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가 남긴 문장 하나

낡은 골목을 걷다

by 마루

편지가 남긴 문장 하나

ChatGPT Image 2025년 9월 8일 오전 12_18_14.png

낡은 골목을 걷다 우연히 멈춰 선 곳, 오래된 우체통이 눈에 들어왔다.

벗겨진 페인트와 녹슨 경첩이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무심코 뚜껑을 열자 누렇게 바랜 편지 한 통이 손끝에 걸렸다.

종이 냄새 속에 먼지와 잊힌 시간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

편지 속 글씨는 흐릿했지만 여전히 살아 있었다.

거기엔 이루지 못한 꿈과 놓쳐버린 사랑, 그리고 후회의 그림자가 담겨 있었다.

“언젠가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문장이 잉크 자국 사이로 번져 있었다.

나는 낯선 이의 사연을 읽으며, 문득 오래전 스스로 덮어버린 꿈 하나를 떠올렸다.

바쁘다는 이유로, 현실이 어렵다는 이유로 더는 손대지 않았던 나만의 세계였다.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지금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편지의 주인처럼 나도 언젠가 ‘못했다’는 후회만 남기게 되는 건 아닐까.

낯선 누군가의 고백이 내 안에서 두려움이 되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줄이 내 망설임을 멈추게 했다.

“멈추지 말고, 다시 살아라.”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놓친 꿈을 향한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나는 편지를 조심스레 접어 다시 우체통에 넣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엔 분명 다른 문장이 새겨졌다.

‘나도 다시 시작하자.’

집으로 돌아오며 작은 다짐을 했다.

내일은 붓을 사러 갈 거라고. 잉크 자국이 수십 년을 견뎌냈듯, 내 꿈도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었으니까.

편지가 내게 건네준 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열어주는 새로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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