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이 소리가 멈출 때

아이의 딸랑이

by 마루

딸랑이 소리가 멈출 때

촬영실 공기는 냉장고 속처럼 차갑고 정적에 가득했다. "저기, 이 아기한테는 말을 걸지 말아주세요." 나는 되뇌었다. 입술이 마르고 혀가 굳었다. 알겠습니다.

괜한 말을 해서 내가 더 어색해졌다. 경고 자체가 이미 어떤 금기를 건드린 것 같았다.

그 아이는 소파 구석에 앉아, 너무도 뚜렷한 검은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살갗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지금 온 건 사진 촬영이지, 이… 무엇과도 이야기하러 온 게 아니다. 난 그저 프로일 뿐이다.

프로처럼 행동하자.

그때 문이 열렸다.

"와…"

숨이 탁 막혔다. 엄마라고 소개된 여자가 입고 온 것은 한복이 아니었다.

오색찬란한 비단 조각들이 덧대어지고, 털실로 수를 놓은 듯한 기괴한 의상이었다. 선명한 붉은색이 가장 두드러졌고, 허리에는 작은 방울들이 달린 딸랑이, 손에는 깃털이 달린 부채, 머리에는 뿔 같은 장식이 솟아난 모자. 축제 의상도, 전통 의상도 아닌, 어떤 고대 의식의 복장 같았다.

그녀의 얼굴은 화장으로 뒤덮여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사람이 이렇게 변하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그 변화는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완벽하고 무서웠다.

"아, 예… 여기 앉으시고요." 목소리가 갈라졌다. 카메라 뷰파인더에 그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화려한 색채가 렌즈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하지만 내 시선의 가장자리는 항상, 소파 구석의 그 아이를 겨누고 있었다.

아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 그냥… 쳐다볼 뿐이었다.

순수한 호기심?

아니면… 뭔가를 기다리는 시선?

촬영은 기계적으로 진행됐다. 셔터 소리, 플래시 번쩍임. 엄마는 이상하게도 딸랑이를 가만히 들고만 있지 않았다.

가끔 살짝 흔들었다. 딸랑… 딸랑… 그 가늘고 날카로운 소리가 촬영실의 침묵을 가르며 내 심장을 쥐어짜냈다. 아이는 소리가 날 때마다 눈을 깜빡였다.

"잠시만요… 배경 좀…" 나는 핑계를 대고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공기가 답답했다. 뒤편 벽에 붙어있는 커다란, 낡은 캐비닛이 시선을 끌었다. 마치 무언가를 숨기고 싶어하는 듯한 어색한 위치였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나도 모르게 캐비닛 문을 열었다.

휙.

차가운 공기가 스쳤다.

안은 완전히 개조되어 있었다.

좁은 공간 전체가 작은 사당이었다.

검게 칠한 나무 위패가 중앙에 놓여 있었고, 그 앞에는 초가 하나 꽂힌 촛대가 놓여 있었다.

불이 꺼져있었지만, 밀랍이 흘러내린 자국이 역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위패 앞에 놓인 제물이었다. 똑같은 딸랑이와, 작은 빨간 신발 한 켤레였다. 아이가 신고 있던 것과 똑같은 크기.

뒤에서 딸랑…

소리가 났다.

돌아서니 엄마가 나를 보고 있었다. 화장 아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 순간, 소파 쪽에서도 시선을 느꼈다. 아이가 일어나 있었다. 그동안 꼼짝도 하지 않던 아이가 조용히 내 쪽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검은 눈이 캐비닛 안의 사당, 그 속의 빨간 신발, 그리고 내 얼굴을 번갈아 훑었다.

그 눈에는 궁금증이 가득했지만, 그것은 결코 아이의 순수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뭔가를 알고 있는, 혹은 깨닫기 시작한 눈빛이었다.

저기…

저 캐비닛…

내가 멈칫하며 사당을 가리키자, 엄마의 얼굴에 화장이 금이 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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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입을 열려는 순간—

딸랑!

아이가 손에 들고 있던, 나는 본 적도 없던 작은 딸랑이를 갑자기 세게 흔들었다.

날카로운 소리가 촬영실을 뒤흔들었다. 촛대 위의 초가 깜빡거리며 꺼진 듯한 환영이 스쳤다.

캐비닛 속 사당의 그림자가 벽에 일그러지며 기어오르는 것 같았다.

