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짹짹 Jan 08. 2021

우리가 찾는 건 대단함이 아니다

- 감사 일기

살아 있음에 감사하라고?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일 때가 있다. 


손대는 일마다 처참해지고, 대화는 하면 할수록 꼬여만 가고, 인생에 제대로 된 부분이 한 군데가 없는 것 같은 날이 있다. 이럴 바에야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날 말이다.


그런 날에는 꼭 감사 일기를 쓴다.


현실이 아무리 답답해도 벗어날 수 없는 시간. 

기도도 하고, 엎드려 울기도 하고, 먹고 싶은 걸 다 먹어도 가슴이 시린 시간. 

지극히 작은 것에서라도 감사를 발견하고, 희망을 되찾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일기와 감사 일기를 매일 쓰긴 어렵다.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 여유란 곧 휴식이니까. 휴식 시간에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뉘어야 하는데, 일기라니 도통 와 닿지 않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보잘것없어 보이는 감사들이 모인 감사 일기장이 가진 힘은 대단하다.


00월 00일, 봄같이 따뜻한 어느 겨울날

그날따라 흥얼거리며 출근 준비를 했다. 스펀지밥이 아닌 이상, 출근이 즐거울 리가 없는 데 콧소리가 나왔다. 점심에는 친구들과 식사 약속도 있었다. 왠지 신이 나는 하루였다. 맛있는 국밥을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와, 친구들을 카페에 내려 준 뒤 주차를 하려 우회전을 한 순간, 콰광. 생애 첫 차 사고가 났다. 머리가 하얗게 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처음으로 와 닿았다. 80% 내 잘못이었다(보험사 합의 결과). 손이 덜덜 떨리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보험사 전화번호도 몰라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날 감사 일기를 썼다. 

1. 인사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해 주셔서, 차만 다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 운전에 자신감만 높아지고 있었는데, 겸손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3. 우회전을 무서워하게 해 주셔서, 앞으로 일어날 수 있었던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게 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사고가 난 뒤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른다. 첫 사고였고, 첫 보험사 출동이었다. 차를 수리하러 가서는 사장님이 건넨 위로 한 마디에 엉엉 울기까지 했다. 그래도 뒤돌아 보니 감사했다. 감사함을 적고 나니, 그 마음은 더 커졌다.


하루에 딱 3가지만 감사한 일을 써보자.

맨 눈으로 보던 세상에 필터를 껴보자.


필자는 일기의 끝을 감사일기로 마무리 짓는다. 감사일기까지 쓰는 게 부담스럽다면, 하루를 마치며 감사한 일들을 마음속으로 떠올려 보자. 처음이 어렵다면, 오픈 톡방 같은 곳에서 감사일기를 공유해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이전 02화 오늘의 하이라이트 장면 보여드리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