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일요일 아침, 원주 무실동.
도시는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반쯤 내려온 셔터들 사이로 불이 켜진 김밥집 하나가 보인다.
롯데리아 앞, 작은 가게다.
문을 열자 익숙하지 않은 순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미리 말아둔 김밥 대신, 주인은 밥솥을 연다.
김이 오른다.
밥 두 덩이가 김 위에 놓인다.
툭.
손은 망설이지 않는다.
수많은 반복이 만든 동작이다.
촬영 현장에서 그런 순간을 본 적이 있다.
계산이 끝난 손.
몸이 먼저 아는 포맷.
밥을 본다.
밥알은 뭉개지지 않았고,
참기름은 과하지 않게 얇은 막처럼 남아 있다.
김밥의 결은 속재료보다 먼저 여기서 정해진다.
쌀.
“개업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잠깐의 공백.
“7년요.”
아침의 피로가 섞인 목소리였지만, 날은 서 있지 않았다.
원가를 아끼려 좋지 않은 쌀을 쓰는 곳이 많다고,
자기는 비싸더라도 쌀만큼은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은 완도 김을 쓴다고 덧붙였다.
자랑은 아니었다.
설명도 아니었다.
그 사람에게는 그냥 기준이었다.
집에 와서 김밥을 풀었다.
식탁 위에는 물 한 컵과 배주스 한 병.
첫 입을 무는 순간,
무실동의 풍경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난다.
소풍 날 아침.
가마솥에서 밥을 짓던 어머니의 손이 떠오른다.
제일 좋은 쌀.
식어도 맛이 남아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눌러 담던 마음.
계란지단, 시금치, 당근.
나무 결이 보이던 얇은 도시락 통.
어머니는 늘 하나를 더 쌌다.
“선생님 드려야지.”
이유는 없었다.
그저 그렇게 하던 방식이었다.
보리밥을 싸 온 친구에게
자기 도시락을 밀어주던 선생님의 손.
그 장면이 왜 특별했는지는
그때는 몰랐다.
지금,
내 입안에는 무실동의 김밥이 있다.
맛은 다르고 시간은 흘렀다.
하지만 이 김밥은 과거를 흉내 내지 않는다.
미리 말아두지 않겠다는 선택.
좋은 쌀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고집.
그건 향수가 아니라 태도다.
김밥의 모습은 변했지만,
김밥을 대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오늘 아침,
밥솥에서 밥을 크게 떠내던 그 투박한 손에서
그 마음이 아직 남아 있다는 걸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