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녕.’
목구녕으로 들어간 가을
늦은 밤, 무실동의 골목 끝.
붉은 네온사인에 불이 들어온다.
‘목구녕.’
이름부터 묘하다.
목을 넘기는 모든 것들 — 불, 기름, 소주, 그리고 시간까지.
그 모든 게 이곳으로 들어가 녹아내리는 듯했다.
주방에서는 사장님의 손끝이 불꽃처럼 움직였다.
철판 위의 고기가 지글지글 타며, 기름이 춤을 춘다.
그 옆에서 김치 한쪽이 천천히 숙성된 향을 내뿜는다.
익은 김치의 신맛, 돼지기름의 고소함, 그리고 미나리의 쌉싸래한 향이
한 점의 고기 위에서 서로를 감싼다.
젓가락이 한 점의 삼겹을 들어 올릴 때,
그 위에 미나리가 얹히고, 그 아래엔 액젓 한 방울이 흘러든다.
“이건 궁합이 합이지.”
누구에게 들려주지도 않은 말이지만, 입안에서는 이미 완성된 시였다.
목구녕으로 들어가는 고기 한 점,
그 뒤를 따라 소주 한 잔이 타들어간다.
뜨겁고, 차갑고, 달고, 매운 —
모든 감각이 한순간에 섞여버린다.
솥뚜껑의 쇠 내음이 공기 중에 번지고,
불판 아래의 화력이 코끝을 간질인다.
익어가는 고기의 소리, 젓가락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나직한 대화들이 어울려
이곳의 밤은 음악이 된다.
마지막 요거트 한 병이
냉장고에서 꺼내져 내 앞에 놓인다.
플라스틱 뚜껑을 ‘탁’ 하고 여는 순간,
차가운 단맛이 입안의 모든 불을 식힌다.
그 부드러운 흰색이 목구녕을 스치며
오늘 하루의 끝을 천천히 닫아준다.
밖에서는 가을바람이 스산하게 분다.
문틈 사이로 들어온 냉기가
따뜻한 불향을 스치며 몸을 감싼다.
그 순간 문득 생각이 났다.
인생도 결국, 이런 게 아닐까 —
뜨거웠다가, 식었다가,
그저 목구녕을 지나 마음속으로 사라지는 어떤 것.
나는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가을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