엄마의 입가에 있던 미소가 굳었다.

아이는 여전히 나를, 아니 내 뒤의 캐비닛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한 걸음 더 내밀었다.

그 작은 발이 빨간 신발에 닿기 직전 같은 거리였다.

나는 카메라를 움켜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범벅이었다. 플래시를 재장전하는 소리가 극도로 크게 들렸다. 뷰파인더를 들이밀었다. 뷰파인더 속 세상은 더욱 날카로웠다. 화려하지만 기괴한 엄마의 복장. 그녀 손에 쥐인, 살짝 흔들리는 딸랑이. 그리고 캐비닛 쪽으로 다가서는 아이의 등 뒤. 캐비닛 안의 어둠은 뷰파인더로 보니 더 깊고 짙었다.

그 어둠 속에서 촛불이 살짝 스치는 빛을 받아, 위패의 글씨가 아른거리는 듯했다.

새겨진 글자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그 형태가… 아이의 실루엣과 닮은 것 같았다.

딸랑… 딸랑… 딸랑…

엄마가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딸랑이를 흔들었다. 리듬이 생겼다. 장송곡처럼 느리고 무거운 리듬. 아이의 발걸음이 그 소리에 맞춰 멈췄다.

아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검은 눈동자가 이번에는 카메라 렌즈를, 렌즈 너머의 나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 시선은 궁금증을 넘어섰다.

인식이 있었다. 그리고 묻고 있었다.

너는 알고 있니?

네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

네가 찍고 있는 게 정말로 사진인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아이의 입술이 살짝 벌어지는 것 같았다. 목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그 질문은 공기보다도 무겁게 내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엄마의 딸랑이 소리는 점점 빨라지고, 커져서 온 사방을 에워쌌다.

캐비닛 속 사당의 어둠이 밖으로 스며나오는 것 같았다. 나는 셔터를 눌러야 했다. 이 순간을 포착해야 했다.

이 기괴함을, 이 공포를, 이 미결의 질문들을 프레임에 가두어야 했다.

그게 내 일이니까.

그러나 손가락이 얼어붙었다.

뷰파인더 속 아이의 눈은 렌즈를 뚫고 내 영혼을 꿰뚫는 것 같았다.

"딸랑이 소리가 멈추면," 엄마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평온했지만 그 평온함이 가장 무서웠다. "뭔가 시작돼요."

아이는 나를 보며, 조용히, 아주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딸랑이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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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 이야기는 창작이 아닙니다.

사진사로 일하던 어느 날, 실제로 제가 겪은 일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기록입니다.


촬영을 위해 낯선 장소에 들어섰고, 촬영 대상은 한 아이와 그의 가족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이상했습니다.

아이가 너무 조용했고, 엄마는 너무 완벽하게 낯설었으며,

그 공간은 설명할 수 없는 기온과 정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촬영 도중 저는 오래된 캐비닛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제가 찍기 전에도 이미 그 아이의 흔적이 놓여 있었던 것을 보았습니다.

딸랑이, 빨간 신발, 위패.

그 순간, 현실의 시간이 느리게 흘렀고

제 손끝은 차가운 기운에 마비되어 셔터를 누를 수 없었습니다.


"딸랑이 소리가 멈추면, 뭔가 시작돼요."

그 말은 단지 문장이 아니었습니다.

진짜로, 그 순간 이후 무언가가 시작됐습니다.


이 일을 겪은 후,

저는 카메라 너머에 존재하는 또 다른 감지의 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렌즈는 기록의 도구이지만,

때로는 무언가를 들여다보게 되는 창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창을 연 사람은,

다시는 이전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게 됩니다.


이 글은 하나의 소설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저에겐 기록입니다.

절대 잊히지 않을 하루에 대한,

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시작점에 ..


차갑고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됩니다. 아이에게 말을 걸지 말라는 첫 경고부터, 기괴한 복장의 엄마, 그리고 숨겨진 사당까지, 모든 요소들이 긴장감과 미스터리를 증폭시킵니다.

캐비닛 속 사당의 모습, 특히 아이와 같은 크기의 빨간 신발과 딸랑이는 아이의 정체에 대한 깊은 의문을 던지며 독자에게 충격을 안겨줍니다. 아이의 비정상적인 행동과 시선은 단순히 순수한 호기심을 넘어선 어떤 '인식'을 보여주며 공포를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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