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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짹짹 Jan 08. 2021

오늘의 하이라이트 장면 보여드리겠습니다

- 일기

일기를 왜 써야 하는가? 


병인양요로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에 침입했을 때, 프랑스 병사들은 집집마다 쌓아 둔 많은 서적들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조선의 역사를 기록의 역사라고 칭하기도 한다. 조선 그 이전과 이후에도 기록을 향한 우리 민족의 열정은 대단했다.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선조들이 남긴 기록물의 흔적을 보자니 자랑스러움이 솓는다.


장대하고 유구한 기록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조선왕조실록』같은 사초는 기록의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왕조차도 보지 못했다. 그들이 후대에 알리려고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 모든 것이 었을 것이다.


'객관적'이라는 단어는 허구에 가깝다. 유니콘, 설인, 외계인보다 허구에 가까운 단어다. 개개인에 따라 객관성은 지극히 주관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든 것에 객관적이란 수식어를 적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린 객관성을 갖추려 노력한다. 『조선왕조실록』을 작성한 사관들도 그랬을 것이다.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니, 판단은 후대의 몫이다.
기록을 읽는 자의 몫 이리라. 그러니 이 모든 것을 남긴다.
이 모든 것을 통해 교훈을 얻어라.


『조선왕조실록』은 유일하지만, 이와 관련해 후대가 낸 책은 수 십, 수백 권인 이유도 이와 같을 것이다. 저마다 다르게 역사와 세계를 해석하니 말이다. 서론이 길었다. 일기를 왜 써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내일의 교훈'이다. 매일을 기록하다 보면 우리도 '그 모든 것'에서 얻는 교훈이 있을 것이다. 


글을 쓰며 당장 발견하는 교훈이 있을 수도 있겠고, 시간이 지나서 그제야 보이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일기가 끝이 아니어야 한다. 일기를 읽어보는 시간도 일기를 쓴 시간만큼 중요해질 수 있다. 


매일의 모든 것을 기록하긴 어렵다. 사관을 고용해 우리의 모든 행적을 기록하게 할 순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하이라이트라도 적어보자. 스포츠 뉴스가 끝날 때쯤 '오늘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준다. 오늘의 명장면을 찾아보자.


기억은 휘발성이 있어서 어느샌가 지워져 버린다. 기록을 한다고 해도 날아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공중으로 날려 보내지 않고 싶은 것들을 기록해 보자. 필자는 보통 한글 파일에 기록한다. 한글 파일은 잠금을 해 놓는다. 내가 사관이니, 사관 빼고 그 누구도 볼 수 없다. 


오늘, 당신의 명장면은 어느 순간이었나?

친구들과 수다 떨며 마시는 커피 한 잔?

막 배달받은 피자를 한 입 베어 물던 순간?

소파에 너부러져서 봤던 영화 한 편?


대단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삶에 필요한 건 대단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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