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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이라는 거울 앞에서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by 담서제미

"아, 아, 드디어 나를 보러 오는구나."

두 번째 별에 도착하자 허영쟁이는 소리쳤다.


어린 왕자는 순간 당황했다. 이처럼 나를 반겨주다니. 처음에는 그리 여겼다. 하지만 이 별의 허영쟁이는 어린 왕자가 자신을 보러 왔다고 여기며 기뻐하고 있었다.


인사를 하는 어린 왕자를 향해 혀영쟁이는 말했다. 그것은 일방적인 요구였다.


"자, 나에게 박수를 좀 쳐 보게. 그래야 내가 이 멋진 모자를 벗고 인사할 수 있지."

어린 왕자가 박수를 치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더 크게! 나의 위대함은 박수 소리에 비례하니까."


어린 왕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군가의 환호를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니. 참 이상했다. 이 별에 사는 존재는 '나'를 보기보다 '자신'이 보이기만을 원했다.


그 순간 예순의 내가 떠올랐다.

타인의 칭찬과 박수에 어깨가 으쓱했던 시절. 남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를 걱정했던 날들.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보다는 '나는 괜찮아 보이는가?'를 묻던 시간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삶은, 자신을 잃어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허영쟁이 왕처럼 나 또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남에게 인정받기를 갈망하며 살았던가.


어린 왕자는 물었다.

"당신은 왜 그런 박수를 받아야만 하나요?"

허영쟁이는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얼굴로 답했다.

"나는 최고니까. 가장 잘났고, 가장 멋지고, 가장 유명해야 하니까."

"그건 누가 정하나요?"

"글쎄, 아무도 없지만, 아무도 없으니 내가 정하지."


그건 허공에 대고 소리치는 공허 같은 말이었다. 그 속에는 허영의 본질이 들어 있었다. 그의 삶은 '존재'보다 '보임'을 중시하는 삶이었다. 진실보다 화려한 겉모습을, 깊이보다 즉각적인 찬사를 원하는 마음. 그것은 실제로 어떤 사람인가 보다, 어떻게 보이느냐가 전부인 삶이었다.


허영은 모래 위에 세운 집이었다. 바람 한 줄기에도 힘없이 무너지는.


예순의 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외로운지 안다. 남의 박수를 기다리며 하루를 사는 사람은, 박수가 멈추면 삶도 멈춘다. 허영은 늘 무대 위에 자신을 세워놓고, 관객이 떠날까 불안해 떤다.


어린 왕자는 허영쟁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 안에는 조명도, 찬란한 갈채도 없었다. 짙은 공허가 웅크리고 있었다. 그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 타인의 시선에 기대는 외로운 아이 하나가 떨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나요?"

그의 질문에 허영쟁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 그것이 가장 두려웠던 것일지도 몰랐다.


예순의 내가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났을 때, 나는 내 안의 허영쟁이와도 마주했다. 돋보이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갈증. 멋져 보이고 싶은 욕망, 그 모든 것이 '나답게 사는 삶'과는 멀리 있었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항상 목말라 있었다. 타인의 박수와 타인의 시선에.


이제는 안다.

사랑은 박수 소리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박수보다 소중한 것은 내가 나를 진심을 안아주는 일이라는 것을. 빛나야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내가 충분했다.


어린 왕자는 나에게 속삭였다.

"진짜 빛나는 별은, 스스로 반짝이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순이 되어서야, 나는 허영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허영쟁이 별을 떠나며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왕을 만났을 때보다 훨씬 재미있군."

예순의 나는 가만히 나에게 말했다.

"그보다 훨씬 슬프고, 훨씬 나다운 시간이었어."


진짜 강한 것은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를 과장하지 않는 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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