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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 땅에서 피어난 꽃 Jul 18. 2024

빚 8천, 그래도 삽니다.

불안과 발버둥, 정신을 붙들기 위한 정리를 위한 기록들.

 급여일인 10일, 그리고 추가로 지정한 출금일인 15일이 지나고 몇 달 전부터 힘겨워서 생각하며 버텨온 휴가가 드디어 찾아왔다. 일이 점점 바빠짐에 따라 체력적으로도 힘에 부치고 근로시간이 늘어나면서 업무적 스트레스도 함께 증가한 것도 있지만, 실은 그 외적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극에 달았기 때문이었다.


쉬고 싶다가 아니라, 쉬어야만 한다였다. 아니, 정확히는 휴가기간에 조금만 쉬고서 살 길을 도모하기 위한 행동들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8천여만 원. 이것이 나의 재산이라면 참 좋겠으나 불행히도 내가 가진 채무액수다. 즉 빚의 양이다. 실은 대출금만이고, 여기에 다 내지 못해서 리볼빙(일부결제이월약정) 상태로 밀려 있는 카드값까지 포함하면 1억이 조금 안 될지도 모르겠다. 정확한 수치를 계산하기 포기한 것은 어차피 지금 내가 벌고 있는 돈이나 가진 돈으로 변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고, 총 액수가 아닌 대출금만 해도 내게 충분히 큰 압박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멘탈이 터지고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주저앉을까 봐 발동된 방어기제적인 외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마 무시한 빚이 있다면 다 포기하고 어떻게 해서든 얼른 빚이나 갚을 것이지 글을 어떻게 쓰고, 쓸 정신머리가 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무너지지 않고 정신을 붙잡으려고 쓰는 것이다. 그동안 이미 빚과 돈에 신경 쓰고 매달려 산지 오래였지만, 나의 능력이든 상황이든 한계는 존재하고 머리와 가슴 가득히 독이 쌓이는 것만 같아 이대로라면 내가 정말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배출과 해소의 필요성을 정말 강력하게 느끼고 바쁜 와중에도 오히려 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오랫동안 마음속에만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결국 이렇게 글로서 표현해 내고 만 것이다.


 나는 현재 궁지에 몰려 있다. 쫓기고 있고 불안하다. 강박증에 걸린 사람 같다는 말도 종종 들어왔다. 출근하지 않고 침대에 앉아 이 글을 쓰기 직전에도 엄청난 위기감과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그래서 상당히 두서없는 글일 테고 앞으로 이어갈 다른 글들 역시 그럴 것 같다. 참 경황도 없고 돈은 더 없는 상태겠다.

 어쩌면 이것은 내가 아직 상황 속에 한창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상황이 지나가고 완전한 해소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돼도 마음이 안정될 것이며 좀 더 차분하게  말하고 다시 정리할 수 있으려나. 하지만 지금은 침착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 마음처럼 흔들흔들 거리는 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없는 것들이 많은 상태에서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뻔하기도 하고 뻔하지만도 않는 그런 이야기들을 하나씩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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