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문 영화루에 이르자 햇살에 달궈진 돌 냄새가 먼저 와 닿았다.
한낮의 빛이 성벽의 굴곡을 따라 번지고, 돌 사이로 스민 흙냄새가 숨처럼 오르내렸다.
정면으로 둥글게 도는 해치가 보였다.
성문 앞을 반달처럼 감싸 안은 그 공간, 원을 그리는 벽과 길의 선이 마치 한 움큼의 바람을 붙잡아 둔 듯 고요했다.
나는 난간에 기대어 오래 숨을 골랐다. 뜨거운 공기가 들어오고, 차갑게 식어 나갔다.
손바닥을 성벽에 얹는 순간, 거친 돌가루가 살갗에 묻었다. 아주 미세한 진동이 손목으로 전해졌다. 처음엔 바람의 장난인 줄 알았으나, 곧 연이어 둔중한 북소리가 깔렸다.
멀리서 뿔피리가 길을 여는 소리, 성루 아래에서 쇠와 쇠가 부딪히는 마른 불꽃의 마찰음이 들려왔다.
나는 눈을 감았다.
뜨거운 돌이 피부 온도를 끌어올리고, 그 열기가 오히려 먼 시간을 끌어당겼다.
하늘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해치의 입구가 벌어지며, 반달의 곡선 안쪽으로 적들이 밀려들었다. 깃발 끝이 흔들릴 때마다 염분 섞인 땀 냄새와 화약의 매캐함이 공기층을 갈랐다.
조선의 병사들이 성가퀴에 붙어 화살을 꺼내고, 장정들은 돌을 굴려 경사면으로 떨어뜨렸다. 쇠촉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귀를 베고 지나가자 그 사이로 명령의 목소리가 낮고 단단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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