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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과자점 사장님들이 많다. 과자만드는 사람이니까 당연한거 아닌가 싶겠지만 말처럼 그게 막 쉽지는 않다. 솔직히 얘기하면 온라인으로 아는 사이가 대부분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과자점 사장으로 살아남으려면 sns운영은 필수적이다. 9년이나 과자가게를 운영했기 때문에 sns계정의 운영도 9년이나 했다. 그러다 보면 몇 년씩 소식을 주고받는 과자점들이 생긴다. 얼굴을 보기는커녕 인사도 한번 나눈 적이 없지만, 하트를 주고받으며 같이 으쌰으쌰 하다 보면 어쩐지 먼 동료 같다. 일 년에 몇 번 만나기 어려운 오프라인의 진짜 친구들보다 사정을 더 빠삭하게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 정도면 직접 찾아가서 사장님이 만드는 과자도 사 먹어보고, 안부라도 전할 법 하지만 과자점을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이 어떤지 누구보다도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실제 만남은 차일피일 미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저 sns에 새로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보며 잘 계시는구나, 새로운 과자가 나왔네, 나도 열심히 해야지 하고 마음만 함께 할 뿐이다. 이런 걸 내적 친밀이라고 하던가. 그 덕에 나는 방구석에 편히 앉아 대단한 실력의 사장님들을 여럿 사귈 수 있었다. (물론 일방적인 사귐도 많다. 그분들은 내 존재를 알고나 있을까나.)
습관처럼 찾아 들어가는 sns계정이지만 가끔 마음이 덜컹하는 때가 있다. 오래 알던 과자점이 매장 영업을 종료한다는 게시물을 볼 때 그렇다. 이런 경험이 한두 번도 아닌데 볼 때마다 마치 내가 문을 닫는 것처럼 가슴께가 아리다. 전국에 치킨집보다 카페가 더 많은 나라이니 새롭게 생기는 가게도 여럿이고, 당연히 닫는 가게도 여럿인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나누었던 시간은 당연하지가 않다.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쓴 것 같은 긴 글을 속상한 마음으로 읽는다. 댓글에는 그 가게를 사랑했던 손님들의 아쉬움이 가득 달려있다. 뻔뻔하지만 나도 일단은 예비 손님이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아쉽다.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 매번 기회가 사라진 뒤에야 후회하지만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게다가 예비 손님이면서 동시에 동료였기 때문에 차마 남 얘기로 치부할 수가 없게 된다. 그렇게 또 불안이 많은 인간은 미래를 불안해하게된다.
모든 사장님들이 그렇겠지만 늘 불안과 함께 사는 듯하다. 좁게는 오늘 손님이 많이 와도 내일은 어떨지, 이번 달에는 괜찮은 것 같은데 다음 달은 또 어떨지부터, 넓게는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것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의 고민의 크기는 좁아졌다 넓어졌다 한다.
불안에 휩싸일 때마다 생각나는 기도문이 있다. 할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은 밀고 나갈 수 있기를, 그리고 그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는 내용이다.
이번에도 괜히 기도문을 더듬는다. 종교도 없으면서. 아직 나에게는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가 없기 때문에 불안한 것 같아서. 과자 굽는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게 할 수 없는 일임에도 붙잡고 있는 건지, 아님 할 수 있는 일인데 모르고 있는 건지 구분할 수 없어서 불안은 지지부진하다. 꽤 오랫동안 바란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이러는 걸 보면 아마 기도를 받는 쪽과도 내적으로만 친밀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신이 영업종료를 하진 않을 테니 다행인가.
과자를 굽고 판매하는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한 사장님은 지혜를 얻으신 걸 테다. 물론 아주 이 일을 그만둔 것일 수도 있지만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는 것 일수도 있다. 그 속 사정을 모두 알 순 없지만 일단 '지금'은 할 수 없는 일이라 받아들이고 결단을 내리신 것일 테니. 손님으로서, 동료로서 그것이 단지 할 수 없어 슬픈 일이 아니라 또 다른, 할 수 있는 일을 밀고 나가기 위해서이기를 바랄 뿐이다. 나도 언제가 지혜가 생겨서 불안 없이 이 일을 계속하게 될지, 아니면 영업종료란 것을 할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도 그러하기를. 모든 끝은 또 다른 시작이 되므로.
+덧. 저자는 24년 2월 잠시 지혜가 생겨서 영업을 종료하고 베이킹클래스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잠시'라고 말하는 것은 지금도 똑같이 불안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