 주인)라서. 일부러 당긴 건 아냐.”


요즘엔 다들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목줄 하고 다니던데, 내 목줄은 줄다리기 줄처럼 팽팽하기만 해. 엄마는 마지못해 제일 싼 걸로 사온 것 같아.


“똥마렵다멍. 놀이터 밖으로 나가자멍.”

“하필 지금? 곧 현유 올 텐데, 조금만 참아.”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현유 발밑에 쌀지도 모른다멍.”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절대 안 돼!


“똥봉투를 가방에서 미리 꺼내라멍. 다른 사람이 똥 안 치우는 줄 오해할 수 있다멍.”

“별걱정 다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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