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의 흔적
1. 기차의 흔적
1985년 여름, 제천역은 늘 뜨겁고 묵직한 공기를 품고 있었다.
플랫폼 끝, 통일호 디젤기관차가 지나간 자리에는 검게 그을린 매연 자국이 아스팔트 위에 번져 있었다.
태양에 달궈진 철로 위로 기름 냄새가 피어오르고, 디젤 엔진이 숨 고르듯 토해내는 둔탁한 진동이 발바닥까지 스며들었다.
그 소리와 냄새는 나를 언제나 그 시절로 데려갔다.
제천역 광장 맞은편, 2층에 있던 ‘홍익 탁구장’으로.
2. 탁구장의 태양
나는 운동 신경이 좋지 않았고, 탁구를 잘하는 편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자주 그곳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순덕이.
홍익 탁구장을 관리하던 순덕이는 단순한 직원이 아니었다.
탁구장 전체를 빛나게 하는 태양이었고, 동시에 손님을 붙잡는 데 능숙한 장사꾼이었다.
그녀의 무기는 단순했다. 직접 상대해 주는 것.
순덕이의 라켓은 날카로웠다. 백핸드 스매시가 날아갈 때마다 벽에 부딪히는 ‘탕’ 소리가 공기 속을 가르며 퍼졌다.
나는 매번 완패했지만, 그 패배 속에는 묘하게 달콤한 설렘이 섞여 있었다.
공을 줍다가 흘끗 보던 땀에 반짝이는 이마, 집중할 때 살짝 찌푸려지는 눈썹.
그 장면들은 여름 오후의 빛처럼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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