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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눈 없이도 겨울이다

그를 보내며

by 윤하

올해 겨울은 특히나 눈이 오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겨울은 금년을 지나 이듬해로 일찍이 넘어갔다.

금년의 눈은 녹아 물이 되고, 익년의 봄에 필 꽃, 나무, 초록빛 들풀의 일부가 되었을 뿐이다. 겨울이 없는 동안 눈은 겨울을 기다린다. 모두들 새해가 밝았다며 또는 겨울이 지나 봄이 왔다며 잔뜩 들떠있는 사이에, 홀로 겨울을 기다리는 눈이 있다.

녹아버린 금년의 눈은 다시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겨울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러고는 땅으로 스며들어 익년의 봄이 될 채비를 마친다.

나는 봄인데 너는 겨울이구나.

나는 이제 여름인데 너는 겨울이구나.

나는 다시 가을인데 너는 또 겨울이구나.

마침내 나도 겨울인가… 하던 눈은

나는 눈이고 너는 겨울이구나 깨닫는다.

비로소 눈이다.

아아 그리운 겨울아! 난 너 없이는 눈일 수 없다. 봄의 일부, 여름의 일부, 가을의 일부이던 나는 너를 보아 비로소 눈이 되었다. 겨울아 내리는 나를 보아라. 내 너의 겨울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겠다……

눈은 겨울 없이 눈일 수 없다며 외쳐대지만, 겨울은 눈 없이도 겨울이다. 한파 없는, 바람 없는, 코 끝 붉어진 소녀 없는, 연말 연초 들뜬 이 없는 그런 겨울들은 없지만 말이다.

너는 내가 없어야만 겨울이라면 기꺼이 사라져 주겠다는 굳은 다짐이 무색하다.

무관에 필연이라는 사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

너는 나의 존재 유무와 무관하게 홀로 겨울이다.

언제나 겨울이다.

눈 없이도 겨울이다.



———



이번 겨울 눈이 왜 이렇게 조금 올까요?

- 내가 알아채서 그렇습니다.

겨울은 눈 없이도 겨울이라는 사실을.

그렇다면 왜 오긴 하는 걸까요?

- 나의 눈은 겨울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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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