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식물의 이름>을 읽고
치약이 줄어드는 속도로
(단편 <식물의 이름>을 읽고 한윤정에게)
2025년 4월 22일
조심스레, 아주 조금씩
닳아가고 있단 걸 몰랐다
치약이 그렇게 빨리 줄어든단 걸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았다
어느 날 문득,
절반이 비어 있는 튜브를 본다
기억나지 않는다
언제 그렇게 많이 썼는지
나는 조심했었다
가급적 적게
가급적 오래
남의 것을 쓰는 사람처럼,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치약은
사라졌다
소모되고 있었던 건
그것뿐이 아니었다
커피, 비누,
립스틱의 입자,
무게 없는 파우더,
가루가 되던 꽃잎처럼
나는 매일 조금씩 사라졌다
남아 있는 건
조심스러운 손끝,
주저하는 눈빛,
그리고
식물 하나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 식물에게
나는 물을 줬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잊었다
지쳤다
그리고… 용서받고 싶었다
마침내 누군가 말했다
“당신은 한은정입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속삭였다
식물에
물을 주세요
그 아이만은
살아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