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추풍낙엽

by 윤하

떨어지는 낙엽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엇인지 모를 감정들이 피어난다. 그들만이 아는 아주 작은 바람과 햇빛만으로도 저들은 이토록 찬란해진다. 가을은 어느 계절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잔잔한 바람으로, 푸르던 자연의 조각들에 햇살의 색을 입혀 우리에게 따듯함으로 전환시켜 보낸다.

찬란한 빛깔의 추풍낙엽은 나의 현실의 경계를 허문다. 발랄한 봄의 동화가 아닌, 애틋한 그 어느 날의 명화가 내 삶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명화로 가는 것이 아닌, 명화가 나의 삶이 되는.

그 모습들을 감상하며 버스를 기다리면 샛노란 버스가 단풍을 지나 내게로 온다. 그 모습이 마치 지금 가을의 나를 다음 계절로 데려가려는 것만 같아 버스에 올라타기를 머뭇거리게 한다. 창밖을 보면 나를 비추는 햇빛들이 내게는 버스 속에서 오직 지금만 온전히 그리고 오롯이 만끽할 수 있는 마지막 가을의 양태인가 하는 불안과 행복으로 다가온다.

아쉬운 마음 다른 계절 서운치 않게 티 내지 않고자 망설임 내려두고 하차하면 전의 불안 어디 갔는지, 온빛 경관이 펼쳐진다.

그럼에도 떠나는 노란 버스 보고 있노라면 내가 남겨진 곳이 가을인지, 떠나는 저 샛노란 버스가 가을인지 알 수 없어 잠시 멈춘 버스 추월하려 빠르게 걷지만, 신호등은 그것의 발목을 놓고 그것은 서운하게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지나친 머무름 없이 이곳 떠나간다.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