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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점에는 유명한 미스터리가 몇 개 있다. 그중 오늘 소개하고 싶은 미스터리는 ‘손님들은 손을 잡고 온다’는 것이다. 아마 과자점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이라면 모두 공감할 거다.
과자점은 아침에 특히 바쁘다. 카페와 달리 낮 11시-12시쯤 느지막이 오픈하는 곳이 많은데, '느긋하게 출근하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날 구워두면 식감이 달라지거나, 모양이 흐트러지거나, 맛이 변하거나 하는 과자들이 많기 때문에 계량이나 반죽까지만 해두고선 당일에 완성하는 제품들이 많아서다. 이른 새벽 출근해서 과자 반죽들을 성형하고, 굽고, 포장하는 시간까지 하면 오픈 시간 전까지 쉬지 않고 종종걸음으로 움직여야 한다.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만만치 않아서 일주일 내내 오픈하지 않고 주에 3일, 4일 오픈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끔 손님들이 여유 있게 장사해서 좋겠어- 하시면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아주 강렬해진다.
아침은 매일 똑같이 바쁘지만 꼭 과자가 미처 다 준비되지 않은 날, 또는 겨우겨우 오픈시간은 맞추었으나 내 마음까지 준비할 시간은 부족한 날, 손님들은 꼬-옥 그런 날을 골라 일찍 온다. 한명씩 천천히 오면 그나마 낫겠는데 꼭 다같이 손을 잡고 온다. 가끔 아직 열지 못한 문 앞에서 움직임이 느껴질 때면 안 그래도 바쁜 마음이 미치고 팔짝 뛰어버리는 지경이 되어버린다. 누가 문을 두드리는 것도 아닌데 식은땀이 절로 난다. 정말이다.
반면에 새벽 일찍 개운하게 눈이 떠진 날, 준비가 착착 잘 되어서 여유롭게 아침밥도 챙겨 먹고 완벽하게 준비를 끝낸 날. 상쾌한 마음으로 가게 문을 활짝 열어젖히면 언제 그런 적이 있었냐는 듯 고요하다. 그럴 땐 정말 어디 내가 모르는 CCTV라도 달려있는 걸까 싶은 마음이 든다. 손님들이 가만 보고 있다가 일부러 나를 골려주려고 그러는 건가 우스운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날마다 아침의 바쁨 정도가 어디엔가 공지라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텔레파시라는 게 정말 있을 것만 같다. (진짜로 손님들끼리 약속이라도 하는 거 아냐?)
여기서 중요한 건 매번 이런 식이면 손님들에게 사색이 된 얼굴로 허둥거리는 모습만 보여주게 된다는 거다. 디저트란 건 어쨌든 작고 예쁘고 비싼 것이니 촥촥- 하고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손님맞이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아니더라도 그냥 좀 더 멋진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데.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서는 왜 항상 어딘가 모자란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