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봄 Oct 06. 2024

달면 달다고 하고 안 달면 맛이 없다고 해.

에필로그

 


우리 가게에서만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작은 디저트가게를 운영하는 9년 동안 꽤 자주 들었던 단어는 바로 ‘안 단 디저트’이다. 본래 디저트의 본질은 단 것인데… 달아서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후식. 그런데 왜 자꾸 손님들은 달지 않은 디저트를 찾을까? 초보 사장님일 때는 그런 말을 들으면 당황스러워서 허둥지둥 진열된 제품들 중 최대한 단 맛이 적은 제품들로 골라드리곤 했다. (여담이지만 제품을 추천해 달라 하셔서 추천을 해드리면 열에 아홉은 그 제품을 안 사신다. 그럼 왜… 추천해 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이제는 경력이 쌓인 사장님이라서 안 단 디저트 추천 요청을 들으면 '디저트는 원래 달지요 호호호' 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왜 디저트가게에서 손님들이 자꾸 달지 않은 것을 찾는 건지 궁금했다. 다들 단걸 별로 안 좋아하는 걸까 했는데 이제는 안다. 사실은 다들 단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조금 더 우겨보자면 사람들이 자꾸 매운 것을 먹는 이유도 실은 단걸 더 달게 먹고 싶어서일 것이다! 혀가 아릴 정도의 매운 음식을 먹은 뒤에 달달한 디저트를 입에 넣으면 단맛을 더 오밀조밀하게 느낄 수 있어서라고. 이제는 솔직히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


사실은 그냥 해본 소리고 단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는 개인의 취향임을 안다. 하지만 맵고 쓴 것을 먹은 뒤에, 혹은 너무 우울하거나 화가 나는 일을 맞닥뜨린 뒤에, 종종 우리는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 단 것을 찾는다는 것 또한 안다. (얼마나 주도적이고 건강한 행동인지, 정말로 응원하고 싶다.) 심지어 좋은 일을 더 좋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단 것을 준비하기도 한다. 말하고 싶은 것은 단 것은 우리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는 거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디저트카페를 차리는 것을 로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감사하게도(?) 누군가의 로망처럼 작고 소박한 디저트가게의 사장님으로, 벌써 9년째 살고 있다. 잔잔하고 행복했느냐고 물으면 글쎄, 그렇지만은 않았다. 타고나기를 여유로워 하루에 케이크가 몇 개나 팔렸는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면 좋았겠다만 아쉽게도 나는 매달 나를 평가하는 숫자 앞에서 슬퍼했다. 바쁠 때도, 바쁘지 않을 때에도 그 나름의 이유로 불안해했다. 새벽 일찍 눈을 뜨자마자 몸을 움직이는 것은 너무 춥고 힘들었고, 때를 놓치면 밥 한 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러다 나자빠지면 몇 날 며칠을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서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질투와 자괴감, 죄책감 같은 뒤틀린 감정들과 뭉개지곤 했었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과자를 구워야하는 이유들이 필요했다. 언제는 나에게서, 과자를 만드는 행위 자체에서, 또 가게를 찾아주시는 손님에게서 그것을 찾아왔다. 사실 지금도 명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다. 누군가의 기분을 나아지게 만드는 데에 내가 일조하고 싶은 욕심 때문일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나는 손님들이 자꾸만 달지 않은 디저트를 찾아도 단 디저트들을 만드나보다. 어디선가 들었던 말 때문에 더욱 그렇게 한다. “손님들은 달면 달다고 하는데 안 달면 맛이 없다고 해요. 그러니까 꼭 달게 만들어야 해요.”

이전 10화 영업 종료 공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