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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에 댓글이 하나 달렸다.

사진

by 마루

내 글에 댓글이 하나 달렸다.

“확실히 대중이 원하는 사진이랑
사진사들이 원하는 사진은 너무 다른 것 같아요.”

image (2).jpg

짧은 문장이었는데,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아마,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을 오래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두 개의 세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사가 좋아하는 사진의 세계.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진의 세계.

둘 다 사진이지만,
목적은 전혀 다르다.

혼자 찍고,
혼자 보정하고,
혼자 만족하는 사진이라면
어떤 색이든 상관없다.

그건 작품이니까.

하지만 여자친구에게 줄 사진,
가족에게 보여줄 사진,
인스타에 올릴 사진이라면
이건 작품이 아니라 선물이다.

선물은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먼저다.

요즘 카메라 사진들을 보면
대비가 강하고,
색이 많이 틀어져 있고,
구도가 일부러 비틀린 경우가 많다.

아마도
폰카랑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너무 멀리 가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실제로 나 이런 느낌 아닌데…”

그 순간,
사진은 이미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것이다.

사진사가 보기엔 70퍼센트짜리 사진이라도,
의뢰자에게는 90퍼센트일 수 있다.

반대로,
사진사가 만족하는 100퍼센트 사진이
의뢰자에게는 50퍼센트일 수도 있다.

업에서의 성공은
내 만족도가 아니라,
상대의 만족도다.

사진을 업으로 하다 보면
이상하게 장비가 귀찮아진다.

처음엔 카메라도 중요했고,
렌즈도 중요했고,
스펙도 중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빨리 켜지고,
빨리 맞고,
실수 안 나고,
색감 안정적인 게 최고다.

장비보다 결과가 더 중요해진다.

현장에 가면
예전처럼 구도를 그리지도 않는다.

그냥 둘러본다.

그러면 답이 나온다.

눈으로 프레임을 보고,
몸이 먼저 움직인다.

그리고 찍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결과가 프레임에 쌓이기 시작한다.

이게 사진사의 노이즈다.

아주 작게,
2퍼센트씩.

어제 잘 나온 색,
지난번에 반응 좋았던 구도.

그것들이
다음 프레임을 조금씩 잠식한다.

처음엔 내가 프레임을 고르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과거의 결과가 나를 고른다.

그래서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누구를 위해 찍고 있는가.

나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누군가를 위해서인가.

답이 정해지면,
사진도 정해진다.

강한 사진보다,
오래 보고 싶은 사진.

멋있는 사진보다,
편안한 사진.

그게 내가
지금 믿고 있는 방향이다.

ChatGPT Image 2026년 1월 31일 오전 12_10_44.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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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진가이자 감정기록자입니다. 사람들의 말보다 더 진한 침묵, 장면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카메라와 노트북를 늘 곁에 두고 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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