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 『숨의 방과 닭의 의식』
그날 나는 원주 치악산 인근의 오래된 장집에서 촬영 의뢰를 받았다. 장독이 질서 없이 놓인 마당은 마치 오래된 숨결이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채 머물고 있는 듯했다. 바람은 없었지만, 마당 구석에 늘어진 천막이 가볍게 흔들렸고, 땅 위에 길게 드리운 그늘은 무당의 몸짓처럼 느릿했다.
그 한가운데, 무당이 오색 깃발을 들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붉은 색이 섞인 천 위로 아지랑이처럼 먼지가 떠올랐다. 짧고 굵은 북소리가 두 번 울리자, 장독대 너머로 희미한 된장 냄새가 피어올랐다. 시간이 쌓인 냄새는 단순한 발효가 아니었다. 흙 속에 고인 이야기 같았다.
뒤편에는 정치적 야망이 얼굴에 배인 남녀가 있었다. 그들은 손을 꼭 맞잡고 있었지만, 눈빛은 서로를 외면하고 있었다. 땀에 젖은 손끝에서, 미세한 떨림이 전해졌다. 그 앞에는 돼지 세 마리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 코를 킁킁대던 그 돼지들조차, 이 비릿한 긴장 속에서는 무언가 눈치채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닥에 스며든 사료 냄새와 피비린내는 얇게 말라붙은 듯 코끝에 맴돌았다.
비릿한 냄새와 축축한 공기 속에서 나는 문득 오래전 만났던 한 스님을 떠올렸다. 그는 닭 한 마리를 오색 천으로 감싼 뒤, 산속 작은 움막의 흙 속에 묻었다. 머리만 밖으로 드러낸 그 닭은 깃털이 바람결에 살짝 떨리기만 했고, 그 위로 스님은 한 줄 한 줄 염을 읊조렸다. 그 순간 산속에는 갑작스레 땅을 가르는 듯한 나뭇가지 소리가 들렸고, 가까이 있던 들국화 향이 그 이상하게 조용한 공기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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