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밀면은 아는 맛이 아니다.

서면밀면

by 마루

부산 밀면은
아는 맛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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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방향을 잃는다.


차갑고 맑은 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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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떨어지는 밀의 결,


그 질서에 길들여진 미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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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밀면은 조금 느슨하고,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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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서 냉면에 익숙해진 혀로는

서면 골목에서 마주한 그릇 앞에서
첫 젓가락을 들 때
이미 예감이 있다.
“아, 이건 내가 알던 냉면이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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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이 다르다.
끊어지는 감각이 아니라
늘어지듯 이어진다.
탄력보다 촉감이 먼저 온다.
입안에서 튀지 않고
혀에 붙었다가 천천히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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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는 차갑지만
날카롭지 않다.
냉면처럼 선을 긋지 않고
밀면은 면을 감싸며 흐른다.
그래서 처음엔 밍밍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맛이 약한 게 아니라
속도를 낮춘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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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미각은 여기서 잠깐 멈춘다.
“왜 이렇게 애매하지?”
그 질문이 드는 순간부터
부산 밀면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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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으로 넘어가면
더 확실해진다.
고추장의 단맛이 앞서지 않는다.
매운맛이 주도권을 쥐지도 않는다.
산미와 고소함이 먼저 자리를 잡고
그 뒤에 매콤함이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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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자극이 아니라
균형을 시험하는 음식이다.

원주에서는
이런 면을 자주 만나기 어렵다.
냉면은 정제되어 있고,
밀면은 아직 생활 쪽에 가깝다.
그래서 더 투박하고,
그래서 더 지역의 얼굴을 닮았다.

서면의 밀면은
맛있다기보다
“아, 여긴 부산이구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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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입은
당황이고,
두 번째는
이해,
세 번째부터는
취향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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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된 미각으로 판단하면
놓치기 쉽다.
조금 느슨하게,
조금 덜 정확하게
혀를 풀어줘야 한다.

부산 밀면은
냉면의 대체가 아니다.
다른 문법이다.

그 문법을
이해하느냐,
아니면 돌아서느냐.

서면의 점심은
그 선택을
조용히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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