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역
흑물탑 역, 순덕의 기다림
검은 물을 품은 낡은 급수탑, 흑물탑은 해 질 녘의 붉은 노을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서 있었다. 강원도의 바람은 군데군데 흙먼지를 일으키며 플랫폼을 스쳤고, 석탄 타는 냄새와 군부대 훈련장의 쩌렁거리는 함성이 공기 속에 묘하게 뒤섞였다.
원주는 군사 도시였다. 그 사실은 철로 위로 스며든 어둠처럼, 사람들의 일상에도 늘 굳건함과 쓸쓸함을 함께 남기고 있었다.
순덕은 낡은 교복 치마를 여미며 플랫폼 끝에 서 있었다.
품에 안은 작은 배낭은 오래된 마음처럼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벤치 위에 놓인 찐계란 한 바구니에서는 막 벗겨낸 껍질에서 퍼져 나오는 고소한 김이 흘러나왔지만, 순덕의 손끝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할머니가 새벽부터 정성껏 삶아주신 계란이었다.
“멀리서 오는 귀한 손님 줄 거니, 잘 가지고 있으렴.” 그 목소리와 손길이 아직도 머리맡에 남아 있었지만, 기다림은 계란의 온기보다 훨씬 무겁고 길었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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