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냄새
20년전 냄새
그날, 나는 원주 치악산 자락의 낡은 무속집 마당에 서 있었다.
촬영 장비 카메라가 묵직하게 어깨를 짓눌렀다.
볕이 덜 드는 마당 한편에는 질서 없이 놓인 장독들이 마치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는 고집스러운 노인들처럼 보였다.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세월의 냄새는 단순한 발효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갇혔던 숨결, 희로애락의 찌꺼기, 그리고 누군가의 오랜 욕망이 켜켜이 쌓인 냄새였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 속에서, 마당 구석의 낡은 천막만이 무당의 몸짓처럼 가볍게 흔들렸다.
붉은색 천이 드리워진 제상 위로 아지랑이처럼 희뿌연 먼지가 떠다녔다.
굵고 짧은 북소리가 두 번, 두 번 울리자 장독대 너머에서 희미한 된장 냄새가 피어올랐다.
땅 위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는 느릿했고, 그 그림자 속에서 무당은 오색 깃발을 들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뒤, 땀으로 축축이 젖은 손을 맞잡고 서 있는 남녀가 있었다.
남자의 얼굴에는 굳게 벼린 정치적 야망이, 여자의 뺨에는 흐르는 땀을 감추려는 안간힘이 배어 있었다.
그들은 손을 맞잡고 있었지만, 눈은 서로를 외면하고 있었다.
비릿한 긴장감은 주변의 돼지들마저도 눈치채게 만드는 것 같았다.
바닥에 스며든 사료 냄새와 피 냄새는 얇게 말라붙어 코끝에 맴돌았다.
나는 이 모든 냄새와 풍경 속에서 문득 20년 전의 기억, 한 스님과 닭 한 마리를 떠올렸다.
이상하리만치 모든 감각이 그날과 겹쳐지는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차가운 기척이 느껴졌다.
1장: 붉은 종이에 적힌 이름들
20년 전 나는 30살이었다.
당시 직장 상사의 심부름으로 제천의 한 낡은 빈 공간에 갔다가 스님을 만났다.
그는 여느 절의 스님과는 달랐다.
예불 대신 굿을 하는 무당과 흡사한 방식으로 의식을 치렀다.
조용하고 텅 빈 방 안에는 제사상이 차려져 있었고, 그 위에 놓인 재물은 다름 아닌 살아있는 수탉이었다. 스님은 제사상 앞에서 불경을 외우고 기도를 드렸다.
나는 그저 조용히 그 장면을 눈으로 담고 있었다.
스님의 의식 중 가장 기묘했던 것은, 그가 붉은 종이에 무언가를 썼던 것이다.
그는 짧고 굵은 글씨를 종이에 빼곡히 채워 넣었고, 나는 그 내용을 엿보려다 들키고 말았다.
"이것을 보면 안 되네." 스님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그의 눈빛은 거절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그 후, 내 상사가 그 닭을 가져가라고 했다.
나는 그 닭을 가져온 선임 직원에게 물었다.
"그 닭을 어디에다 쓰려고 그러는 거예요?"
선임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쉬잇. 조용히 해. 이거 얘기하면 안 돼. 사모님이 특별히 부탁한 거야.
시장에서 새벽에 보이는 대로 사 온 수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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