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휴식 그 사이

어딘가 쯤..

by 빛의투영

작기가 끝이 났다. 늦게 시작했지만 바이러스에게 패배를 당해 접기로 한 쥬키니 호박 밭을 정리했다.

남편 혼자서 몇 날 며칠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나는 호박의 가시가 젤 무섭다. 미세하게 날리는 하얀 가루 같은, 그 가시는 긴 옷을 입고 있어도 어떻게든 침투한다. 알러지가 있는 내겐 치명적이다. 약을 먹어도 아주 오래도록 힘들게 했다.


2m 크기에 임박하는 고추나무숲도 철거를 했다.

몇 개월에 걸쳐 하나하나 설치한 것들을 5일에 걸쳐 해체를 한다는 것은 꽤 많은 체력을 요구했다.

하우스로 출근을 하면 늘 숲에 있는 기분을 들게 해 주었던 참새들의 놀이터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13줄 중에서 마지막 한 줄이 남을 때까지 옮겨 다니다가 환기창으로 쫓기듯 날아가는 참새를 보니 작기가 끝난 것을 실감했다. 고추나무들은 흙으로 모두 돌아갔다.


철거를 하고 일주일을 꼬박 앓았다. 더위를 먹은 건지. 몸에서 열이 빠져나가질 않아 이틀 동안 고생을 했다.

열이 내리고 온몸을 두드려 맞은 듯 아프다가 오환에 떨어야 했다.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직은 몸이 무겁지만 할 일을 끝 낸 것 같아서 시원 섭섭하다.

치유농업사 양성과정 수업도 겨우 정신력으로 버틴 이틀이었다. 28시간 정도 빠져도 수려와 시험자격에 지장은 없지만 그것이 시험에 어떻게라도 지장을 줄 것 같아서 그러지 못했다.

돈을 내고 내 시간을 쓰는 만큼 나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 게으름을 피우다 보면 그 편안함에 초심을 잃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 해야 할 일들을 해내지만 꾀가 나면 어떻게든 안 할 구실을 찾을 것이다. 나는 수업만 열심히 들었는데 사람들은 모범 집단에 나를 포함시키고 있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꼭 합격할 것 같다는 말을 자꾸 듣다 보니 떨어지면 많이 부끄러울 것 같다.

머리에 과부하가 온 것 같다. 분명 읽었는데 기억에서 사라진다. 조바심이 나는 것 같다.

교재만 열심히 보면 되다고 했는데 교재만 펴면 잠이 온다. 그래서 컴퓨터로 정리를 하기 시작했고 소리 내어 읽으면서 하니까 들으면 간간히 생각이 나는 것도 같다.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이 자꾸 치유농업 관련이나 공부법에 대해서 나온다. 그래서 공부하는 방법을 봤더니

더 머리가 아파지는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말은 '공부를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안 한 거다.'였다.

9월에 1차 시험을 보기 때문에 많이 남은 것은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달 휴작기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방학하기 전까지는 도서관에 가볼까 생각도 잠깐 해봤다.


며칠 동안 잠만 자면서 시간을 보냈더니 사다 놓은 식물들이 말라죽기 일보직전이었다.

실습을 다녀오면서 만들었던 수태에 노끈을 감싼 관상용 아스파라거스와 호야가 바짝 말라 너무 가벼웠다.

천장에 걸어 둔 걸 내려서 물 받은 통에 담가두고 작은 화분에 있는 로즈마리 2종과 라벤더 2종을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주었다. 사실 더 많이 샀는데 말라죽어 가고 있어서 물만 주고 추후를 지켜보기로 했다.

열대과일나무로 채워진 나의 하우스 정원의 나무 손질도 틈틈이 해주어야 한다.

나무는 탈력을 받아서 미치듯이 크기 때문에 전정을 자주 해주어야 했다. 남편에게 틀 밭 3개를 주문했다.

언제 만들어 줄지 몰라서 지속적으로 눈치를 보면서 말을 해본다.

아이들과 방학 동안 키워서 수확할 잎채소와, 뿌리채소, 애플 수박, 사과참외를 준비해둔 상태다.

토마토는 알아서 계속 나는 바람에 줄만 잘 잡아 주면 수확이 가능하다.

일에 치여 돌보지 못했던 나의 정원에 잡초를 뽑아야 한다. 낮에는 한증막 보다 더 한 열기를 견디기 힘들 테니 새벽에 일어나 주기적으로 물도 주고 돌볼 예정이다. 시트러스 들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올해는 몇 개의 열매를 수확하지 모르지만 기대가 된다.

틀 밭에 라벤더 16종을 발아해서 키워 보고 특성을 파악해 보려고 한다. 씨앗을 어렵게 구한 만큼 실패를 최소하 하고 싶다. 노지 월동이 모두 되는지도 궁금하고, 종류마다 향이 어떻게 다른지 , 꽃이 얼마나 예쁠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등등.

여러 종류의 식물들의 변화를 보며 산책하고 힐링을 하기도 한다.

자바애플꽃, 구아바, 파이애플, 바오밥


휴작기라고 해서 마냥 놀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시간이 여유로운 만큼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해 보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 보려고 한다. 미루 두었던 그림도 가끔 그려 보고 싶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안전문자가 계속 오고 있다. 집 밖은 위험해를 실감하는 중이다.

세탁을 알리는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빨래 널러 갈 시간이다.


오늘도 나를 만나러 와줘서 고마워.

본격 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어. 앞으로는 더 더워질 텐데.

건강도 잘 챙기길 바라.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 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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